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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법률 자문은 단순히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하거나 리스크를 지적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됩니다. 특허, 허가, 약가, 계약,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인 만큼 기업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리오 이일형 대표 변호사는 지난 1일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제24회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포럼’에서 약업신문과 만나,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법률 자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약사, 변호사, 변리사 자격을 갖추고 미국 회계사 시험까지 합격했다. 셀트리온 국내법무팀 변호사와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센터장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보는 제약바이오 법률 리스크의 핵심은 ‘복합성’이다. 하나의 사안에도 특허와 허가, 약가와 공정거래, 영업 규제와 컴플라이언스가 동시에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기업 내부 법무와 외부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에는 법률 리스크를 짚는 자문을 넘어 사업적 대안까지 함께 설계하는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 변호사, 변리사, 미국 회계사 시험 합격 이력에 더해 셀트리온 등 산업 현장 경험도 갖고 계십니다.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 커리어의 출발점은 학부에서 약학을 전공한 것입니다. 약대에서 의약품 개발과 인허가 과정을 공부하며 제약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좋은 물질을 개발해도 특허와 허가 절차 하나하나에서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도 체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사 출신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라는 방향을 정하게 됐습니다.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은 셀트리온 법무팀에서의 근무 경험이었습니다. 제약사 내부에서 특허 분쟁, 허가, 계약 실무를 직접 다루고 현업 부서와 소통하면서, 법률가의 시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기업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 회계사 시험 등 여러 자격에 도전한 것도 기업이 마주한 문제를 법률, 재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약학과 법률, 지식재산, 회계, 제약사 법무 경험이 결합되면서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법률 자문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경험이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습니다.
기업 내부 법무와 외부 자문을 모두 경험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에 필요한 법률 자문은 무엇이라고 보셨습니까?
가장 큰 차이는 법률 자문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기업 내부 법무에서는 결국 “그것이 사업적으로 어떤 실익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는 사업적 손익보다 법률 리스크 자체에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같은 사안을 보더라도 기업 내부 법무는 이익을 중심으로, 외부 자문은 리스크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셈입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대안에 대한 기대입니다. 사내에 있을 때 상급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래서 대안이 무엇인가”였습니다. 반대 의견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로펌이나 법률사무소의 자문은 리스크를 짚는 데서 그치고, 다음 단계인 대안 제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를 실무에서 종종 봅니다. 대안 제시는 사업가들이 고민할 영역이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있습니다.
저는 기업 내부 법무와 외부 자문 양쪽의 경험에서 얻은 균형 감각을 중요하게 봅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자문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필요 이상으로 키워 결국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문은 사업의 속도를 떨어뜨려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 균형을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거는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대안을 함께 설계하는 컨설턴트형 변호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법률 검토에 그치지 않고 사업적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변호사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것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새로운 변호사상이고, 제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 변호 철학은 무엇입니까?
제 변호 철학은 한마디로 실용주의이자 전략가형 변호사입니다. 결국 기업과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대표적인 예가 조정·중재 등 소송 외 절차에 대한 태도입니다. 저는 사안에 따라 조정과 중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편입니다. 고객 중에는 기업뿐 아니라 의사, 약사 등 전문직 개인 고객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법정 다툼을 끝까지 이어가기보다 협상을 통해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소송이 더 익숙하고 편한 길일 수 있습니다. 절차는 법원이 주도하고, 당사자 간 직접 협상보다 감정적으로 부딪힐 일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조정이나 중재가 기업과 고객에게 실익이 된다면, 저는 소송 외 절차를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실제 성과와 의뢰인의 만족도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실용주의적 접근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한 약사 의뢰인이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법적 다툼만 고수하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권했습니다. 이후 의뢰인과 함께 여러 방안을 검토했고, 실제로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패소했지만, 미리 준비한 대안 덕분에 실질적인 피해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소송의 승패만이 아니라 고객이 처한 상황 전체를 보고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지향하는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특허, 허가, 약가,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서로 맞물리는 상황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취약하게 관리하는 법률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컴플라이언스 자체는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강화로 과거보다 기업들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암암리에 이뤄지는 리베이트 관행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만나는 제약사들은 오히려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컴플라이언스는 가장 눈에 띄게 개선된 분야라고 판단합니다.
