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신약 속도전, 한국은 순서부터 바꿔야" 올릭스·글로벌 VC가 짚은 생존 조건
올릭스 "신약개발 초기부터 임상·제조·규제·사업화 함께 설계해야"
RA캐피털 "중국 신약개발 속도 압도적…한국은 차별화 전략 필요"
노나바이오 "글로벌 기술이전 성공하려면 충분한 데이터와 경쟁력 입증해야"
권혁진 기자 │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30 17:40   수정 2026.10.30 18:02
(왼쪽부터) 이영미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바이오투자전략 분과위원장, 진원 인 노나바이오사이언스 연구개발 디렉터, 조슈아 레스닉 RA캐피털 파트너, 민지영 올릭스 수석부사장 겸 최고개발책임자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현장.©약업신문=허지수 기자

“먼저 표적을 찾고 비임상시험을 진행한 다음 임상에 들어가는 순차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지영 올릭스 수석부사장 겸 최고개발책임자(CDO)가 한국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방식에 변화를 주문했다. 우수한 기술만으로는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나 기술이전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한국도 개발 초기부터 임상·제조·규제·사업화를 함께 설계하고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세션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의 생존 게임: 누가 투자받고 누가 탈락하는가'에서 이뤄졌다. 

이영미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바이오투자전략 분과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민 수석부사장과 조슈아 레스닉(Joshua Resnick) RA캐피털 파트너 겸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진원 인(Jinwen Yin) 노나바이오사이언스 연구개발 디렉터가 참여했다.

올릭스 “신약개발은 순차적 절차 아닌 하나의 통합 과정”

민 수석부사장은 신약개발 성공의 핵심으로 개발 단계 간 일관성을 꼽았다.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와 임상개발, 제조·품질관리(CMC), 규제 요구사항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상업화에 이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민 수석부사장은 “신약개발에서 진정한 돌파구는 과학과 임상, 규제, 시장 분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다”며 “개별 기능이 일관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신약개발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술력도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뛰어난 CMC 제조 역량,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경험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만 표적 발굴과 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차례로 진행하는 기존 개발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규제기관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목표제품특성(TPP)과 위험·편익 평가를 어떻게 설정할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며 “신약개발을 처음부터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릭스가 개발하는 RNA 간섭(RNAi) 치료제의 가능성도 소개했다. RNAi는 특정 유전자의 메신저RNA(mRNA)를 분해해 표적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민 수석부사장은 “RNAi는 유전자 발현 억제 수준과 약효 지속기간을 설계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며 “환자의 투여 편의성과 사업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릭스는 이러한 RNAi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과 임상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일라이 릴리와 'OLX702A'에 대해 최대 6억3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8월에는 중국 한소제약과 siRNA 서열 2종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30일에는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OLX301A(OLX10212)'의 호주 임상 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민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치료 기술도 임상적 효용과 제조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의 제조상 이점을 활용하되, 실제 생산과 품목허가까지 고려해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RA캐피털 “중국과 분자 최적화 경쟁보다 새로운 생물학에 집중해야”

조슈아 레스닉 RA캐피털 파트너는 중국이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 발굴 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의 높은 의약품 가격이 신약개발 산업의 비효율을 감당해 왔지만, 앞으로는 개발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스닉 파트너는 “중국에서는 새로운 표적이 알려지면 몇 주 안에 여러 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며 “분자 설계와 최적화를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링 기반 신약 발굴에서 중국의 규모와 속도는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은 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정면 경쟁하기보다 다른 영역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알려진 표적을 바탕으로 후보물질을 빠르게 개선하는 경쟁에서 중국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질환 생물학과 혁신 플랫폼을 발굴하거나 글로벌 임상개발과 상업화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판단에서는 특정 치료 기술의 유행보다 환자에게 제공할 가치와 개발 성공 가능성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레스닉 파트너는 “투자는 개발 비용, 성공 가능성, 성공했을 때의 가치를 판단하는 문제”라며 “분명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면서 다른 후보물질이 쉽게 추격할 수 없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DC가 유망하다고 모든 질환이 ADC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먼저 해결하려는 문제를 정한 다음 그 문제에 가장 적합한 치료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나바이오 “글로벌 기술이전, 데이터 몇 개보다 전체 개발 논리 중요”

진원 인 노나바이오사이언스 연구개발 디렉터는 동일한 표적을 겨냥하더라도 항체 설계 방식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나바이오사이언스는 인간화 중쇄 단독 항체 생산 마우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항체를 발굴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인 디렉터는 염증·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33(IL-33)을 사례로 들며 “이미 임상적으로 검증된 표적이라도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와 작용 방식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항체 등 다중특이성 항체 개발에서는 표적을 조합하는 과학적 근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 다른 두세 가지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한다고 무조건 좋은 치료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왜 그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야 하는지 임상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협상에서는 개별 시험 결과보다 전체 데이터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 디렉터는 “후보물질의 결합력과 세포 기능시험 결과만 나열해서는 부족하다”며 “왜 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어떤 근거로 후보물질을 선택했는지 전체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술이전 실사에서는 필수 비교시험이나 핵심 검증자료가 누락된 사례도 있었다. 일부 자료만 확보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서면 글로벌 제약사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추가 자료를 요구받을 때 아직 시험하지 않았다고 답하거나 일부 벤치마크만 제시하면 신뢰가 떨어진다”며 “경쟁 후보물질과 비교할 충분한 데이터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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