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헬스케어 패권 노린다… 생존 공식은 '표준 선점과 현장 검증'
KIMES 2026 연계 상생포럼서 산·학·연 전문가 머리 맞대
범부처 2기 R&D 방향 및 전주기 글로벌 진출 지원책 쏟아져
정부·산업계, 글로벌 거점 진출 돕는 파격적 상용화 전략 제시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20 06:00   수정 2026.03.20 06:01
조성환 현대모비스 고문(전 ISO 회장)은 'Digital, AI 시대의 표준'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급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속에서 대한민국 의료기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공개됐다.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 2026 연계 스마트의료기기 상생포럼 제5차 총회 및 세미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국제 표준 주도권 확보부터 의료 현장 수요에 맞춘 차세대 R&D 전략, 그리고 성공적인 해외 시장 안착을 위한 실증 지원 방안까지 전방위적인 해법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기술의 룰을 지배하라” AI 시대, '표준'이 곧 국가와 기업의 미래

첫 번째 특별 강의에 나선 조성환 현대모비스 고문(전 ISO 회장)은 'Digital, AI 시대의 표준'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조 고문은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추락 사고가 미터법과 야드파운드법을 혼용한 단순한 단위 표준 부재에서 비롯됐음을 짚었다. 또한 2000년 Y2K 사태 역시 시간 표준의 한계가 빚어낸 대혼란이었음을 언급하며 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AI는 과학 연산과 시각, 언어 이해 부문에서 인간의 평균 능력을 초월하고 있다. 조 고문은 AI가 무기나 사회 감시에 오용될 위험성을 경고하며, 전 세계 이해관계자들이 책임감 있게 AI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 및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SO)에는 약 2만 5600개의 표준이 제정되어 있으며, 연구에 따르면 표준을 활발히 활용할 경우 국가 GDP가 연 약 0.5% 성장하는 파급 효과가 있다. 조 고문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국제 표준을 선점하고 주도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팔리지 않는 혁신'은 그만, 철저한 현장 수요 검증

이어 단상에 오른 김태형 범부처첨단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본부장은 '범부처 2기 사업 추진전략'을 상세히 브리핑했다. 1기(2020~2025년) 전주기 사업은 6년간 약 950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467개 과제를 지원했다. 그 결과 인허가(TRL 8단계)를 목표로 한 245개 과제 중 78.4%에 달하는 192개 과제가 인허가를 완료했으며, 과제 수행 중 12개 기업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사업단은 1기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도출했다. 대표적인 성공 과제들은 차별화된 기술력, 명확한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Needs), 기업의 확고한 사업화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중도 탈락한 46개 과제는 대부분 "만들어도 안 팔릴 것 같다"는 현장의 냉혹한 평가와 차별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를 반영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9400억 원이 투입되는 2기 첨단 사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노선을 굳혔다. 과제 선정 평가 시 연구자가 작성한 '미충족 의료 제품 설계서' 비중을 40%로 높게 반영하여 현장 수요가 불분명한 과제를 사전에 걸러낸다. 아울러 보건 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인공심박동기나 인공심폐용 혈액 펌프 등 25개 '필수 의료기기'의 국산화 트랙을 신설했다.

규제의 장벽을 넘고 북미 헬스케어의 심장부로

마지막으로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이 K-의료기기의 병원 진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의료기기 산업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 수출액은 약 60.4억 불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제품의 상용화 지원(TRL 6단계 이후)을 위해 다양한 실증 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수술 로봇 이노베이션 랩'에 2개 병원을 선정, 병원당 연간 약 20억 원(최대 100억 원 규모)을 지원해 향후 5년 내 수술 로봇의 의료 현장 도입을 추진한다.

강화되는 무역 기술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파격적인 자금 지원도 이어진다. 유럽 MDR 규제를 준비하는 기업을 위해 연간 2억 원씩 최대 2년간 비용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미국 시장 진출 거점 확보다. 정부는 텍사스 메디컬 센터 내에 글로벌 거점을 구축해 국내 기업이 입주하여 공동 연구와 임상, 허가 및 보험 코딩 컨설팅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한다. 또한 혁신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앞에서 직접 피칭할 수 있는 '뉴 임팩트 프로젝트'도 가동하여 자금 조달의 활로를 넓힌다.

AI 데이터가 전통적 의료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현재, 파편화된 기술 개발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없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확인된 '글로벌 표준 선도', '임상 수요 기반의 기획', '해외 거점 중심의 상용화 전주기 지원'이라는 정교한 삼위일체 전략이 K-의료기기를 세계 의료시장의 중심으로 이끄는 강력한 추진력이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형 범부처첨단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본부장은 '범부처 2기 사업 추진전략'을 상세히 브리핑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이 K-의료기기의 병원 진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의료기기 산업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