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잡는다고 신약 되나” K바이오 4사, 항암제 정밀 용량·독성 관리 전략 공개
에이비엘바이오 ABL503, 6주 간격 투여서 중증 간효소 상승 35.5%→11.9%
알지노믹스 RZ-001, 간세포암 병용 임상서 ORR 38.5%…mRECIST 기준 61.5%
퍼스트바이오 FB849, pSLP76 억제 근거로 용량 최적화·키트루다 병용 추진
인투셀 ITC-6146RO, 저용량 비임상 항종양 활성…표적 장기 독성 관리
허지수, 권혁진 기자 │ suhjs0721@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1-06 06:00   수정 2026.11.06 06:01
'제31회 연세의대 송당암연구센터 암 심포지엄' 현장.©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약업신문=허지수 기자
홍성우 알지노믹스 부사장이 간세포암 및 교모세포종 등 세 건의 초기 임상시험 설계와 진행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항암 신약 개발에서 반응률뿐 아니라 약효 지속기간과 투여 간격, 독성 관리까지 고려한 개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투여 주기를 늘려 간독성을 낮추고,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으로 반응을 오래 유지하며, 약력학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최적 용량을 찾는 접근이다. 강력한 항암 효과를 유지하면서 전신 독성을 줄이려는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11월 5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제31회 연세의대 송당암연구센터 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에이비엘바이오, 인투셀, 알지노믹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각각 이중항체, ADC, RNA 치환 치료제, 저분자 면역항암제의 개발 근거와 임상·비임상 성과를 발표했다.

에이비엘바이오, 4-1BB 이중항체 투여 간격 조정으로 간독성 관리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 표적 이중항체의 투여 간격을 최적화해 안전성을 높이고, 병용요법을 통해 항암 반응의 지속기간을 늘리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PD-L1×4-1BB 이중항체 '라지스토미그(ABL503)'의 임상 결과와 클라우딘18.2×4-1BB 이중항체 '지바스토미그(ABL111)'의 개발 성과를 소개했다.

4-1BB는 T세포 활성화를 촉진하는 보조자극 수용체로, 항종양 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는 표적이다. 쉽게 말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활동을 돕는 일종의 가속페달로, 이를 적절히 활성화하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지나친 자극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 활성화에 따른 간독성을 관리하기 위해 라지스토미그의 투여 간격을 기존 2주에서 6주로 확대했다.

지난 10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6)에서 공개된 라지스토미그 단독요법 임상 1상 결과,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2주 간격 투여군 51.6%(16/31), 6주 간격 투여군 26.2%(11/42)로 나타났다. 특히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간기능 검사 수치 상승 발생률은 각각 35.5%(11/31)와 11.9%(5/42)로, 6주 간격 투여군에서 낮게 관찰됐다.

투여 간격을 늘린 환자군에서도 항종양 활성이 확인됐다. 3mg/kg과 5mg/kg을 통합한 객관적반응률(ORR)은 2주 간격 투여군 26.9%(7/26), 6주 간격 투여군 16.7%(6/36)였다. 환자 구성과 평가 시점이 다른 비무작위 초기 임상인 만큼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투여 부담을 줄이면서 항종양 활성을 유지할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다.

이 대표는 "T세포를 너무 자주 자극하면 피로도가 높아져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여 주기를 2주에서 6주로 변경한 결과, 35% 이상 나타나던 3등급 이상의 간효소 상승 부작용이 11%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의 기억 T세포 활성화 기전을 활용해 항암 반응을 오래 유지하는 병용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지바스토미그는 PD-1 억제제 니볼루맙과 항암화학요법(mFOLFOX6)을 병용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ESMO 2026에서 공개된 임상 1b상 장기 추적 결과, 지바스토미그 8mg/kg 병용 투여군의 중앙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16.9개월, 중앙 반응지속기간(mDOR)은 15.2개월이었다. 객관적반응률은 79%(23/29)로 나타났다.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사 노바브릿지는 효능과 안전성, 장기 추적 결과를 종합해 후속 개발 용량을 8mg/kg으로 선정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4-1BB의 강력한 항종양 활성에 주목했지만, 현재는 PD-1 억제제·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을 통해 반응 지속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을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초기 종양 반응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 T세포 활성화를 통해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알지노믹스, RZ-001 표준요법 병용…간세포암 반응률 38.5%

알지노믹스는 암종별 기존 치료 성적과 병용 가능성을 고려해 임상 설계를 달리했다. 간세포암에서는 표준요법에 RNA 치환 유전자치료제를 추가하고, 교모세포종에서는 단독요법으로 안전성부터 확인하는 접근이다.

홍성우 알지노믹스 부사장은 인간 텔로머레이스 역전사효소(hTERT) 표적 RNA 치환 치료제 'RZ-001'과 발간시클로비르를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표준요법에 추가하는 간세포암 임상 1b/2a상을 소개했다.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공개한 13명 대상 중간분석 결과, 고형암 반응평가 기준(RECIST v1.1)에 따른 확증 객관적반응률은 38.5%(5/13)였다. 미확증 부분반응 1건을 포함하면 46.2%(6/13)였다.

간세포암에 특화된 수정 반응평가기준(mRECIST)에서는 객관적반응률 61.5%(8/13), 완전반응(CR) 23%(3/13)가 확인됐다. mRECIST는 종양의 크기뿐 아니라 조영증강을 통해 생존 종양 부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일반 RECIST와 평가 방식이 다르다. 이번 결과는 소규모 초기 분석이며, RZ-001 추가에 따른 독립적인 치료 효과는 후속 대조 임상에서 확인해야 한다.

