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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 만든 도파민 신경전구세포가 파킨슨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도파민 신호를 보완하는 기존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 자체를 환자의 뇌에 이식해 도파민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다.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iPSC 유래 도파민 신경전구세포의 안전성과 기능을 확인했고, 연구 성과는 일본 내 제품 승인과 산업생산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시작한 세포치료 기술이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제조·규제·상용화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첨단재생의료 사례로 주목된다.
준 다카하시 교토대학교 iPS세포연구소(CiRA) 교수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세포·유전자치료 발전전략 국제포럼’에서 ‘파킨슨병을 위한 iPS 세포 기반 치료법(iPS cell-based therapy for Parkinson's disease)’을 주제로 연구개발과 임상, 산업화 과정을 소개했다.
이번 포럼은 ‘KOREA LIFE SCIENCE WEEK 2026(코리아 라이프사이언스 위크 2026)’의 일환으로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가 마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연구개발부터 임상, 제조, 규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전략을 공유하고 국내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배병준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회장은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중심으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기존 치료법으로 극복하기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선제적이고 유연한 규제 혁신, 산·학·연·병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첨단재생의료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은 기존 의료의 한계를 넘어 난치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미래 핵심 산업”이라며 “혁신적인 연구개발 성과가 신속하게 임상 현장에 적용되고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최 지원관은 “기초 연구부터 임상, 제품화까지 전 주기에 걸친 R&D 지원과 관련 인프라를 확대해 국내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약으로 보완하던 도파민, 세포가 직접 만든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근육이 굳고 떨림이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현재 치료는 주로 약물을 통해 부족해진 도파민 신호를 보완하고 증상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교토대 연구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건강한 공여자에서 만든 iPSC를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킨 뒤 환자의 뇌에 직접 이식했다. 이식한 세포가 뇌 안에서 살아남아 도파민 신경세포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세포 대체치료(cell replacement therapy)’다.
다카하시 교수는 “세포 대체치료의 목표는 파킨슨병에서 소실된 신경세포를 보충해 도파민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이식한 세포가 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아 도파민을 만들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원하는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보다 정밀하게 확보하기 위해 CORIN이라는 세포 표면 단백질을 선별 마커로 활용했다. 쉽게 말해, 여러 종류의 세포 가운데 치료에 필요한 도파민 신경계열 세포를 골라내고 농축하는 과정이다.
원숭이 파킨슨병 모델에서도 이식한 세포가 장기간 살아남아 신경 돌기를 뻗고 도파민을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진입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있다”며 “좋은 세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세포 특성, 안전성, 제조공정, 수술법까지 함께 확립해야 실제 치료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7명 환자에 이식…2년 뒤에도 도파민 합성 증가 확인
교토대병원은 파킨슨병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건강한 공여자 유래 iPSC에서 만든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뇌 양쪽 피각(putamen·조가비핵)에 이식받았다.
이식은 정위적 뇌수술을 통해 이뤄졌다. 뇌의 목표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세포를 여러 지점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환자들은 저용량 약 500만개 또는 고용량 약 1000만개의 세포를 이식받았다.
연구팀은 이후 2년 동안 환자들을 추적하며 안전성과 이식세포의 기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종양 형성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식편 유발 이상운동증(graft-induced dyskinesia, GID)도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¹⁸F-DOPA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이식 부위에서 도파민 합성이 증가한 신호를 확인했다. 단순히 세포가 살아남은 것을 넘어 이식세포의 도파민 신경 기능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다카하시 교수는 “수술 전과 1년, 2년 후 PET 영상을 비교하면 이식한 부위에서 도파민 생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식한 세포가 뇌 안에 정착해 기능하고 있다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운동기능도 개선 신호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찾는 단계”
운동ㅍ기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파킨슨병 운동ㅍ증상을 평가하는 MDS-UPDRS Part III에서 다수 환자가 치료 전보다 점수가 낮아졌다. MDS-UPDRS Part III는 점수가 낮을수록 운동증상 부담이 낮다는 의미다.
약효를 배제한 OFF 상태에서도 평균적으로 운동ㅍ기능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고, 약물을 복용한 ON 상태에서도 여러 환자에서 개선 신호가 확인됐다. Hoehn & Yahr 병기 역시 일부 환자에서 개선됐다.
다카하시 교수는 발표에서 iPSC 유래 도파민 신경전구세포의 △안전성 △기능성 △유효성을 차례로 제시하며 세 영역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PET에서 도파민 생성이 증가했고 운동ㅍ기능에서도 개선된 환자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어떤 환자가 이 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지 파악하고 적절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초기 단계 임상이지만 세포의 안전성과 기능, 환자 운동증상 변화까지 하나의 임상에서 연결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파킨슨병에서 iPS 세포 유래 도파민 세포의 1/2상 임상시험(Phase I/II trial of iPS-cell-derived dopaminergic cells for Parkinson’s disease)’으로 발표됐다.
연구실에서 공장으로…한 번 생산해 50명 공급 목표
교토대 연구는 임상에서 멈추지 않고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스미토모파마와 락테라(RACTHERA)는 동종 iPSC 유래 도파민 신경전구세포 치료제 ‘암셰프리(AMCHEPRY, raguneprocel)’를 개발했으며, 스미토모파마는 올해 3월 일본에서 조건부·기한부 제조판매 승인을 받았다.
일본의 재생의료 규제체계는 유효성이 추정되고 안전성이 확인된 재생의료제품에 조건과 기한을 붙여 승인한 뒤 추가 임상과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암셰프리’는 이 제도를 통해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한 사례다.
제조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연구자가 직접 세포를 배양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세포 해동과 증식, 신경세포 유도, 필요한 세포 선별, 동결보존까지 이어지는 공정을 자동화하는 방향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발표에서 폐쇄형 대량 자동배양 장비와 대형 세포선별 시스템을 적용해 한 번의 생산 배치로 약 50명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포치료제 역시 일정한 품질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어야 산업화가 가능하다.
다카하시 교수는 “세포 대체치료는 결국 수술로, 과학적 엄밀성뿐 아니라 윤리, 수술 가능성, 제조공정,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사용자는 퍼스트인클래스가 아니라 베스트인클래스를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계와 병원, 산업계가 개발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세포치료를 실제 임상으로 옮기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KOREA LIFE SCIENCE WEEK 2026’은 경연전람과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사이언스21이 주최하는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및 첨단재생의료 산업 전시·콘퍼런스다.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기술과 산업 동향을 공유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행사는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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