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 치료 시점이 예후 가른다…루타테라 도입 후 환자 치료 전략 변화”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희귀암 NET, 늦게 발견될수록 치료 기회도 사라진다”
“루타테라, NET 치료 전략 자체를 바꾼 항암 솔루션”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02 06:00   수정 2025.12.02 06:00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약업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희귀암 범주에 속하는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s, NET)은 최근 국내 의료 환경에서 빠르게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종양군이다. 발병 위치가 다양하고 임상 증상이 특정 장기에 국한되지 않는 탓에, 평균 5~7년의 진단 지연, 여러 의료기관을 거쳐서야 확진에 이르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환자가 이미 전이성 단계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고, 치료 옵션 선택에서도 일반 고형암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약업신문과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NET은 전체 암 대비 환자 수는 적지만, 진단 지연과 치료 접근성 격차로 인해 임상적 부담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종양군”이라며 “루타테라의 등장으로 환자 예후가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분기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NET 치료의 본질은 단순 생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질병 진행을 안정적으로 억제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국내 최초 급여 적용 RLT(Radioligand Therapy,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인 루타테라가 국내 임상 현장에 미친 변화를 중심에 두고 진행됐다. NETTER-1·NETTER-2 임상의 실제 임상적 의미, RLT의 약제적·공급적 특성, 향후 치료제 순서 변화 가능성, 환자군별 치료 전략 등 현장의 판단과 경험이 상세히 공유됐다.

국내 NET 환자 진료 환경과 질환 특성
“신경내분비종양, 희귀하지만 방치되기 쉬운 암… 다양성이 크고 환자 편차가 매우 크다”

유 교수는 먼저 NET의 임상적 특성에 대해 “NET은 신경내분비세포가 존재하는 전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암으로, 특정 장기에 국한되는 암과는 접근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주로 췌장, 위, 소장 등 소화기계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폐나 흉선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원발 부위에 따라 질환명이 달리 붙는다.

진단 단계에서 NET이 췌장암·폐암 등의 기존 암종 통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유병률 파악이 쉽지 않은 점도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그는 “폐에서 발견된 NET이 폐암으로 분류되는 것이 틀린 분류는 아니지만, 치료 방법은 기존 폐암과 완전히 다르다”라며 전문 경험과 진료체계가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NET의 독특한 병리학적 특징으로는 진행 속도의 다양성이 꼽힌다. Ki-67 지표로 등급화가 가능해 등급이 높을수록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성이 강해지며, 같은 치료를 적용해도 환자별 반응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진단까지 평균 5~7년…환자의 ‘시간’이 손실된다
유 교수는 “환자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진행 속도가 느려 검진에서 발견되지 않거나, 다른 암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GEP-NET 환자의 경우 초기 진단까지 평균 6명 이상의 전문의를 거치는 것으로 보고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러한 진단 지연은 곧 치료 접근성 지연으로 이어지며, 환자의 심리적·경제적 부담과 예후 차이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루타테라가 등장하기 전 국내 NET 환자 치료는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기관에 집중되는 구조였다. 지방 병원의 경우 환자 수 부족 → 임상 경험 축적 불가 → 특수 검사 인프라 구축 어려움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반복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유 교수는 “환자 수가 적은 희귀암은 의료 인프라가 환자 동선과 치료 선택지를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가 치료 가능 시점을 기다려야만 약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현 구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루타테라가 바꾼 NET 치료 패러다임
루타테라는 전통적인 외부 방사선 조사 방식이 아닌, 표적 수용체에 결합해 체내에서 방사선을 조사하는 형태로 작용하는 최초의 RLT 기반 치료제다. PET 영상으로 표적 발현 여부를 확인한 뒤 체내 투여해, 종양 조직에 방사선을 전달해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유 교수는 이를 “살아 있는 약”에 비유했다. 방사능 반감기 문제 때문에 생산–운송–통관–투약 일정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는 점은 기존 항암제 공급 체계와 다른 부분으로, 환자 예약과 병원 인력 운영까지 변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루타테라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은 계기는 NETTER-1 임상 결과였다. 기존 치료 대비 질병 진행·사망 위험 79% 감소, 객관적 반응률 6배 향상, 삶의 질 개선까지 확인되면서 RLT의 임상적 가치는 뚜렷하게 입증됐다.

또한 루타테라 투여군은 전반적 건강 상태(QoL) 저하까지 걸리는 시간이 28.8개월로, 대조군 6.1개월 대비 약 4배 이상 연장된 점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환자의 생존뿐 아니라 치료 후 일상 유지 능력에 변화를 주는 결정적 지표로 평가됐다.

NETTER-2 연구가 제시한 새로운 질문…“1차 치료 가능성”
NETTER-2 연구는 루타테라를 초기 치료 단계(1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도 생존 이득이 유지되는지 평가한 연구로, 기존 기대보다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질병 진행·사망 위험이 72% 감소한 결과가 제시되었고, 이는 향후 급여 기준·치료 순서 논의의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유 교수는 “환자의 종양 크기와 Ki-67 지표를 고려하면, 일부 환자는 2~3차 치료까지 기다리는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치료 시점이 예후를 결정한다”
유 교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치료 시점’을 강조했다. NET은 종양 진행 속도가 느린 환자도 있지만, Ki-67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거나 전이가 뚜렷한 환자는 빠르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 치료介入이 생존율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30% 종양 축소 효과라도, 종양 크기가 큰 환자와 작은 환자의 예후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하며, 초기 치료 접근이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정리했다.

삶의 질(QoL) 개선…“NET 치료의 핵심 지표”
루타테라가 가진 가장 뚜렷한 강점으로는 총 4회 투여 후 치료 종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혔다. 이는 장기간 경구제·주사제 투여가 필요한 기존 항암제와는 완전히 다른 치료 경험이며, 환자 일상 복귀 속도도 빠르다.

유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치료 후 환자의 일상 유지 능력”이라며, 동일한 생존율 안에서도 삶의 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RLT 도입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국내 적용 확대를 위한 조건
유 교수는 RLT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급여 구조 개편과 진단 체계 정비를 언급했다. 현재 3~4차 치료부터 급여가 적용되는 제한은 환자의 최적 치료 시점 선택을 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희귀암 특성상 국가 재정적 부담이 크지 않음에도, 환자가 병이 진행되어야만 급여가 적용되는 구조는 임상적 공백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RLT는 NET 치료의 기반 옵션으로 이동할 것”
유 교수는 NETTER-2에 이어 NETTER-3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RLT의 1차 치료 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전립선암 등 다른 암종으로도 RLT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테라노스틱스 기반 치료 패러다임이 표준화될 가능성도 높게 평가됐다.

유 교수는 “루타테라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제가 아니라, 치료 시점과 생존 전략을 재정의한 약제”라고 정리했다. 그는 NET 환자가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로 본인의 질환 속도·경제적 판단·치료 선호도·생활 패턴을 제시하며, “NET은 천천히 진행되는 암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치료 결과를 결정하는 암”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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