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질환의 판독에 머물던 개별 의료 AI 기술을 하나로 묶어, 환자가 병원을 찾기 전 건강관리부터 진료·협진, 퇴원 후 예후 관리까지 전주기를 케어하는 인공지능 통합 모델의 임상 실증이 전격 가동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지난 16일 병원 대회의실에서 '2026년 AX-Ready 시범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전주기 환자여정 기반 통합 의료 AI 운영 네트워크 실증사업(이하 AICON 컨소시엄)’에 본격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착수보고회에는 전영태 분당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해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관, 박윤규 NIPA 원장, 그리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21개 기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해 대한민국 의료 AI 대전환(AX)의 로드맵을 공유했다.
현재 국내 의료 AI 시장은 식약처 인허가 제품이 누적 549건(2026년 1분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나, 실제 의료 현장의 폭넓은 도입은 제한적이었다. 병원마다 상이한 정보통신(IT) 인프라로 인해 개별 도입 시 막대한 비용과 시행착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AX-Ready 시범사업’은 이러한 도입 병목을 해소하고, 특히 지방 및 필수의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표준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AICON 컨소시엄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보훈병원, 성남시의료원 등 전 유형의 공공·대형 의료기관과 이지케어텍, 카카오헬스케어, 비트컴퓨터, 아크릴, 퍼즐에이아이 등 국내 대표 의료 정보·AI 전문기업, 그리고 서울대학교 등 학계가 총출동해 메머드급 거버넌스를 완성했다.
실증 사업은 총 3가지 핵심 패키지로 나뉘어 추진된다. 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한 상용 의료 AI 10종을 진단, 관리, 예후 예측 등 단계별로 연계 활용하는 진료지원 AI(패키지 1)를 시작으로, 환자용 ‘케어네비(CareNavi)’와 의료진용 ‘케어파일럿(CarePilot)’, AI 협진 에이전트를 결합해 지역 의료기관 간 의뢰·회송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완결형 AI 협진 플랫폼(패키지 2)이 구축된다.
마지막으로 음성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 낙상 감지, 응급실 AI 에이전트 등 9종의 솔루션을 연동해 스마트병동을 구현하는 병원 업무 자동화 AI(패키지 3)가 함께 수행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KR-Core FHIR)과 AI 연동 표준(MCP)에 기반한 공통 플랫폼을 매개로 여러 병원이 동시에 AI를 도입하는 ‘다대다 모델’을 국내 최초로 채택했다. 한 번 개발된 AI 솔루션이 표준 규격을 통해 별도의 복잡한 이식 과정 없이 여러 병원에서 그대로 구동되는 구조로, 도입 장벽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사업을 통해 정립되는 ‘의료 AI 도입 6단계 온보딩 매뉴얼’, ‘AI 활용 성숙도 진단·평가 프레임워크’, ‘보안·윤리 거버넌스 체계’ 등은 향후 모든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국가 표준 자산’으로 개방되어 AI 특화병원의 전국 확산을 선도할 전망이다.
전영태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은 “그동안의 의료 AI가 특정 질환을 찾아내는 점의 기술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환자의 전체 여정을 하나로 잇는 풀스택 통합 모델을 완성하는 이정표”라며 “환자의 안전과 치료 성과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해 대한민국 의료 AI의 표준을 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업책임자인 정세영 정보화실장은 “의료 AI 도입의 핵심 병목은 기술 자체가 아닌 도입 방식의 한계에 있었다”고 지적하며, “AICON은 표준 플랫폼을 통해 대형병원뿐 아니라 지역 중소병원과 의원까지 동일한 최고 수준의 AI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사업 전후 성숙도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전국 확산의 확고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