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분절된 사슬 끊어야 산다"… 퀀텀점프 이끌 3대 처방전
범정부 '원팀' 결의 속 산·학·연 "투자 공백·데이터 단절·낡은 규제 타파" 한목소리
임상 2·3상 집중 투자, AI-레디 데이터 구축, 사전규제설계제 도입 등 핵심 과제 도출
"투자는 정점에, 데이터는 안보로, 규제는 내비게이션으로"
'법차손 철폐', '컴퓨팅 인프라 지원', '원스톱 심의 기구 신설' 등 뼈를 깎는 혁신 촉구
김홍식 기자 │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1-06 06:00   수정 2026.11.06 06:01
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포럼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반도체를 이을 대한민국의 넥스트 엔진으로 ‘바이오 산업’이 지목된 가운데, 국가적 역량 결집을 위한 획기적인 청사진이 제시됐다. 

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포럼에서는 민간 투자 공백 해소, AI-레디(AI-Ready) 데이터 생태계 구축, 규제과학 도입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날 행사는 정부 부처와 핵심 자문기구 수장들이 총출동해 바이오 대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를 다졌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환영사를 통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강력한 도약의 기회를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투자가 혁신을, 데이터가 속도를, 제도가 뒷받침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역시 "노벨화학상을 휩쓴 '알파폴드'의 사례처럼 AI와 생명과학의 결합이 혁명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도전적 기초연구 지원을 약속했다.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도 "AI와 생명과학의 결합이 혁명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도전적 기초연구를 꾸준히 뒷받침하고, 연구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데이터가 개별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희목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바이오는 반도체에 이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넘어 식량, 환경, 에너지까지 영역을 넓히고 인공지능(AI)과의 융합으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원 부위원장은 한국이 연구자들의 축적된 지식과 기술, 기업의 도전과 경험, 방대한 바이오·의료 데이터라는 훌륭한 자산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축적된 데이터는 기관 간 연계와 활용의 문턱에 막혀 있고, 유망한 파이프라인은 긴 연구개발(R&D) 기간을 뒷받침할 자금이 부족하며,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기술을 평가할 규제 기준과 절차가 제때 마련되지 않아 현장 적용이 늦어지는 점도 꼬집었다.

원 부위원장은 "이러한 당면 과제들은 과학기술, 경제, 규제 등이 폭넓게 얽혀 있어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바이오 산업 주권 강화로 이어가기 위해 과학기술과 경제·산업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산업계와 정부가 협력하는 중심체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며 3대 자문기구가 연합한 이번 포럼의 융합적 의의를 재차 확인했다

이어 영상 격려사 및 축사에 나선 정부 주요 부처 수장들은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며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보통 10년이 넘게 걸리지만, 이는 오늘의 연구실과 내일의 생명을 잇는 산업"이라고 바이오 산업의 가치를 평가하며, "2030년까지 매년 50개씩 총 200개의 제약바이오 프론티어 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투자 공백을 해소할 정책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분산된 바이오 데이터의 연계와 표준화,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 및 시행 등 현장의 어려움을 풀기 위한 노력도 함께 강조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회사 하나가 일국의 경제를 이끄는 시대"라며, 6개 부처 총 1.5조원 규모의 바이오 정책 펀드와 200조원의 국민성장 펀드를 연계한 촘촘한 투자 및 금융 지원 확대를 공언했다. 아울러 의료 데이터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만들기 위한 AI 융합 촉진 방안을 제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융합에 따른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7대 SEED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관 협력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약속하며, "지난 10월 세계 바이오 서밋의 'AI 헬스케어 서울 선언문'을 계기로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AI 혁신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기술 혁신에는 제도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며 혁신적 바이오 신산업이 달릴 수 있는 선제적인 규제 길잡이 역할을 다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단 20%의 신약만이 개발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창출할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최근 정부가 허가 이전에 제조한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 합리화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계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원희목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영상축사 (왼쪽부터) 한성숙 국무총리,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영상축사 (왼쪽부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왼쪽부터)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 이현숙 서울대학교 교수, 양성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규제특위 위원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투자는 정점에, 데이터는 안보로, 규제는 내비게이션으로"

첫 발제를 맡은 묵현상 대표는 과거 1983년 64K DRAM 개발 당시 4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과감한 간접 투자가 오늘날의 삼성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듯, 바이오 산업에도 대규모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묵 대표는 바이오 가치사슬 분석을 통해 가장 큰 부가가치는 초기 물질 발굴이나 하청 생산(CDMO)이 아닌, '임상 1~3상을 거쳐 허가를 받는 구간'에서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들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임상 초기에 기술을 헐값에 이전(라이선스 아웃)하고 있으며, 이를 "15살 먹었을 때 양자 보내 남의 집 소를 키우게 하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국내 대형 빅파마 5곳과 중소 바이오벤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SPC) 방식의 '임상 2·3상 중점 투자'를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벤처캐피탈(VC)이나 보수적인 정부 중심의 펀드 운용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 패밀리오피스 방식을 벤치마킹한 '비공개 투자심의위원회' 신설을 주장했다. 

