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6] 로슈의 자신감…'기레데스트란트' 미래는 조기유방암
ASCO 2026서 1차 전이성 유방암 임상 3상 실패 공개
조기 유방암 임상선 iDFS 개선 확인…FDA 심사 진행 중
"30억 스위스프랑 이상" 블록버스터 기대감 여전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04 06:00   수정 2026.06.04 06:01

로슈(Roche)가 기대를 모았던 경구용 SERD(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기레데스트란트(giredestrant)'의 1차 전이성 유방암 임상 3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조기 유방암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향후 CDK4/6 억제제와의 병용 전략까지 예고하면서 차세대 호르몬 양성(HR+) 유방암 치료제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로슈는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를 대상으로 진행한 'persevERA' 임상 3상에서 기레데스트란트와 화이자의 CDK4/6 억제제 '입랜스(Ibrance, palbociclib)' 병용요법을 평가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노바티스의 레트로졸(letrozole)과 입랜스 병용요법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수치상 개선됐다. 기레데스트란트 병용군의 중앙값 PFS는 33.1개월로 대조군보다 4.9개월 길었으며, 연구자 평가 기준으로 약 11%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로슈는 해당 결과를 실패로만 해석하지 않고 있다. 로슈 최고 의학책임자실 부책임자인 스테판 프링스(Stefan Frings) 박사는 ASCO 현장에서 "생존곡선 분리가 약 16개월 시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조기 유방암에서는 치료 기간이 5년에 달하는 만큼 작은 차이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로슈의 시선은 이미 조기 유방암(adjuvant)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기레데스트란트는 지난해 발표된 'lidERA' 임상에서 조기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ASCO 2026에서 공개된 추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레데스트란트는 기존 내분비요법 대비 침습성 질병 없는 생존율(iDFS)을 폐경 전 환자에서 35%, 폐경 후 환자에서 26%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폐경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된 치료 혜택이 확인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FDA는 기레데스트란트의 조기 유방암 적응증 신청을 접수했으며 우선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심사 목표일은 올해 11월 30일로 설정됐다. 또한 ESR1 변이를 보유한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적응증에 대한 허가 신청도 접수된 상태로, 해당 건의 목표 심사일은 12월 18일이다.

로슈가 조기 유방암 시장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로슈 제약사업부 최고경영자인 테레사 그레이엄(Teresa Graham)은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조기 유방암 시장은 1차 전이성 유방암 시장보다 치료 환자 수가 약 3배 많고 치료 기간도 평균 5년으로 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레데스트란트의 최대 매출 잠재력을 연간 30억 스위스프랑 이상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현재 조기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분야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CDK4/6 억제제 버제니오(Verzenio)와 노바티스의 키스칼리(Kisqali)가 이미 재발 고위험 환자군에서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기레데스트란트가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상업적 성공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에 로슈는 병용 전략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 lidERA 연구 내에서 약 100명을 대상으로 버제니오와의 병용 안전성을 평가하는 하위 연구를 진행 중이며, 별도로 약 200명을 대상으로 키스칼리 병용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또한 새로운 조기 유방암 병용 임상시험 설계도 진행 중이다.

전이성 유방암 분야에서도 추가 기회는 남아 있다.

로슈는 현재 'pionERA' 임상 3상을 통해 내분비치료 저항성이 높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기레데스트란트를 평가하고 있다. 이들 환자는 보조 내분비치료 중 재발했거나 치료 종료 후 1년 이내 재발한 환자들로, ESR1 변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경구용 SERD가 ESR1 변이 환자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슈는 해당 연구에 대해 더 높은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구용 SERD 시장에서는 로슈뿐 아니라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메나리니 등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로슈는 기레데스트란트가 보다 강력한 SERD 기전과 조기 개입 전략을 바탕으로 향후 병용치료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SCO 2026에서 확인된 것은 단순한 임상 실패가 아니었다. 로슈는 1차 전이성 유방암에서의 좌절을 조기 유방암이라는 더 큰 시장을 향한 전략 수정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FDA 심사 결과와 추가 병용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는 올해 하반기가 기레데스트란트의 상업적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