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 경쟁, 제조 넘어 기획·기술 스토리로
'2026 인터참코리아·인코스메틱스 코리아'<8>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07 06:00   수정 2026.07.07 06:01

ODM 기업들이 제조와 처방을 넘어 상품기획과 마케팅 근거 설계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처방·제형·생산 역량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고객사가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기획 논리와 기술 스토리를 함께 제공하는 역량이 ODM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3일 열린 '인터참코리아·인코스메틱스 코리아 2026'에선 국내 대표 ODM 기업들의 기술 전략이 제시됐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세미나를 통해 각각 인공지능(AI) 기반 상품기획 플랫폼과 바닷물 환경에 대응한 자외선 차단 기술을 소개하며, ODM 기업의 지원 범위가 기획과 마케팅 근거 설계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마이크로 트렌드 속에서 기획 포인트 찾기…AI는 '통역 보조' 

한국콜마는 ODM 경쟁력이 처방 구현과 생산에서 브랜드 기획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봤다. K-뷰티 ODM 인프라가 상향평준화되면서 신생 브랜드도 글로벌 기준의 처방과 제형, 품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지만, 제조 속도와 기술력만으로는 고객사 브랜드의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한국콜마 자회사 플래닛147 상품기획팀 김동인 과장은 지난 3일 "한국을 단순한 빠른 제조국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실제 경쟁력은 제조 속도가 아니라 상품기획력에 있다"며 "좋은 처방과 제형이 어디에나 있는 상황에선 브랜드의 다음 기획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플래닛147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브랜드 기획, 상품 전략, 처방, 패키지, 콘텐츠, 글로벌 규제까지 고객사의 제품 개발 과정을 하나의 구조로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플랫폼이다. 제조사가 고객사에 처방과 생산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 니즈를 상품 구조로 바꾸는 과정까지 지원하겠다는 방향성에서 출발했다.

한국콜마 자회사 플래닛147 상품기획팀 김동인 과장(왼쪽)과 정유민 책임이 지난  3일 ‘2026 인터참코리아·인코스메틱스 코리아’의 K-뷰티 존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정유민 책임은 지금 시점에 상품기획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로 뷰티 시장의 세분화를 꼽았다.

정 책임은 "예전에는 하나의 큰 메가 트렌드가 시장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마이크로 트렌드가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며 "BM에게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어떤 것이 실제 상품 기회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토마토 메이크업’ ‘혈색 라이팅 메이크업’ '선키스트 메이크업'처럼 마이크로 트렌드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정 책임은 이 같은 트렌드가 모두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 니즈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소비자가 원하는 핵심은 생기 있는 혈색 표현, 화사한 피부 연출, 윤광 표현처럼 반복되지만, 이를 표현하는 키워드 조합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상품 기회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 책임은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과 트렌드, 소비자와 개발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변수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해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지 정리하는 일"이라며 "상품기획은 시장의 언어, 트렌드의 언어, 개발의 언어를 실제 제품 방향으로 바꾸는 '통역'에 가깝다"고 말했다.

'혈색 라이팅 메이크업'을 상품으로 '통역'해보자. 이 트렌드를 제품으로 바꾸려면 먼저 혈색 표현과 자연스러운 광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크림 치크 카테고리의 성장세,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 피부 밀착력을 개선한 크림 제형 구현 가능성이 더해지면 상품 방향은 구체화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혈색 라이팅 메이크업'은 '혈색 라이팅 크림 치크'라는 상품 콘셉트로 바뀔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해도 이러한 과정의 판단은 상품기획자의 몫이다. AI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자료를 정리할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가 실제 개발 가능한지, 어떤 콘셉트로 차별화할 수 있는지, 소비자가 반응할지까지 대신 결정하지는 못한다.

한국콜마가 만든 '라우드랩스'는 이 지점을 돕기 위한 상품기획 AI 에이전트다. 고객사가 마이크로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을 상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장성, 차별화 가능성, 소비자 관심도, 개발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정 책임은 "AI가 발전할수록 BM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며 "앞으로의 상품기획은 AI와 사람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함께 의사결정하는 구조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마케팅 스토리·실증 고려

한국콜마가 수많은 트렌드를 상품으로 통역하는 기획 단계의 지원에 집중했다면, 코스맥스는 다른 방향에서 브랜드사를 지원하는 대안을 내놨다. 연구개발(R&D) 단계서부터 브랜드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 스토리와 실증 데이터를 함께 제시하는 전략이다.

코스맥스 이준배 상무는 지난 1일 "아무리 소재와 제형이 좋아도 마케팅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 스토리가 없으면 제품이 선택받기 어렵다"며 "연구자들도 소재와 제형 연구뿐 아니라 이 기술이 브랜드사의 마케팅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이준배 상무는 지난 1일 ‘2026 인터참코리아·인코스메틱스 코리아’의 K-뷰티 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연구자들도 소재와 제형 연구뿐 아니라 이 기술이 브랜드사의 마케팅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코스맥스가 마케팅 서사로 주목한 것은 기존 화장품이 가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다. 이 상무는 코스맥스가 최근 개발한 알지네이트 기반의 '시 워터프루프(Sea Waterproof)' 자외선 차단 기술로 이를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볍고 산뜻한 수계(O/W) 제형의 선크림을 선호하지만, 이 제형은 땀이나 물놀이 환경에서 쉽게 에멀전이 파괴돼 차단 성분이 씻겨나간다. 특히 바닷물 속에 포함된 다양한 염분과 이온 성분들은 화장품 제형을 더욱 빠르게 무너뜨린다는 한계가 있다.

코스맥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바닷물 속에 수돗물보다 약 72배 많은 칼슘과 1227배 많은 마그네슘 등 2가 이온이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친환경 고분자인 알지네이트를 처방에 도입했다.

알지네이트가 바닷물 속 이온들과 결합하면 계란 판 모양의 단단한 에그 박스(Egg-box) 형태 하이드로겔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 제형을 피부에 바르고 바닷물에 들어가면 물리적 마찰이 가해질수록 오히려 견고한 방어 필름이 만들어져 차단 성분이 씻겨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적 성과를 고객사가 마케팅에 직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실증 데이터로 엮어냈다는 점이다. 코스맥스는 바닷물을 담은 비커에 해당 제형을 바른 유리를 넣고 600 RPM으로 강하게 회전시키는 시각적 실험을 거쳐 투명한 필름이 유지됨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제주도 바닷물을 직접 활용해 인체 적용 임상 시험을 진행해 통계적 유의성까지 확보했다. 1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 수돗물에서의 내수성 유지 비율은 57.4%였으나 바닷물에선 77.1%를 기록했다.

이 같이 코스맥스는 기술을 단순한 처방이 아닌 '시 워터프루프'라는 시장 카테고리로 제안하고, 그 카테고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임상 데이터와 기술 스토리까지 고객사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패키징해 제시한다. 기존의 ODM 역할이 제품 개발 이후의 마케팅 근거 설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상무는 "단순히 임상 결과만 나왔다고 해서 기술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명확한 임상 자료와 근거가 있어야 시 워터프루프라는 새로운 용어를 쓸 수 있듯, 기술적 스토리가 바탕이 돼야 고객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