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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접 상업화 성공을 발판으로 차세대 글로벌 신약 확보에 속도를 낸다. 자체 연구개발과 상업화로 축적한 역량에 인공지능(AI) 신약 발굴 기술과 외부 바이오텍의 혁신 후보물질을 결합한다. 특히 완성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신약 발굴 초기부터 공동개발에 참여해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한다.
SK바이오팜 신해인 포트폴리오본부장(부사장)은 23일 인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2026 AI 바이오 신약 글로벌 서밋 인천(ABDD Summit 2026)'에서 '신약 발굴에서 글로벌 혁신까지(From Discovery to Global Innovation)'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전략을 제시했다.
신 부사장은 “지금까지 글로벌 신약개발과 상업화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제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AI 기술과 외부 파트너의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업조직 '0명에서 100명으로'…엑스코프리가 만든 성공 공식
SK바이오팜 글로벌 사업 역량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에서 출발한다. 성인 부분발작 치료에 사용하는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2020년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FDA 허가, 미국 직접 판매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또 다른 신약 '수노시(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는 기술수출 기반 상업화 사례다. 기면증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성인의 과도한 주간 졸림증을 개선하는 치료제로, SK바이오팜이 초기 개발한 뒤 해외 파트너가 후속 임상과 허가·상업화를 진행해 2019년 FDA 승인을 받았다.
신 부사장은 미국 직접 판매를 결정한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국에 영업조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과연 직접 판매가 가능할지 고민이 컸다”며 “뇌전증 치료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량이 많은 의사와 필요한 방문 횟수를 계산한 결과, 약 100명의 영업인력으로도 의미 있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신경과 전문의 약 2만명 가운데 뇌전증 치료제 처방 잠재력이 높은 의료진을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수립했다. 2018년 신약허가신청(NDA) 이후 현지 영업조직 채용과 교육, FDA 심사 대응, 공급망 구축을 병행했다. 마케팅에서는 발작 횟수 감소를 넘어 일정 기간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발작 소실(Seizure Freedom)을 궁극적인 치료 목표로 제시했다.
신 부사장은 “발작이 10번에서 2번으로 줄어드는 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발작이 없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의 2026년 2분기 연결 매출은 2474억원, 영업이익은 971억원이다. 이 가운데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2244억원을 차지했다. 자체 신약의 현지 매출을 후속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AI로 완성된 신약 도입 넘어 초기부터 공동개발…신약 발굴 구조 바꾼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약 발굴 과정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고, 외부 연구 역량을 내부 개발체계와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 부사장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들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그동안 해왔던 방식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우며,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성공을 만들어내기 힘든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6월 생성형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명칭을 공개하지 않은 3개 표적을 대상으로 신약 발굴을 추진한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화합물 설계와 최적화를 수행하고, SK바이오팜은 표적 선정과 연구 방향을 주도하면서 비임상·임상개발 경험을 제공한다. 공동연구로 확보한 후보물질의 소유권과 전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는 SK바이오팜이 갖는다.
특히 AI가 생성한 분자 구조와 실험 검증 결과, 화합물 구조·활성 관계(SAR) 데이터도 축적해 자체 신약 설계 역량을 강화한다. 외부 기술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시간과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신 부사장은 “과거에는 이미 만들어진 후보물질을 도입했다면, 이제는 후보물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각자의 역량을 결합해 함께 개발하는 시대”라며 “외부 연구 역량을 내부 연구소처럼 활용하는 확장형 연구소(Extended R&D Lab) 개념으로 신약 발굴 시간을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바이오와 4308억원 계약…K바이오 기술을 글로벌 신약으로
국내 바이오텍과의 협력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은 지난 9월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와 파킨슨병 신약개발 프로그램 '1ST-104'의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계약 규모는 약 4308억원으로, 선급금 25억원과 조건부 기술료 등을 포함한다. 별도로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도 추진했다.
'1ST-104'는 LRRK2와 c-Abl 단백질 인산화효소를 동시에 억제하도록 설계한 경구용 저분자 신약개발 프로그램이다. 특히 LRRK2의 비활성 구조를 표적으로 하는 제2형(Type II) 저해 방식을 활용한다.
LRRK2와 c-Abl은 파킨슨병에서 세포 내 단백질 처리 기능 이상과 알파시누클레인 축적 등에 관여하는 표적이다. 두 경로를 함께 조절해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 진행을 늦추는 질병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계약의 차별점은 전임상 후보물질(PCC)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글로벌 권리를 선점했다는 데 있다. 다만 실제 질병 진행 억제 효과는 후속 비임상·임상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이 계약은 SK바이오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가 추진한 첫 후보물질 도입 사례다. OIC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초기 유망 표적과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공동연구와 기술도입, 지분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조직이다.
신 부사장은 “퍼스트바이오와의 계약은 이제 시작”이라며 “초기 단계의 유망 후보물질을 함께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협력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에 구축한 'SK 라이프사이언스 링스(SK Life Science LinX)'도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거점이다. 지난 6월 개소한 링스는 공유 업무공간과 현지 네트워크, 사업화 경험을 제공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0월 10일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와 미국 뉴저지에서 약 170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행사를 개최했다. 엑스코프리의 신약 발굴부터 임상개발, FDA 허가, 미국 상업화까지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며 협력 기회를 확대했다.
신 부사장은 “우리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협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준 자리였다”며 “글로벌 성공 경험을 다음 세대의 혁신에 활용하되,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한국 바이오기업과 글로벌 파트너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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