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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키면서도, 재정 부담과 처방 접근을 제도 안에서 정밀하게 통제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알츠하이머병 질병수정치료제(DMT) 시대 정책의 초점을 ‘포함 여부’가 아니라 ‘실행 통제력’에 맞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딜로이트와 대한신경과학회는 최근 APAC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과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백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알츠하이머병 정책 및 관리 체계 강화: 진전을 위한 실행 경로(Strengthening Alzheimer’s Disease Policy and Management in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를 공동 발간하고, 이를 소개하는 ‘알츠하이머 관리 체계와 정책 대응’ 웨비나를 개최했다.
일본은 2023년 12월 레켐비(레카네맙), 2024년 키순라(도나네맙)을 공적의료보험 급여 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급여 개방은 곧바로 대규모 처방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연령, 소득 연동 본인부담 구조와 월별 본인부담 상한제(고액요양비 제도)를 병행해 환자 개인의 지출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장치를 먼저 가동했다.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연구소(Tokyo Metropolitan Institute of Geriatrics and Gerontology) 이와타 아쓰시 부원장은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급여 결정은 단순히 신약을 보험 목록에 올리는 행정 절차가 아니었다”라며 “고가 항체 치료제를 공적의료보험 체계 안에서 어떻게 통제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설계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재정 부담을 개인이 감당하도록 두지 않고, 본인부담 상한제와 소득 연동 구조 안에서 흡수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급여 구조도 이 같은 설계를 반영한다. 74세 이하 기본 본인부담률은 30%, 75세 이상은 소득에 따라 30%·20%·10%로 차등 적용된다. 여기에 월별 본인부담 상한이 더해진다. 70세 이상 연금 의존자의 경우 MRI 등 검사비를 포함해 월 약 1만2000엔 수준으로 제한된다. 고소득층 역시 약 7만5000엔 선에서 상한이 설정된다. 고가 DMT의 재정 부담을 개인이 아닌 제도 내에서 완충하는 구조다.
접근 요건은 오히려 강화됐다. 처방 가능 의사는 신경과·신경외과·정신과·노인의학 전문의 가운데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MCI) 진료 경험을 갖춘 경우로 한정된다.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에 따른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대응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의무화했다.
의료기관 요건도 구체적이다. 일부 지정 기관은 상근 처방의사 2인 이상을 확보하고, 동일 건물 내 MRI(1.5T 이상)를 갖춰야 한다. CDR·MMSE 평가 체계 역시 필수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기관은 전국 약 800곳, 실제 처방을 수행하는 기관은 약 700곳 수준으로 알려졌다. 급여 도입 이후에도 물리적·전문적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환자 선별 기준은 3상 임상시험 조건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MCI 또는 경도 치매, CDR global 0.5~1이 기본 요건이다. 레카네맙은 MMSE 22~30점, 도나네맙은 20~28점 범위로 제한된다. 1cm 이상 뇌출혈, 미세출혈 5개 이상, 표재성 철침착은 금기다. 바이오마커는 CSF Aβ42/40 검사 또는 승인된 아밀로이드 PET 결과만 인정된다. 연구용 PiB-PET은 보험 진단 체계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도입 과정에서 병원 운영체계의 재정비도 병행됐다. 2023년 중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MRI 시퀀스(SWI 포함)를 표준화하고, 기존 FDG-PET 슬롯 일부를 아밀로이드 PET으로 전환했다. 전담 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의료사회복지사·간호사·영상의학 기사 대상 ARIA 교육을 선행했다. 정부가 요구한 공식 교육 과정도 전원 이수했다. 치료제 승인 이전에 운영 경로를 먼저 정비한 것이다.
실제 현장 데이터는 선별 구조의 효과를 보여준다. 전화 상담 이후 외래 방문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약 60% 수준이다. 초진 후 DMT 전담 클리닉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약 40%로 줄어든다.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상세 설명 이후 약 30%는 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
바이오마커 양성을 거쳐 실제 투여에 도달하는 환자는 초기 외래 방문자의 일부에 그친다. 한 기관에서 170명 이상을 치료 중이지만, 이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환자군이다. 급여 개방이 곧 치료 확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한 사례다.
이와타 부원장은 “3상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환자 선별 기준을 현장 진료에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바이오마커 확인, MRI 모니터링, ARIA 대응 교육까지 포함해 하나의 표준 경로를 마련하지 않으면 DMT는 의료 시스템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과제를 안고 있다. 아밀로이드 제거가 곧바로 임상적 기능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MCI를 단순 노화로 인식하는 사회적 장벽도 존재한다. 농촌 지역의 바이오마커 접근성 격차, 1~2시간에 이르는 이동 부담 역시 현실적 제약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일본 사례는 DMT 시대 정책 설계의 방향을 보여준다. 급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누가·어디서·어떤 기준으로·어떤 비용 구조 안에서 치료를 받을 것인지까지 제도 안에 미리 설계하는 접근이다. 한국이 향후 DMT 급여 여부를 논의한다면, 쟁점은 허용의 시점이 아니라 실행 구조의 정밀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타 부원장은 “급여를 시작했다고 해서 환자 규모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치료 효과와 위험, 비용을 충분히 설명한 뒤 환자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과정 자체가 정책 설계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과제는 아밀로이드 제거가 실제 임상적 이익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그리고 지역 간 접근성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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