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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는 어디까지 인간을 닮을 수 있고, 인간은 그 기술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과 생명의 경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오갔다. 질환 모델이나 신약개발 도구로 익숙했던 오가노이드를 놓고 연구자와 작가가 한자리에 앉아 인간의 의식과 생명의 경계, 동물실험,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차례로 꺼내 들었다.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컨퍼런스 2026(ODC26)’ 세션 5 ‘Through the Mirror : Science’에서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선웅 고려대학교 교수, 김샨탈 작가가 참여한 북토크가 진행됐다.
원종우 작가가 사회를 맡아 과학과 산업,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생명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질문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유종만 대표가 쓴 소설 『안테나』였다.
유 대표는 작품에서 인간의 뇌 중앙부에 위치해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송과선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의식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어왔고, 이를 송과선 오가노이드라는 과학적 소재와 결합해 소설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송과선 오가노이드와 뇌 오가노이드가 향후 의식과 감각에 관한 질문을 탐구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을 상상하면서도, 이를 현재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과 구분했다.
“사이언티스트면 보통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글을 쓰지만, 여기서는 저의 상상과 현재까지의 과학적 이야기를 함께 구성했습니다.”
소설에서 출발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실제 오가노이드 연구로 이어졌다. ‘오가노이드는 하나의 장기만 잘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주변 환경과의 연결, 이른바 ‘컨텍스트(Context)’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생명체든 기관이든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과 무언가와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오가노이드 역시 어떤 장기와 연결되고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기능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오가노이드가 몸과 연결된다면” 키메라 연구가 던진 질문
논의는 곧 뇌 오가노이드와 키메라 연구로 확장됐다.
선웅 교수는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동물의 뇌 등에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외에서 키운 인간 오가노이드는 완전히 성숙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만, 동물의 몸에 이식하면 생체 환경의 도움을 받아 기능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뇌 오가노이드를 따로 떼어놓은 상태에서는 외부와 몸 안의 감각이 통합되기 어렵다”며 “몸에 붙이고 여러 감각과 정보를 연결한다면 다른 단계로 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식 키메라 연구 역시 이러한 연결성을 살펴보는 한 방식이다.
과학의 가능성이 커질수록 질문도 따라붙었다. 이야기가 ‘의식’으로 넘어가자 선 교수는 현재 연구 수준을 분명하게 구분했다.
그는 “의식과 같은 매우 고차원적인 부분은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연구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다 잘 구현하고 질환과 약물 반응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즉,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동물에 이식한다고 해서 곧바로 인간적인 의식이나 정체성이 생기는 단계는 아니다.
곰벌레가 던진 질문 “인간과 다른 생명은 시간을 어떻게 느낄까”
북토크의 시선은 다시 문학으로 옮겨갔다.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시간과 기억이 화두가 됐다.
김샨탈 작가는 소설 『슬리핑 뷰티 2』에서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완보동물, 이른바 곰벌레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김 작가는 곰벌레가 대사를 극도로 억제하는 휴면 상태인 ‘툰(Tun)’ 형태에 들어갔다 다시 깨어나는 특성에 주목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시간과 기억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가능성을 상상하며 삶과 죽음, 기억과 개체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작품에 담았다.
그는 “다른 동물은 인간과 아예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툰 상태에 들어갔다 다시 깨어나는 과정에서 기억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과 같을까라는 질문이 컸다”고 말했다.
일부 완보동물에서 나타나는 단위생식 등을 통해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개체가 만들어지더라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를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작품에 담았다.
문학이 던진 질문은 다시 과학으로 돌아왔다. 서로 다른 장기 오가노이드가 결합되고 외부 환경과 연결될 경우, 각각의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통합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동물실험 대체하려면 결국 데이터가 쌓여야”
과학과 문학을 오가던 대화는 오가노이드 산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감축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신접근법(NAMs)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오가노이드의 기능을 충분히 구현하기 위해 다시 동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선 교수는 이를 기술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로 설명했다.
그는 “실험동물은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근거로 결과를 예측해왔다”며 “오가노이드의 예측력이 실험동물과 충분하거나 더 뛰어나다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실험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가노이드 데이터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라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종만 대표도 오가노이드가 곧바로 모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당장 모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거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부분도 있다”며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야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과장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방향성은 그쪽으로 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체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함께해야
북토크의 마지막 화두는 ‘과학을 사회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였다.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자리는 결국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선 교수는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하면서 연구 현장보다 외부에서 윤리적 우려가 더 크게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가노이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현재 상태가 무엇인지를 더 많이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며 과학자의 퍼블릭 아웃리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 역시 오가노이드 기술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기술의 활용 방향을 연구자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개발은 저희 같은 기술자들이 하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인문학자와 소설가 등 여러 분야가 함께 논의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시대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서 명확한 답이 내려진 질문은 많지 않았다. 대신 연구자는 기술의 현재 수준과 한계를 설명했고, 작가는 과학이 아직 답하지 못한 생명과 존재의 문제를 다시 던졌다.
오가노이드가 앞으로 얼마나 정교해질 것인가 못지않게, 인간이 그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과학이 새로운 생명 모델을 만들어갈수록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언어와 질문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북토크가 남긴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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