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건당국이 프탈레이트 규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 금지되거나 제한된 물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유해성을 지닌 물질이 다시 사용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프탈레이트 평가 보고서를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제출했으며, 오는 27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ANSES는 제출된 의견을 검토하고 답변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ECHA 산하 위험평가위원회(RAC)로 전달돼 물질 분류의 타당성과 위험성 평가를 검토한 뒤, 공식 의견(opinion) 형태로 채택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화학물질 분류·표시·포장 규정(CLP) 개정 여부를 결정한다.
CLP 규정은 화학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건강·환경 영향에 따른 위험성을 규정해 근로자와 소비자,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프탈레이트 규제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원료 사용 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산업에선 규제 대상 원료를 대체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과 처방 안정성 검증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이 프탈레이트 물질군을 생식독성 및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추가 분류하는 제안을 발표했다. ⓒAI생성이미지
ANSES의 이번 제안은 프탈레이트 물질군을 유럽연합 기준에 따라 생식독성 및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추가 분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규제 대상은 기존 범위를 넘어 40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화장품 산업에선 향료 용해와 지속력 유지, 네일·헤어 제품의 코팅막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유연성 확보를 위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현재 유럽에선 탄소수 4~6인 중간 사슬 프탈레이트 13종이 생식독성 물질로 분류돼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돼 있다. 이 중 4종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2종은 환경 유해 물질로도 평가된다.
문제는 규제 대상이 아닌 프탈레이트가 대체 물질로 활용되면서 유사한 위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ANSES는 전문가 검토를 통해 구조적으로 유사한 프탈레이트 역시 비슷한 독성학적 영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NSES는 중간 사슬 프탈레이트를 중심으로 40종 이상의 물질을 생식독성 및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일괄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개별 물질뿐 아니라 여러 프탈레이트가 혼합된 경우도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용 기전이 유사한 물질은 혼합 시 독성이 단순 합산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제안에는 일부 물질에 대한 독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물질까지 영향을 확장해 평가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인체 건강과 관련해선 프탈레이트가 내분비계 교란 작용을 통해 남성 생식계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