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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공정개발이 경험과 평균값 중심의 스케일업을 보완해 세포가 배양조 내부에서 실제 경험하는 물리적 환경을 정량적으로 해석·비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CFD)을 활용해 전단응력과 산소전달, 혼합 상태의 공간별 차이를 계산하고 이를 공정 이전과 디지털 트윈까지 연결하는 전략이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홍종광 교수는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싸토리우스 이노베이션 포럼 2026(Sartorius Innovation Forum 2026)’에서 ‘CFD: Guided optimization of cell culture bioprocessing’을 주제로 발표하고, CFD를 활용한 세포배양 공정 최적화와 스케일업·스케일다운, 서로 다른 바이오리액터 간 공정 이전 사례를 공개했다.
홍 교수는 바이오매뉴팩처링 디지털화의 출발점을 ‘공정 편차 최소화’로 짚었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배양 조건이 생산성과 함께 최종 제품의 품질 특성에도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정 자체에 대한 정량적 이해가 중요하다.
홍 교수는 “바이오 제조에서는 정량적인 평가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 공정개발과 생산 과정에서는 개인의 노하우에 의존한 의사결정도 상당히 많다”며 “사람이 바뀌거나 공정 스케일이 달라질 때 이런 부분이 편차를 만들 수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균 kLa·P/V로는 부족…“세포가 놓인 위치마다 환경 다르다”
CFD는 바이오리액터 내부 유체 흐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배양조 형상과 운전조건을 컴퓨터 모델로 구현하고 내부 공간을 작은 계산 영역으로 나눠 유속과 난류, 전단응력, 기체-액체 거동 등을 계산한다. 홍 교수는 CFD를 인공지능(AI)과 달리 물리 법칙에 기반한 기계론적 모델(mechanistic model)로 규정했다.
기존 세포배양 공정의 스케일업에서는 단위체적당 동력(P/V)이나 체적산소전달계수(kLa) 같은 평균값을 주요 기준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같은 평균값을 맞춰도 소형과 대형 바이오리액터 내부의 국소 유속이나 전단응력, 산소전달 환경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홍 교수는 “현재 스케일업에서는 평균 P/V나 kLa를 많이 사용하지만 소형과 대형 바이오리액터 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며 “CFD를 이용하면 평균값 하나가 아니라 공간별 분포 전체를 볼 수 있고, 이러한 프로파일의 유사성을 공정 스케일링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포가 배양조 안에서 실제 받는 물리적 자극을 보다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의미다. 같은 P/V 조건에서도 임펠러 주변과 배양조 외곽의 전단응력은 달라질 수 있고 산소 역시 모든 위치에 동일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세포 성장뿐 아니라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생성, 최종 제품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0rpm 전 구간 분석…세포 성장과 유체역학 연결
홍 교수는 실제 배양 데이터와 CFD 결과를 연결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50mL spin tube와 125mL·500mL·1L Erlenmeyer flask 등 4종의 진탕 배양 용기를 대상으로 20rpm부터 260rpm까지 30rpm 간격으로 세포배양과 CFD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세포 성장 성능과 CFD 해석에서 얻은 kLa 등 유체역학 지표의 관계를 분석해 운전조건을 정량화했다.
특히 연구진은 260rpm의 높은 회전속도에서도 세포가 생존하며 성장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다만 이를 모든 배양 시스템에서 높은 교반 속도가 안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진탕 배양 용기와 임펠러가 회전하는 교반탱크형 바이오리액터(stirred-tank reactor, STR)는 유체가 움직이는 방식과 세포가 받는 기계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260rpm 정도의 높은 조건에서도 세포가 죽지 않고 잘 자라는 것이 예상 밖의 결과였다”며 “플라스크와 임펠러가 들어간 교반형 바이오리액터는 다르게 판단해야 하며, 이런 데이터를 정량화해 향후 규모별 최적 운전조건을 예측하는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접근은 바이오의약품 모달리티가 다양해질수록 중요해진다.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유전자·세포치료제 등 생산 대상이 확대되면서 세포주와 배양 방식에 맞춘 공정조건 설정이 필요해지고 있다. 기존 STR처럼 데이터와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시스템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리액터는 스케일업 경험이 제한적이어서 CFD와 같은 기계론적 모델의 활용도가 커질 수 있다.
