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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지는 도매업계가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약품 도매업은 엄격한 법적 규제와 품질관리 의무를 부담하는 데다 수익성도 낮은 산업인 만큼, 일반 도매업과 구분해 경영승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의 97.8%가 연간 의약품 공급액 1000억원 미만인 가운데, 업계의 매출액순이익률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가업상속공제 적용이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장기간 구축해 온 의약품 유통망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박호영)는 최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건의서를 제출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에 의약품 도매업을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건의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을 조정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9월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도매 및 소매업 전반을 포괄하던 적용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세분화하고, 대상 업종을 727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 도매업(업종코드 46441)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협회는 의약품 도매업이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필수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매업체 97.8% 공급액 1000억원 미만…순이익률은 0.8%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는 총 3854개사다. 이 가운데 97.8%인 3769개사의 연간 의약품 공급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며, 공급액 10억원 미만 업체도 1215개사로 전체의 31.5%를 차지한다.
의약품 유통시장의 상당 부분을 상대적으로 공급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 역시 낮은 수준이다. 협회가 제시한 2026년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업계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1%, 매출액순이익률은 0.8%로 집계됐다. 같은 자료에서 제약업계의 영업이익률은 6.82%, 순이익률은 5.46%로 나타났다.
의약품 도매업은 제약사의 지속적인 의약품 공급가격 인하와 인건비·물류비 상승, 정부 정책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여기에 평균 2.0% 수준의 카드수수료와 약사법에 따른 1.8%의 비용할인 등도 업계가 부담하는 비용 요인으로 제시됐다.
협회는 이처럼 낮은 수익구조 속에서 장기간 축적한 유통망과 경영 노하우를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반 도매업과 다른 규제 환경…의약품 공급망 유지가 핵심
협회가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요구하는 또 다른 근거는 의약품 도매업의 공공적 역할과 특수성이다.
의약품 도매업은 일반적인 상품 유통과 달리 의약품의 보관·운송·품질관리 전반에 걸쳐 엄격한 법적 규제를 적용받는다.
약사법 제47조에 따라 의약품 공급 대상과 거래 방식이 제한되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약가 관리체계와 의약품 공급정보 보고 의무 등도 적용된다.
특히 의약품 도매업체는 의약품 유통품질관리기준(KGSP)에 따라 주문량과 출고량에 맞춘 의약품 배치, 피킹·검수, 이력관리 등 전문적인 물류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와 냉장·냉동의약품의 경우 별도의 콜드체인 관리가 필요하며, 의약품 공급내역과 마약류 취급내역, 지출보고서 등 다양한 보고체계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의료기관과 약국에 적기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약 6만개 병·의원과 2만5000개 약국, 3000개 보건기관 등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요양기관 의약품 공급액 약 43조7000억원 가운데 도매업체를 통한 공급액은 약 40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91%를 차지했다. 국내 의약품 공급체계에서 도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셈이다.
협회는 코로나19 이후 감기약 품절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의약품 원자재 수급 불안 등을 거론하며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유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별 의약품 공급망과 거래관계, 물류 운영 경험 등 장기간 축적된 경영자산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도매업은 포함…의약품 도매업도 적용해야
협회는 유사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 개정안에서는 의료기기 도매업(업종코드 46592)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 반면, 의약품 도매업(46441)은 제외됐다는 점에서다.
의약품 도매업체는 의료기기법 제17조에 따른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가 면제돼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함께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다.
협회는 이처럼 의약품 도매업과 의료기기 도매업이 유사한 공급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가업상속공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업종 간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 개정안의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에 의약품 도매업(46441)을 추가하는 수정안을 건의했다.
협회는 의약품 도매업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담당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지역 의약품 공급망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국회가 관련 내용을 검토·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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