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에서 컬래버레이션과 한정판 기획이 신제품 출시 마케팅의 주요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캐릭터 IP, 플랫폼 단독 상품, 팝업 굿즈, 콘텐츠 협업이 반복되면서 '한정'이라는 말이 주던 구매 압박도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CJ올리브영은 포켓몬 IP를 활용한 대규모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번 기획에는 61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약 230종의 한정판 상품이 출시됐다. 포켓몬 패키지를 적용한 상품과 함께 협업을 기념하는 올리브영 독점 상품과 협업 한정 상품도 일부 출시됐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에도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32개 브랜드, 200여종의 상품을 선보였다. 당시 올리브영은 산리오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참여 브랜드의 캐릭터 라이선스 비용을 지원했고, 입점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하며 컬래버레이션을 일종의 '페스타' 규모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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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와 팝컬처 IP를 끌어온 컬래버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뷰티 신제품 시장에선 트와일라잇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 '더 보이즈(The Boys)' 테마 그루밍 제품, 크리에이터 협업 제품 등이 향수·헤어 컬러·액세서리 영역까지 확산됐다.
컬래버레이션과 한정판 기획이 특정 브랜드의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적인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당연히 성과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산리오 협업 당시 참여 브랜드의 외국인 매출은 60% 증가했다. 올해 초 '망그러진 곰' IP와의 협업 때도 개별 브랜드들의 매출이 상당폭 늘어났다.
업계에선 컬래버레이션과 한정 기획이 기존 제품의 주목도를 다시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을 완전히 리뉴얼하지 않아도 패키지, 굿즈, 판매 채널, 팝업 경험을 바꾸면 소비자는 익숙한 제품을 새로운 기획 안에서 다시 접하게 된다. 브랜드 입장에선 신제품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도 매장과 온라인 노출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협업 마케팅이 반복될수록 소비자가 한정판의 희소성과 새로움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정판의 핵심은 희소성과 새로움인데, 비슷한 구조의 패키지와 굿즈, 팝업 행사가 계속되면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메시지보다 또 다른 협업이 곧 나올 것이라는 인식이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광고 전문매체 LBB에 따르면 영화 '바비(Barbie)' 흥행 당시 브랜드 협업은 영화만큼이나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여러 영화와 브랜드가 비슷한 방식으로 문화적 순간을 상업화하면서 협업 피로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커졌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지표 조사기업 트랙슈트(Tracksuit)가 지난해 미국 소비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협업 마케팅 성과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는 컬래버레이션을 무조건 피로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응이 좋았던 협업은 브랜드 고려도와 적합성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표면적인 협업은 일시적 인지도 상승에 그쳤다.
트랙슈트의 공동창업자 매트 허버트(Matt Herbert)는 LBB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는 컬래버레이션에 지친 것이 아니라 성의 없는 컬래버레이션에 지친 것"이라며 "협업이 장기적 의미를 만들려면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관련 있는 새 소비자층을 열며,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누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랙슈트는 '제대로 된' 협업의 조건으로 대형 IP나 큰 규모보다 '구체성'을 꼽았다. 허버트는 "가장 강한 협업은 바이럴을 좇지 않고 의미를 만든다"며 "브랜드가 맞는 소비자와 파트너를 위해 설계될 때 소음보다 깊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The Devil Wears Prada 2)' 관련 협업은 영화 속 패션·뷰티 세계가 제품 카테고리로 이어진 사례다. 트레제메(TRESemmé)는 헤어케어, 랑콤(Lancôme)은 스킨케어 영역에서 협업했다. 트위저맨(Tweezerman)과 탱글티저(Tangle Teezer)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뷰티 툴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포장에 관련 이미지를 새겨 넣거나 로고를 인쇄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협업 제품이 영화 서사 속으로 들어가 현실에서도 그 세계관이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한 브랜드 관계자는 "컬래버레이션이나 한정판을 통해 매출이 오르는 효과도 있지만, 기존 제품과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드는 환기 효과가 크다"면서 "신제품이 아니어도 협업을 통해 매장과 온라인에서 다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선 여전히 필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기 IP를 패키지에 입히는 방식만 반복되면 소비자 반응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면서 "제품 특성, 구매층, 협업 IP가 함께 보이도록 설계해야 하고, 굿즈보다 제품을 다시 써볼 이유를 만드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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