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건기식 트렌드, '초세분화·일상 루틴’ 급부상
수면·혈당·관절 등 특정 건강 고민만 핀포인트로 노리는 '맞춤형 특화 상품' 대세
알약 삼키던 시대 끝… 액상 샷·단백질바 등 일상에 스며드는 '루틴 식품' 급부상
편의점은 '이중제형', 온라인은 '가성비'… 유통 채널별 소비 동선 맞춘 전략에 사활
김홍식 기자 │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30 06:00   수정 2026.09.30 06:01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급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서, 세분화된 타깃을 공략하는 맞춤형 상품들이 제약사와 건기식 브랜드들의 새로운 생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등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3년 6조 1415억 원에서 2024년 5조 9531억 원으로 소폭 감소하며 정체기에 진입했다. 

건강 관리가 특정 질환 예방 차원이 아닌 전 연령층의 일상으로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대형 단일 품목이나 종합 영양제에 의존하던 과거의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자신의 구체적인 건강 고민을 해결해 줄 세부 카테고리를 찾아 매일의 '루틴'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판매 및 검색 데이터를 살펴보면, 건기식 카테고리는 단순 고함량 경쟁을 넘어 효능별로 극도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진 지형 변화를 보이는 곳은 관절 및 뼈 건강 분야로, 과거 글루코사민이나 MSM이 주도하던 시장이 최근 '콘드로이친', '뮤코다당단백', 'MBP' 등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수면 및 멘탈케어 시장 역시 현대인의 스트레스 완화 니즈가 커지면서 '멜라토닌', '테아닌', '가바(GABA)' 성분을 앞세운 제품들이 주요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위·장 건강 및 다이어트 카테고리의 경우, 프로바이오틱스가 단순 장 케어를 넘어 '다이어트 유산균', '혈당 유산균', '구강 유산균' 등으로 섭취 목적에 따라 파편화되었으며,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주는 '바나바잎' 추출물을 결합한 복합 기능성 제품이나 '카무트 효소', '브로멜라인', '매스틱'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초 영양소인 비타민조차 체내 흡수율을 높인 '리포좀 비타민'이나 복합 기능성을 띤 '비타민 K2+D3' 등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카테고리의 세분화와 더불어 섭취 방식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의 건강식품 소비 동향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건기식을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삼키는 '약'이 아니라 맛있게 경험할 수 있는 '식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능을 소구하는 것을 넘어 하루 일상 속 반복되는 습관으로 스며들기 위해 매일 아침 공복에 섭취하는 '올리브레몬샷'이나 '진저샷' 같은 액상샷 제품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백질 카테고리 역시 근육 보충용 파우더에서 단백질 캔디, 셰이크, 단백질 바 등 '맛있는 디저트' 형태의 루틴 식품으로 진화했으며, 글로벌 동향에서도 첨가물 없이 리얼 과일 등 원물만으로 제작한 '클린 라벨' 제품과 천연 대체당인 '대추야자', 뇌 건강을 강조한 '노루궁뎅이버섯' 소재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 채널들은 이러한 트렌드와 섭취 편의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기존 70%의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건기식을 대량 구매하던 행태의 틈새를 노려, 소량 및 낱개 구매가 가능한 1인 가구 타깃의 '데일리 케어' 거점으로 변신 중이다. 

과거 시니어층 위주의 홍삼이나 숙취해소제가 주류를 이뤘던 편의점 매대는 현재 비타민, 장 건강, 다이어트 등 전 연령층 타깃 상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를 위해 종근당건강 등과 협력해 다이어트, 눈 건강, 장 건강, 간 건강 등 타깃이 명확한 제품군을 내놓았으며, 특히 물 없이도 알약과 액상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이뮨샷' 등 이중제형 멀티비타민과 '밀크씨슬 파워샷' 등을 계산대 인근에 집중 진열하여 즉각적인 섭취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반면, 2025년 기준 전체 건기식 유통의 71.0%를 차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는 쿠팡이 압도적인 로켓배송 물류망과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바탕으로 패권을 굳히고 있다. 

고물가 기조 속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자 수요에 맞춰 쿠팡 내 건기식 매출의 54%가 3만원 미만의 가성비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온라인 건기식 시장의 급성장세에 따른 가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쿠팡은 영업신고증 및 수입신고 확인증 등 자격 공인 서류를 검증하는 선제적 예방조치, AI 기반 모니터링, 그리고 권리자 신고에 따른 판매 중지 제도를 가동해 신뢰도를 대폭 높였다.

또한, 국내 건기식 시장 내 약 1조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선물하기' 시장을 겨냥해 단일 주문으로 다중 배송지를 지정하는 기능과 직관적인 UI/UX 개편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건기식 시장이 '어떤 성분을 얼마나 담았는가'를 겨루는 성분 스펙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 점유 경쟁으로 바뀌었다"며 "소비자들은 더 이상 건기식을 억지로 챙겨 먹는 약이 아니라, 가치 있고 맛있게 경험하는 식품으로 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약사들이 기존의 무거운 마케팅에서 벗어나, 젊은 층의 모닝 루틴을 파고드는 감각적인 웰니스 샷이나 온라인 플랫폼의 가성비 라인업처럼 소비자 동선에 맞춘 제형 혁신과 채널별 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체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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