STR에서 요동식 바이오리액터까지…공정 이전 기준도 바꾼다
CFD의 활용 범위는 같은 형태의 바이오리액터를 확대하는 스케일업을 넘어 구조와 작동 원리가 다른 장비 사이의 공정 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발표 사례에서는 2L STR에서 150rpm으로 운전한 공정을 10L STR의 113rpm 조건으로 확대해 평균 P/V를 맞췄다. 그러나 혼합시간 등 다른 유체역학적 지표는 두 규모에서 차이를 보였다. 평균 P/V 하나만으로 공정 환경 전체의 동등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임펠러를 사용하는 STR과 용기 자체의 요동을 이용해 혼합하는 요동식 바이오리액터(rocking-motion bioreactor) 사이의 공정 이전을 시도했다. 서로 혼합 원리가 다른 만큼 단일 회전속도나 P/V를 그대로 대응시키지 않고 CFD로 계산한 체적당 동력소산(power dissipation per volume, PDV), 전단응력, 혼합시간을 함께 제약조건으로 설정해 공통 운전영역을 찾았다.
홍 교수는 “형태와 혼합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른 바이오리액터라면 공통으로 비교할 수 있는 유체역학적 파라미터를 찾아야 한다”며 “체적당 동력소산과 전단응력, 혼합시간을 함께 제약조건으로 적용해 운전조건을 선정했을 때 세포배양 프로파일과 대사체, 품질 프로파일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CFD는 배양조 내부 흐름을 시각화하는 도구를 넘어 공정개발과 공정 이전의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의 소규모 장비에서 향후 임상·상업생산 규모로 확대할 때 시행착오를 줄이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CFD에 PAT·AI 결합…디지털 트윈·자율실험실로 확장
CFD는 공정분석기술(Process Analytical Technology, PAT), AI와 결합해 디지털 트윈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생산공정의 상태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공정 변화를 예측해 운전조건 최적화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홍 교수 연구진은 기계론적 모델과 AI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싸토리우스 ‘Ambr® 250’ 멀티 바이오리액터 시스템과 복수의 STR, 자동 샘플링·분석장비를 연결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모델에서 해석해 피드백 제어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실험조건을 지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로봇이 배양·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실험조건을 결정하는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로 확장한다. 홍 교수는 나이버트(K-NIBRT)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업이 교육과 벤치마킹, 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다만 CFD가 기존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을 구성할 때 배양조의 정확한 형상과 경계조건, 난류·기체-액체 모델을 설정해야 하고 계산 결과도 실제 측정한 kLa와 혼합시간 등과 비교해 검증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이 실제 공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홍 교수는 “CFD는 AI처럼 블랙박스에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현상을 계산해 공정을 이해하는 기계론적 접근”이라며 “새로운 세포와 모달리티, 새로운 바이오리액터가 늘어날수록 기존 경험만으로 공정을 옮기기 어려워지고, CFD와 실시간 분석, AI를 함께 활용하는 공정개발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싸토리우스는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바이오프로세스 장비·소모품부터 데이터 분석, 자동화 솔루션까지 공급하는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이다. ‘Sartorius Innovation Forum 2026’은 바이오의약품 공정개발부터 상업생산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첫날에는 최신 바이오프로세싱 트렌드와 ‘Ambr®’ 플랫폼, 공정분석기술(PAT), CFD 기반 공정 최적화, 디지털 트윈·AI/ML 기반 공정 모델링, 스케일업·스케일다운, 공정집약화 사례 등이 다뤄졌다. 행사는 27일 이튿날 일정으로 이어지며, 바이오공정 데이터 분석과 AI·머신러닝(ML) 기반 공정 모니터링, 자동화 플랫폼,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한 제조 혁신 사례와 기술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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