美, 평소 혈압 80~120도 예비환자
가이드라인 기준 개정으로 논란 촉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5-15 18:49   수정 2003.05.15 18:50
오늘날 전체 미국 성인인구 가운데 4분의 1을 상회하는 4,500만명 가량이 예비 고혈압 환자 그룹(prehypertension)에 새로 포함될 전망이다.

美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기관인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지난 1997년 이래 통용되어 왔던 기존의 관련기준을 변경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14일 공개했기 때문.

90㎜Hg~140㎜Hg 사이일 경우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 미국에 약 5,000만명의 고혈압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인 셈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20㎜Hg 이하와 이완기 혈압 80㎜Hg 이하일 경우에 한해 정상혈압으로 분류됐다. 다시 말해 수축기 혈압 120~139㎜Hg와 이완기 혈압 80~89㎜Hg 사이에 해당될 경우에도 예비 고혈압 환자에 포함되도록 한 것.

지금까지는 수축기 혈압 139㎜Hg까지와 이완기 혈압 89㎜Hg까지도 정상혈압으로 분류됐었다. 결국 평소 혈압이 80㎜Hg~120㎜Hg 이하인 사람들만 정상혈압으로 분류되고, 이 수치에 턱걸이한 사람들까지 예비환자로 분류되게 된 셈이다.

그 동안은 혈압이 80㎜Hg~120㎜Hg 사이인 사람들은 정상혈압의 소유자로 분류됐었다.

다만 수축기 혈압 140~159㎜Hg와 이완기 혈압 90~99㎜Hg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1단계 고혈압으로 분류했던 기존의 가이드라인은 현행대로 유지토록 했다.

가이드라인 개정작업에 패널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의사와 성인들은 혈압이 조금만 상승하더라도 이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비 고혈압 환자들은 적절한 식습관,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 금연 등을 통해 훗날 심장병이나 뇌졸중, 신장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스턴大 의대학장으로 있으면서 위원장 자격으로 패널 운영을 총괄했던 애럼 초바니안 박사는 "예비 고혈압 환자들은 상태를 방치할 경우 장차 만성 고혈압으로 진전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75㎜Hg~115㎜Hg 정도였던 혈압이 85㎜Hg~130㎜Hg로 상승하더라도 훗날 심장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확률은 2배로 상승한다는 것.

그러나 초바니안 박사는 "기준을 개정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당장 실행에 옮기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NHLBI의 클로드 렌판트 소장도 "혈관손상은 의외로 지금까지 정상으로 생각되었던 수준의 혈압일 때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다른 합병증이 없는(uncomplicated) 1단계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고가의 항고혈압제 보다는 값싼 이뇨제를 복용토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구형(舊型) 약물에 속하는 이뇨제의 효능이 신형 항고혈압제들에 못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말 발표되었던 연구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연구결과가 뚜렷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값싼 이뇨제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던 상당수의 전문가들과 제약기업들은 이번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넬大 부속병원의 존 라라프 박사는 "현재 전체 고혈압 환자들의 35% 정도만이 이뇨제 복용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머지 환자들은 ACE 저해제나 베타차단제 등의 신제형 항고혈압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러나 패널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97년 이후 진행되었던 30건 이상의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개정작업이 이뤄진 것"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비공개된 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성인들의 70% 정도가 자신의 혈압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60% 수준에 불과하고, 34%만이 혈압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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