묵 대표는 또한 "온정주의를 버리고, 능력이 안 되는 기업은 철저한 심사를 통해 퇴출하거나 걸러내야 한다"며 기술특례상장 요건 강화와 시장 원리에 입각한 냉정한 평가를 주문했다.

이현숙 교수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10년 내 3배(약 6조달러 규모) 성장할 것이라며,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가 국가 안보이자 경제 패권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단일 건강보험과 훌륭한 유전체 데이터를 보유한 '데이터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과 부처별로 흩어져 분절되어 있어 실제 AI가 학습할 수 있는 'AI-레디(AI-Ready) 데이터'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파폴드나 모더나의 mRNA 암백신 성공 배경에는 수십 년간 누적된 공공 데이터와 실패 데이터의 공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성공한 논문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만들 수 없다며, "기업과 연구실에 쌓인 90%의 실패 데이터를 유인해 국가 자산화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R&D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 표준화를 강제하고, 'IRB(연구윤리심의위원회)와 DRB(데이터심의위원회)'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플랫폼 구축, 그리고 정부 투자가 부처 경계에서 끊기지 않는 '공진화 루프' 설계를 촉구했다.

양성일 위원장은 "규제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한다"며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대전환을 주창했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항만 법령으로 분명히 금지하고, 불확실성이 있는 신기술은 조건부 허용 및 사후 검증을 통해 과감히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제안은 '사전규제설계제'다. R&D 기획 단계부터 규제 당국(식약처, 심평원, 보건의료연구원 등)이 공동 참여해 무엇을 입증하고 평가받을지 미리 경로를 그려주어, 연구 종료 후 다시 데이터를 요구받아 임상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제약 분야에서는 환자의 일상생활 공간을 활용하는 분산형 임상(DCT) 도입, 심사관이 고의·중과실 없이 혁신 신약을 심사했을 때 징계를 면제해 주는 '소신 심사 보호제'를 제안했다. 의료기기 분야에 대해서는 파편화된 4~5개의 선진입 제도를 단일 창구로 통합하고, 한 번 자료를 제출하면 기관들이 공동 활용하는 체계를 만들어 진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법차손 폐지부터 컨트롤타워 구축까지"

권덕철 상지대 석좌교수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산업계와 학계, 규제기관 전문가 6인이 참석해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최윤희 박사는 임상 2~3상 자금 공백(데스밸리) 해소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대규모 자본 투자뿐만 아니라 허가·급여 제도를 한 방향으로 맞췄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20여 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임계 규모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물리적·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을 주문했다.

황만순 대표는 바이오텍 생존과 직결된 자본시장 규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R&D에 매진할수록 적자가 쌓여 상장폐지 위협을 받는 '법차손' 제도는 전 세계에 없는 규제"라며 즉각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장기간 거액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상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복수의결권' 확대 적용과 초기 기업을 위한 다양한 소규모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오두병 본부장은 데이터의 가치 평가에 방점을 찍었다. 오 본부장은 "데이터 생산자가 보안 및 품질 관리에 비용을 쓰지만 보상은 없다"며, 실비 보전(1단계)부터 재활용률에 따른 인센티브(2단계), 후속 투자 연계(3단계)로 이어지는 보상 체계를 제안했다. 아울러 데이터 신청부터 활용까지 걸리는 기간을 1개월 내로 단축할 것을 촉구했다.

백민경 교수는 현장의 컴퓨팅 자원 부족을 호소했다. 백 교수는 "정부가 분배 철학에 치우쳐 연구자에게 필요한 대규모 GPU 자원을 잘게 쪼개어 배분하다 보니 심도 있는 AI 연구가 불가능하다"며,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 기획 시 맞춤형 컴퓨팅 인프라 지원과 융합 인력 양성을 필수적으로 매칭할 것을 요구했다.

권경희 교수는 "EU나 일본이 새로운 의약품법을 제정하듯, 한국도 기존 약사법에서 분리된 새로운 '바이오/의약품 제품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부처별로 쪼개진 인허가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범부처 '통합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법민 교수는 의료기기 규제 혁신에 대해 "사전규제설계제 도입은 환영하나, R&D 기획 단계와 임상 단계 사이에 큰 변동이 발생하므로 이를 이원화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행 5가지 선진입 제도들이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기업 체감도를 고려해 정교하게 통합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공동포럼은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이 직면한 최대 적이 부처 간 분절된 예산·데이터·규제 시스템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와 같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마에스트로 역할을 맡아 기초 연구부터 상업화까지 끊김 없는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차세대' 동력이 아닌 '현재'를 이끄는 국가 주력 엔진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패널토론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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