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걱정되는 노인병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다.
지난 6일 ‘Nature Aging’에서는 비아그라 속 ‘실데나필’ 성분이 치매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이 700만명분의 처방전 보험금 청구를 분석한 결과 실데나필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허가되어 유통되고 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나 시간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는 알츠하이머와 같이 뇌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질병의 약을 개발하는 것은 연구뿐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서 타우(Tau)라 불리는 단백질과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 불리는 단백질 판이 섬유질 엉킴(Fibrous tangles)이라는 현상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의 복잡한 상호작용도 알츠하이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 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과 백신 임상에서는 좋은 결과를 나타낸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이번 비아그라 속 셀데나필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는 앞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에 적잖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의 단백질 사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1,600개 이상의 승인된 약물들이 알츠하이머 관련 네트워크와 얼마나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네트워크 근접성 측정(Network proximity measures)’를 생성해 관찰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료에 잠재적 능력을 보여주는 66개의 약으로 압축했으며 전에 진행되었던 동물실험과 비교 분석한 결과 비아그라 속 실데나필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밝혀냈다.
또한 미국내 비아그라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723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후 6년 동안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6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데나필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 신경 세포에 약을 실험한 결과 실데나필이 새로운 신경 돌출의 성장을 촉진하고 세포 내 타우 축적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일부 시각에서는 이번 연구의 설계는 특정 약물 사용과 알츠하이머 위험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선정된 723만명의 데이터는 알츠하이머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아폴리포 단백질 E 유전자(apolipo protein E gene)를 가졌는지 등의 유전자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비아그라 처방은 남성들이 받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여성에게 얼마만큼의 이점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실제로 분석 데이터 중 여성은 전체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는 실데나필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증명해낸 결과가 아니라고 주의했다. 실데나필을 복용하는 남성 환자에게서 알츠하이머 발병율이 낮다는 점을 찾아낸 결과일 뿐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치료 기준에 반하여 실데나필의 효과를 측정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클리블랜드 연구팀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실데나필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생체지표를 활용한 2상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