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후 30년...국내 최장기 생존 기록 나왔다
72세 이상준씨, 92년 서울아산병원서 간이식 후 건강한 삶 이어와
이상훈 기자 jianh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10-19 10:27   

 ▲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 이상준씨(사진 오른쪽)와 이씨 수술을 집도한 이승규 석좌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30년 전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가장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10월 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은 이상준씨(72세, 남)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해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가 됐다고 19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이씨와 그의 집도의 이승규 석좌교수(간이식·간담도외과)는 환자와 의사로 만나 30년간 동행하며 아름다운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1991년 몸이 몹시 피곤해 병원을 찾았다가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돼 간이식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6개월. 유일한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간이식 수술은 첨단의학의 결정체로 여겨지며 수술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수술을 고민하던 이 씨는 이듬해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고난도 간이식 수술을 연이어 성공시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간이식은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에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1992년 10월 8일, 이씨는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로부터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러 검사 끝에 다음 날 새벽 이승규 교수가 수술을 시작했고 23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이씨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장기이식 환자에게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식 후 관리인데 이 씨는 체계적인 중환자 치료를 거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씨 스스로도 건강관리에 철저히 임했다. 수술 후 30년간 매일 1만보 이상을 걷고 금주와 금연 습관을 지켰다. 45일마다 병원을 방문해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90일마다 외래에서 건강상태를 점검받았다.
 
이씨는 간이식인들의 경제적인 고충과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앞장섰다. 간이식 후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포기하고 건강이 악화된 환자들을 보면서 한국간이식인협회를 창설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침내 2001년 7월 B형 간염 항체 주사의 보험 적용을 이끌어낸 것.
 
이씨의 노력에 이승규 교수도 동참했다. 치료비의 보험 적용과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나눔행복재단에 본인의 책 인세를 전액 기부하는 등 간이식 환자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상준씨는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게 나를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며 수많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의료진의 지시대로 약 복용, 운동, 식사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지난 30년을 단 한 번의 이상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이씨 수술 후 서른 해가 지난 지금, 국내 장기이식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며 “앞으로 이 씨와 같은 장기 생존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1992년 뇌사자간이식 수술과 1994년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지난 9월까지 생체간이식 6666건, 뇌사자 간이식 1344건을 시행했다.
 
간이식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우엽 간이식’은 간이식 성공률을 크게 향상해 세계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대 1 간이식’은 간이식 기증자의 범위를 넓힌 치료법으로 세계 간이식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고 병원은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로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의 이식 생존율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최근 10년 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의 경우 생존율 99%를 기록하며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 100% 시대를 앞당겼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