기업들이 실제로 취약한 지점은 여러 규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영역입니다. 허가와 특허가 맞물리는 허가특허연계제도, 특허와 공정거래가 연결되는 역지급 합의(pay-for-delay) 이슈가 대표적입니다.
제약사의 사내 조직은 구조적으로 특허팀, 허가팀, 공정거래·컴플라이언스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본인이 속한 팀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접 영역의 이슈를 놓치는 경우가 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내 부서 간 협업을 늘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내 법무팀을 둔 제약사라면 개별 부서의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법무팀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거치는 것도 좋은 해법입니다. 변호사는 법 영역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여러 법이 교차하는 복합 규제 이슈를 상대적으로 통합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복합 규제 영역일수록 사내 법무팀의 역할과 활용도는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허가특허연계제도에서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제네릭사에 중요한 시장 선점 수단입니다. 다만 경쟁사 동향, 심판 대상 선정, 독점권의 실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제약사들이 우판권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경쟁사 동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효심판 청구입니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분명 매력적인 혜택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회사가 동시에 같은 특허에 도전하면서 그 혜택이 크게 희석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반대로 심판 대상을 전략적으로 선정해 독점권의 실익을 사실상 단독으로 확보하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쟁사의 진입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한 무효심판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다른 회사들이 함께 진입하는 상황에서 특정 회사만 빠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의 전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제도적으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주목받은 화이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간 13가 폐렴구균 백신 원액 수출 판결은 국내 바이오기업과 CDMO(위탁개발생산) 업계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 판결은 국내 CDMO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화이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공급한 개별접합체 원액이 사실상 완제품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다퉜습니다. 만약 이런 주장이 폭넓게 받아들여졌다면, 임상시험용 물질까지 위탁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 현실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법원이 바이오 공정의 특성을 함께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여러 개별 원액을 혼합하는 과정은 투입 비율, 온도, pH 등 조건에 따라 결과물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는 공정입니다. 따라서 원액을 완성품과 곧바로 동일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런 점을 참작해 개별접합체 자체는 해당 조성물 특허의 청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CDMO 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기업에는 특허 리스크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CSO(판매촉진영업자)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공개,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제약사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약사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내부 규약과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문서 하나를 마련해두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체계로 정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 규약과 CP 가이드라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대외적으로 전사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규제기관의 조사가 이뤄질 때 회사가 자체 감독 체계를 갖추고 이를 운영해왔다는 점을 소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됩니다.
CSO 관리 책임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평소 마련해둔 CP 체계와 이행 기록은 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와 함께 CSO와의 계약 설계, CSO와 영업팀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전사적인 준법 교육도 필요합니다.
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해서는 관련 협회 교육도 꾸준히 진행되는 만큼, 기업 실무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약바이오 법률 자문에서 통합적 시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제약바이오 규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안에도 허가, 특허, 약가, 계약,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함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특정 법률 쟁점만 따로 떼어 판단하면 기업이 실제로 마주한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제약바이오 법률 자문은 법 조항을 해석하는 데서 끝나기 어렵습니다. 같은 사안도 연구개발 단계인지, 허가 단계인지, 판매 단계인지에 따라 리스크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법률 검토도 기업의 사업 단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약학, 법률, 지식재산, 제약사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기술과 규제, 사업화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각 영역의 접점을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통합적 시각을 갖춘 법률 자문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법률과 규제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규제 강화뿐 아니라 규제 완화의 흐름까지 함께 보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허가·심사 절차를 효율화하고 신약 개발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면 경쟁사보다 개발과 사업화 속도가 늦어지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약바이오 기업은 규제 변화가 실제 개발 전략, 허가 일정, 사업화 계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법률 리스크는 규제를 위반했을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 변화에 뒤처져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법률적 관점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본 축은 컴플라이언스입니다. 규제가 완화되는 국면일수록 기업 내부의 자율적인 준법 체계가 더 중요해집니다. 결국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과제는 규제 완화를 성장 기회로 활용하되,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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