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활용되는 영역이 향수와 디퓨저를 넘어 생활가전, 위생관리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향으로 원하는 분위기와 경험을 만들고, 기업은 제품의 기능과 사용 환경에 맞는 향을 찾는다. 향 전문기업에도 조향 역량뿐 아니라 제형 적용과 품질관리, 안정적인 생산 능력이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향료 개발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에이로마플라붐의 백남현 대표에게 국내 향 시장의 변화와 기술 경쟁력, 향후 사업 방향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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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향이 일상에 들어오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별한 날 향수를 사용했다면 이제는 집과 자동차, 의류, 바디케어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적용하려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 인지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향인지, 브랜드가 표현하는 분위기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지를 함께 살핀다. 국내 기업에도 독자적인 감각과 제품 기획력으로 경쟁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다만 디자인이나 콘텐츠가 처음 관심을 끌 수는 있어도 재구매로 이어지려면 향과 사용감에서 만족을 줘야 한다. 신제품을 빠르게 선보이는 능력만큼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소비자가 향을 고르는 기준은.
향을 통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은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퇴근 후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거나 차에 탔을 때 산뜻한 기분을 원하는 식이다. 같은 거실용 디퓨저를 찾더라도 누군가는 호텔 로비처럼 정돈된 느낌을, 다른 사람은 갓 세탁한 이불처럼 포근한 느낌을 원한다. 복잡한 원료 설명보다 제품을 사용했을 때 공간이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선택의 이유일 수 있다. 고객과 상담할 때도 선호하는 향 계열에 더해 사용할 공간과 만들고 싶은 분위기를 묻는다.
새로운 성장 기회는 어디에 있나.
전통적인 향수·디퓨저 시장을 넘어 다른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향을 접목하는 분야를 주목한다. 현장에서는 세스코처럼 향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있고, 전자제품이나 비데 관련 기업에서도 향에 대한 요구가 나타난다. 위생관리와 생활가전에서도 사용 경험을 개선할 요소로 향을 보는 것이다. 기존 제품에 향을 더하거나 기기와 공간에 맞는 공급 방식을 개발하면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향을 넣는 것만으로 가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본래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용 환경에 맞는 향의 강도와 지속성을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업 영역을 제조까지 확장한 이유는.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향료만이 아니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완성된 제품이었다. 같은 향도 향수와 디퓨저, 핸드크림에 적용하면 느낌이 달라지고 용기와 부자재에 따라 사용 경험이 달라진다. 개발 단계를 따로 진행하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수정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향료 개발부터 제형, 디자인, 생산 조건을 함께 검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향수, 디퓨저, 섬유향수, 방향제, 탈취제, 핸드크림 등을 개발한다. 수석조향사가 직접 조향하고, 제형 연구와 패키지 디자인, 생산까지 연결한다. 고객이 원하는 향을 목표 가격과 출시 일정에 맞춰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향료 기술 자립은 왜 중요한가.
기술 자립은 모든 원료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뜻이 아니다. 원하는 향을 스스로 설계하고 분석하며 필요에 따라 개선할 수 있도록 원료에 대한 이해와 처방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석조향사의 관능평가에 자체 보유한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MS) 등의 기기 분석을 함께 활용한다. 장비가 있다고 좋은 향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원료 조합을 판단해 실제 제품에 맞게 조정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과 경쟁하려면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차별화된 향을 일관된 품질로 공급해야 한다.
연구개발의 다음 과제는.
개발한 향을 실제 제품에서 의도한 대로 구현하는 데 집중해 왔다. 향수와 디퓨저, 탈취제, 화장품은 제형과 사용 조건이 달라 각각에 적합한 처방과 적용 방식이 필요하다. 분석·측정 장비로 성분과 물성을 확인하고 발향과 안정성을 평가한다. 앞으로는 처방과 분석 결과, 제품 평가, 생산 이력을 체계적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AI 활용도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의 수요에 대응해 발향 구조와 장치, 용기와 내용물의 적합성까지 연구 범위를 넓힐 생각이다.
고객사 요구는 어떻게 달라졌나.
향의 품질과 지속성뿐 아니라 원료, 생산 환경,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까지 확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유럽 수출을 준비할 때는 포장·포장폐기물 규정(PPWR) 대응이 중요한 과제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용기와 포장재 재질, 불필요한 포장 여부, 재활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내용물에서는 옥수수 유래 에탄올로 식물 유래 원료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고, 제조 과정에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한다. 비건·할랄 관련 인증 절차와 더마테스트도 진행하고 ESG 평가도 받았다. 서로 목적이 다른 인증과 시험의 적용 범위에 맞춰 고객과 수출시장에 필요한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친환경성을 홍보 문구에 그치지 않고 원료와 포장, 에너지, 기업 운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평가 TI-1 등급의 의미는.
NICE디앤비 투자용 기술평가의 최고 등급이다.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화 역량, 시장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료 연구개발과 제조 기반에 꾸준히 투자한 성과를 외부 전문기관이 평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고객에게는 등급 자체보다 실제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하다. 조향과 분석 역량을 품질과 공급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음성 신공장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충북 음성에 짓고 있는 신공장은 생산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시설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첨단제조로봇 실증사업’과 ‘AI 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는 반복 동작이나 제품·자재 운반처럼 신체적 부담이 큰 일이 있다. 해당 공정에 로봇을 적용하고 작업자는 설비 운영과 품질 확인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향료 제조와 충진·포장 등 공정별 특성에 맞춰 자동화하고, 공정 간 연결도 개선할 계획이다. 반복 작업의 편차를 줄여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고 다양한 주문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 거래에서 중요한 조건은.
한국 기업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기획력, 시장 반응을 빠르게 반영하는 개발 능력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제품의 매력만큼 공급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현지 판매에 필요한 자료를 갖췄는지, 납기를 지킬 수 있는지, 재주문에도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가와 유통채널에 따라 선호하는 향과 용량, 가격대도 다르다. 국내에서 반응이 좋았던 제품을 그대로 내놓기보다 현지 파트너의 의견에 맞춰 제품과 공급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 도전할 때 조향부터 제조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변화는.
조향 교육과 산업 현장의 제품 개발 경험이 더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원료를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뿐 아니라 향을 제품에 적용하고 평가·개선하는 과정까지 경험할 필요가 있다. 안양대학교와 협업하면서 현장 수요와 대학의 연구·교육 역량을 연결하고 있다. 앞으로 R&D 지원사업 등을 활용해 신규 제품 개발과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제작, 사용성 평가와 개선, 사업화까지 함께 경험하는 협력이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향 산업의 과제와 향후 목표는.
완제품을 많이 파는 것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 낸 기술이 국내에 쌓여야 한다. 향료 처방과 원료에 대한 이해, 분석 데이터, 제형 적용 경험이 축적돼야 새로운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5년은 가전과 위생관리, 공간 서비스 등 향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연구개발과 산학협력, 제조 역량을 키우면서 품질과 수익성도 유지해야 한다. 에이로마플라붐은 향료만 필요한 고객부터 기획·디자인·생산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고객까지 대응하고자 한다. ‘모든 향은 에이로마플라붐으로 통한다’는 슬로건처럼 향에 관한 고민이 생겼을 때 먼저 떠올리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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