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안티에이징 기술로 떠오른 엑소좀(Exosome),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엑소좀은 ‘피부 회복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한다’는 설명과 함께 다양한 화장품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도 앞다퉈 엑소좀 함유 화장품을 내놓을 정도로 상업화 속도가 빠르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보도에서 엑소좀 화장품을 ‘병 속의 마이크로니들링’이라고 표현하며 “SNS를 중심으로 상처 회복, 색소 개선,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소비자 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람이나 식물에서 유래한 세포 전달체를 바이오 기술로 배양해 만든다는 점이 특히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피부과 전문의들은 “효능 입증이 미흡하고, 인체 적용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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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은 대부분의 세포가 분비하는 소포체(미세한 나노 주머니)로, 단백질·지질·RNA 등 다양한 생체분자를 담아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1980년대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세포의 ‘노폐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후 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매개체로 밝혀지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엑소슈티컬스(Exoceuticals)의 재생의학 전문의 로빈 스미스(Robin Smith) 박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통해 “엑소좀은 설명서가 담긴 작은 선물 상자와 같다”며 “세포가 이를 받아들여 콜라겐, 히알루론산, 엘라스틴 생성을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현재 뷰티 업계에선 인체는 물론 식물·과일 등 다양한 원료에서 엑소좀을 추출하고 있다. 녹차 잎이나 석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엑소좀은 비교적 저렴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인체 지방세포나 혈소판 유래 성분은 프리미엄 세럼 원료로 사용된다. 일부 브랜드는 FDA 승인 혈액은행에서 확보한 세포를 배양·정제한 후 동결건조해 분말 원료로 만들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학계는 엑소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엑소좀의 작용 원리는 인정하지만, 근거가 동물실험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과 2020년에 실시된 실험에서 각각 엑소좀 주사를 통한 흉터 감소, 피부 장벽 기능 개선 등이 보고된 바 있지만 이는 모두 쥐 실험을 통한 것으로 인간 대상 연구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사란야 와일즈(Saranya Wyles) 박사는 2024년, 56명을 대상으로 혈소판 유래 엑소좀을 12주간 적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87.3%가 피부 홍조·색소·광노화 개선을 보고했고, 조직 검사에선 콜라겐 두께 증가가 관찰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연구의 경우 대조군이 없고, 참가자들이 제품을 사용 중임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여서 결과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샘플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 확보도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건기식 관리 플랫폼 섭코(SuppCo)의 수석과학자 조던 글렌(Jordan Glenn) 박사는 이 연구에 대해 “결과는 흥미롭지만, 무작위 이중맹검 등 정식 임상 절차를 거쳐야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엑소좀이 실제로 피부 장벽을 통과해 작용할 수 있는지도 논쟁거리다. 글렌 박사는 최근 인체 연구에서 엑소좀이 주름, 탄력, 피부 두께, 상처 회복 등에 긍정적 영향을 보였다고 언급하면서도 “아직은 연구 수가 적고 재현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근거가 축적된다면 엑소좀은 뷰티 산업의 주요 기술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불명확한 규제 체계도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FDA는 인체 유래 엑소좀을 생물학적 의약품으로 분류해 주사나 시술용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의학적 효능을 내세우지 않는 한,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는 있다. 식물성 엑소좀은 병원체 전염 위험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지만, 인체 유래 성분의 경우 따져봐야 할 부분이 훨씬 많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인체 유래 엑소좀을 사용하려면 기증자 샘플의 질병 검사와 제조 과정의 멸균·오염 방지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품질 검사나 표준화 기준 등의 의무 사항이 법적으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산업 내 표준이 없어 순도와 함량을 보장할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와일즈 박사는 이를 “견과류 믹스 안의 피스타치오”에 비유했다. “기업들이 다양한 성분을 섞어 놓고 ‘엑소좀 세럼’이라 부르지만, 실제로 엑소좀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엑소좀의 출처, 배양 방식, 품질관리 수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규제 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1월 21일자로 개정한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지침(민원인 안내서)’에 따라 인체 유래 성분의 줄기세포, 엑소좀 등은 금지 표현으로 추가됐다. 그러나 엑소좀 관련 화장품은 여전히 일반 화장품 규제 체계 내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비교적 느슨한 인·허가 과정 때문에 안전성 및 효능 과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제도화 및 규제 구체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엑소좀 화장품은 세포 간 신호전달이라는 첨단 개념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기술이지만, 과학적 검증과 규제 체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은 남을 수밖에 없다. 엑소좀의 상업적 활용 방법 연구와 함께 근거 및 제도적 기준 정립에 대한 노력도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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