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M&A, 브랜드 넘어 제조·유통 투자 확대
기술력·수익성이 기업가치 좌우…제약·바이오 진출도 주목
박수연 기자 │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1-09 05:59   수정 2026.11.09 06:03

K-뷰티 성장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브랜드에서 원료·ODM·패키징·유통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최근 공개한 'K-뷰티의 성장과 새로운 기회: 화장품 산업의 밸류체인 재편과 제약사의 진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 M&A 거래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해외 원료·화학 유통기업 등이 투자에 참여하면서 인수 대상과 투자 목적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인디브랜드와 전문 제조기업 간 분업 구조가 있다. 인디브랜드가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ODM 기업이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으면서 자체 생산시설 없이도 빠른 상품 출시와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브랜드 수가 늘면서 원료·소재와 패키징 기업의 수요도 증가했고, 수출 확대는 글로벌 유통기업의 사업 기회로 이어졌다.


원료·ODM·패키징·유통으로 투자 확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러 브랜드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의 기술력과 고객 기반에 주목하고 있다. 원료·제조·패키징 기업은 브랜드의 신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고, 유통기업은 해외 판매망과 물류 인프라를 제공한다.

원료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화학·원료 유통기업 IMCD가 지난해 10월 국내 화장품 원료 전문기업 동양에프티 인수를 발표했다. 한국의 원료 유통망과 제형개발 역량, 고객 기반을 확보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려는 투자다. 독일 브렌택도 우진무역을 인수하며 국내 화장품 원료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제조 분야에서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난 9월 색조화장품 ODM 기업 화성코스메틱과 기초화장품 ODM 기업 나우코스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색조와 기초화장품의 전문 생산 역량을 확보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패키징 분야에서는 미국 사모펀드 KKR이 지난해 9월 화장품 용기 제조기업 삼화를 약 7330억원에 인수했다. 삼화가 보유한 기능성 용기와 금형 기술, 글로벌 브랜드 납품 기반이 투자 가치로 평가됐다. 화장품 용기가 제품의 사용 경험과 차별화를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해지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투자 가치도 높아졌다.

유통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글로벌 사모펀드 CVC는 지난 8월 K-뷰티 수출 유통기업 실리콘투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판매망과 물류 인프라, 다수의 한국 브랜드를 현지 유통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투자 배경으로 꼽혔다.

브랜드 분야에서는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가 메디필 운영사 스킨이데아와 라이프앤바이오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엑시스와이 운영사 아시아마스터트레이드에는 지분 40%를 투자하기로 했다.


기술력·고객 다변화·수익성이 기업 가치 좌우

K-뷰티 기업들은 같은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해외사업 운영 방식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를 보였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차이를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분석했다.

올해 2분기 주요 ODM 기업 가운데 한국콜마는 별도 기준 16.4%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14.2%, 코스맥스는 연결 기준 9.3%였다. 한국콜마는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선케어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딜로이트는 "이와 같은 격차는 주로 제품 전문성과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코스맥스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부담이 연결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법인은 올해 2분기 창사 첫 흑자를 기록했고, 이탈리아 ODM 기업 케미노바 인수로 유럽 생산거점도 확보했다.

브랜드 기업에서는 해외 판매 구조와 인수 이후의 브랜드 운영 성과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졌다. 에이피알은 올해 2분기 매출의 49%를 북미에서 올리며 24.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여러 브랜드를 인수해 사업을 키운 구다이글로벌은 매출 성장에도 일부 브랜드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를 겪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기반으로 스킨1004·티르티르·라운드랩·스킨푸드 등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연결 매출이 1조4717억원으로 1년 새 약 4배 증가했다. 그러나 인수 브랜드인 티르티르는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94% 감소했다. 구다이글로벌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도 0.2%에 그쳤다.

딜로이트는 "멀티브랜드 플랫폼의 경쟁력은 단순히 보유 브랜드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선별하고 브랜드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유통·마케팅 등 공통 역량을 결합해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 진출도 새로운 기회

제약·바이오 기업의 화장품 사업 진출도 새로운 M&A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약 1조5557억원으로, 2020~2025년 연평균 15.7% 성장했다. 일반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 2.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스킨케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에서 17.1%로 높아졌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PDRN·PN·EGF 등 바이오 소재와 제형 기술을 화장품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대웅제약의 이지듀는 H&B 채널에서 판매를 확대했고, 파마리서치는 의료 시술 브랜드 리쥬란을 홈케어 화장품으로 발전시켰다.

딜로이트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필요한 마케팅과 유통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나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더라도 소비재 시장에 필요한 제품 생산과 유통망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유망 투자 분야로는 선케어·더마 전문 ODM, 기능성 패키징, 바이오 원료, 글로벌 유통·물류 플랫폼, 미국·유럽 현지 생산거점,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등 6개 영역이 꼽혔다. 투자 대상 기업의 평가 기준으로는 고객사 의존도와 생산능력, 독자 기술과 규제 대응 역량, 해외 판매망 및 수익성 등이 제시됐다.

미국의 관세와 소액면세 제도 폐지로 해외 판매 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화장품 안전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8년부터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면서 거래처와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수익성을 가를 것으로 봤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한형주 경영자문부문 상무는 "K-뷰티 M&A는 브랜드 확보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인수 대상과의 사업 시너지를 구체화해 기업가치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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