RZ-001은 표적 RNA를 인식해 일부를 절단하고 치료용 RNA를 이어 붙이는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을 활용한다. 표적 RNA가 존재하는 세포에서 치료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설계한 기술이다. 교모세포종에서는 단독요법을 우선 평가하는 별도의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홍 부사장은 "간세포암은 기존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표준요법의 반응률이 충분히 높지 않아 여기에 유전자치료제를 추가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택했다"며 "교모세포종은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처음부터 병용할 만한 약물이 없어 단독요법으로 안전성을 먼저 입증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병용 약물의 공급 가능성도 임상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 알지노믹스는 아테졸리주맙의 개발사인 로슈,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개발사인 셀트리온과 각각 무상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홍 부사장은 "병용요법을 결정할 때 약물을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약물의 작용기전과 임상적 필요성뿐 아니라 실제 공급 여건까지 초기 개발 전략에 반영한 것이다.

퍼스트바이오, HPK1 억제 확인…바이오마커 기반 용량 최적화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독성 한계뿐 아니라 약물의 실제 표적 억제 효과를 기준으로 임상 용량을 최적화하고 있다. 면역세포 내 신호전달 단백질 HPK1을 억제하는 저분자 면역항암제 'FB849'가 대상이다.

김성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FB849의 초기 임상에서 100mg 투여 시 약력학 바이오마커인 인산화 SLP76(pSLP76)이 최대 100% 억제됐다고 발표했다.

HPK1은 T세포 활성화 과정에서 신호를 억제하는 음성 조절인자로 작용한다. FB849는 HPK1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T세포의 항종양 면역 반응을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pSLP76은 HPK1의 하위 신호전달 지표로, 약물이 표적 경로에 얼마나 작용하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김 부사장은 "30mg에서는 pSLP76이 강하게 억제됐다가 다시 반등했고, 60mg에서는 억제가 어느 정도 지속됐으며, 100mg에서는 24시간 동안 100% 억제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료상 150mg까지 용량제한독성(DLT)이나 중대한 이상사례는 관찰되지 않았다. 초기 안전성 분석에서는 주로 1등급 수준의 위장관 이상반응과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보고됐다. 다만 pSLP76 억제는 약물의 표적 작용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실제 항암 효능을 입증하는 수치는 아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암제 용량 선정에서 최대내약용량(MTD)과 용량제한독성뿐 아니라 약동학·약력학, 유효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퍼스트바이오는 100mg에서 확인한 약력학 반응을 바탕으로 후속 임상의 권장 용량을 검토할 계획이다.

FB849는 환자 유래 종양침윤림프구를 활용한 중개연구에서도 항종양 면역 활성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장암 환자 유래 T세포 분석에서는 탈진 T세포의 사이토카인 분비와 증식이 증가했고, 난소암 환자 유래 세포에서는 면역억제 기능을 가진 조절 T세포(Treg)의 작용이 감소했다.

또한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에서 T세포 기능이 개선되는 결과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연구로, 실제 환자에서의 종양 축소 효과와는 구분해야 한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2027년 1분기 키트루다 병용 임상 2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신장암과 난소암 등 면역항암제 반응 가능성이 높은 암종에서 단독·병용요법의 임상적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인투셀, B7-H3 ADC 저용량 항종양 활성…표적 장기 독성 검증 과제

인투셀은 강력한 항암 활성을 가진 페이로드의 독성을 제어하는 데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 B7-H3 표적 ADC 'ITC-6146RO'에 독자적인 링커와 페이로드 변형 기술을 결합해 종양 선택성과 혈중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전은주 인투셀 개발센터장은 ITC-6146RO의 설계와 비임상 자료를 발표했다. 이 후보물질은 DNA 알킬화 기전의 변형 듀오카마이신을 페이로드로 사용한다. 혈중에서 페이로드가 조기에 방출되는 것을 억제하도록 설계한 OHPAS 링커와 비특이적 세포 유입을 줄이는 페이로드 변형 기술(PMT)을 적용했다.

인투셀이 제시한 비소세포폐암 Calu-6 이종이식 모델에서 단회 투여 21일째 종양성장억제율(TGI)은 1mg/kg군 94%, 2mg/kg군 105%였다. 100%를 넘는 종양성장억제율은 해당 실험의 평가 시점에서 치료군의 종양 크기가 투여 시작 시점보다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전 센터장은 "Calu-6 모델에서 ITC-6146RO는 1mg/kg 단회 투여만으로도 종양 퇴행이 확인됐고, 2mg/kg 이상 투여군에서는 30일 이상 지속적인 반응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된 다른 B7-H3 ADC 비임상 자료에서는 10mg/kg 수준의 투여에서 종양 퇴행이 확인됐지만, 직접 비교한 시험은 아니다"라며 "ITC-6146RO는 낮은 용량에서도 강한 항종양 활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로 다른 시험 조건에서 얻어진 비임상 결과인 만큼, 해당 수치만으로 후보물질 간 효능 우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약물의 혈중 안정성도 확인했다. 마우스·랫드·원숭이·인간 혈장을 이용한 시험에서 약물-항체 비율(DAR) 약 2가 7일간 유지됐으며, 원숭이 약동학 시험에서도 유리 페이로드가 정량한계 미만으로 나타났다.

독성시험에서는 혈액학적 독성이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비혈액학적 장기 독성이 확인됐다. 랫드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GLP 반복투여 독성시험에서 랫드의 뼈·신장·비장·자궁, 원숭이의 신장·심장·피부 등이 주요 표적 장기로 확인됐다.

전 센터장은 "반복투여 독성시험에서 두드러진 혈액학적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일부 장기 독성이 확인돼 임상 초기부터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ITC-6146RO는 국내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1a상 용량 증량을 진행 중이다. 비임상에서 확인한 종양 선택성과 항종양 활성이 사람에서도 재현되는지, 독성 관리가 가능한 치료 용량 범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다음 개발 단계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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