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누리×민텔] 올 가을·겨울 메이크업 복고 바람 거세
레트로 감성·장식적 실험·색채 해방이 핵심 키워드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04 06:00   수정 2025.08.04 06:01

2025년 가을·겨울 시즌, 뷰티는 과거의 향수와 실험적 표현 사이에서 새로운 미학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민텔(Mintel)은 최근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에서 "소비자는 복고적인 스타일에서 위안을 얻는 동시에, 장식적이면서도 대담한 룩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5 FW 패션쇼’  런웨이에 소개된 뷰티 스타일을 바탕으로 올 가을 겨울 시즌의 트렌드를 내다봤다. 민텔은 크게 ‘레트로 감성의 재해석’ ‘장난기 가득한 실험’ '계절을 거스른 색채의 확장'이라는 세 흐름으로 요약했다.

▲ (왼쪽부터) 2025 F/W 엘레나 벨레즈 쇼에서의 ‘고딕’ 무드 메이크업, 샌디 리앙 쇼의 누드 립 메이크업, 시몬 로샤 쇼에서의 ‘스키니 브로우’. ⓒ각 사

복고의 귀환, 낯익은 것을 새롭게

올 가을 겨울 시즌 가장 뚜렷한 흐름은 복고 미학의 재등장이다. 90년대 감성부터 르네상스 회화, 고딕 무드까지,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스타일이 ‘2025 FW 런웨이’에 등장했다.

대표적 키워드는 ‘르네상스 스킨’이다. 진주광 피부, 미니멀한 눈썹, 조각처럼 뚜렷한 윤곽 등 클래식 회화에서 착안한 룩이 주요 쇼를 장식했다. 이사마야 프렌치는 이를 ‘르네상스 브로우’라는 표현으로 정의하며 시즌 전체 분위기를 이끌었다. 백스테이지에선 케이트 서머빌의 ‘하이드라케이트’ 제품군이 피부 준비 단계에 활용됐고, 맥(MAC)의 스트로브 크림은 보습과 하이라이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이템으로 쓰였다.

좀 더 다크하고 엉성한 스타일도 함께 부상했다. 물기 있는 아이라인이나 거칠게 번진 립 메이크업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정돈된 글램’과는 상반된 미학이다. 마크 패스트는 이른바 ‘고스 글램’ 룩을 선보였고, 엘레나 벨레즈는 아예 번진 음영과 짙은 다크립으로 고딕 무드를 재현했다. 복고 감성과 해체주의가 결합된 흐름이다.

90년대 뷰티 역시 강하게 돌아왔다. 샌디 리앙은 누드 새틴 립을 통해 논란의 '컨실러 립'을 다시 꺼냈고, 시몬 로샤와 아멜리아 그레이는 얇은 스키니 브로우를 강조해 풀 브로우 중심의 흐름을 전환시켰다. 맥은 단종됐던 90년대 립 컬러 라인을 리바이벌 출시하며 상업적 수요에 대응했다.

민텔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뷰티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브랜드 역시 과거의 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의 글리터 립, 마크제이콥스 쇼에서의 스티커 형태의 '뷰티 마크', 디젤의 좀비 메이크업. ⓒ각 사, 민텔

더 장난스럽고 대담하게

올 가을 겨울 시즌 뷰티는 기능을 넘어 놀이와 장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로 메이크업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자신만의 룩을 ‘만드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실험적 제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파티 걸’ 무드의 귀환이다.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는 반짝이는 입술을 전면에 내세웠고, 후다 뷰티와 펜티 뷰티는 쉬머 립글로스를 새롭게 출시해 글리터 트렌드를 재점화했다. 어반디케이의 ‘문더스트’, 이사마야 뷰티의 ‘리락크’는 눈과 입술 어디든 다채롭게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 컬러로 확산 중이다. 올리브앤준은 네 가지 쉬머 컬러의 마그네틱 네일을 가정용 젤 폴리시 형태로 출시해 접근성을 높였다.

런웨이에서도 장난감에서 착안한 룩이 등장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얼굴에 붙이는 스티커 형태의 ‘뷰티 마크’를 과감한 크기로 제시했고, 디젤은 낙서처럼 번진 좀비 메이크업으로 비일상적 해방감을 연출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인기 있는 키덜트 소비와도 연결된다. 빈+오미는 클립을 꽂은 듯한 헤어를, 아시시는 종이 클립을 활용한 장난기 있는 디테일을 선보였다. 디 페사와 시네드 고리는 참 장식 네일로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

이런 트렌드는 ‘꾸미는 재미’와 ‘과잉의 미학’을 동시에 건드린다. 브랜드는 스타일 완성용 액세서리가 아니라 메이크업과 동일 선상의 핵심 요소로 참·스티커·장식 키트를 구성하고 있다.

민텔은 “네일과 헤어 장식, 얼굴용 스티커 등은 소비자가 룩을 직접 꾸미고 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장난감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이 흐름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 2025 톰 포드 F/W 쇼에서 선보인 버터옐로우·네온민트 컬러 섀도(왼쪽)와 맥의 보라빛 스트롭 크림. ⓒ각 사, 민텔 

색의 전환, 계절을 거스르는 톤 플레이

전통적인 가을과 겨울의 시즌 컬러가 해체되고 있다. 무채색과 브라운 중심의 톤 대신, 파스텔·메탈릭·보라 등 강하고 부드러운 색상이 주류로 부상했다. '가을=깊고 어두운 색'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 사례는 파스텔 아이 메이크업이다. 톰 포드는 버터 옐로우와 네온 민트를 런웨이에 올렸다. 이 컬러는 따뜻한 무드와 생기를 동시에 전한다. 후다 뷰티는 보라색을 중심으로 한 '우베(UBE)' 컬렉션을 출시했고, 맥은 스트롭 크림에 보라빛을 입혔다.

립 컬러는 더욱 과감해졌다. Noon by Noor는 초콜릿 브라운, Sinead O'Dwyer는 탠저린, Off-White는 메탈릭 컬러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들은 모두 가을·겨울의 딥한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틀을 벗어난 발색을 선보였다.

립 라인을 강조하는 흐름도 계속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마메 쿠로구치는 진한 립 라이너로 윤곽을 잡은 후 누드, 핑크, 불 같은 레드를 채워 넣는 대비 중심의 룩을 연출했다. Rhode, 원더스킨, 사슈는 지속력이 강한 틴트형 립 컨투어 제품을 출시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컬러 트렌드는 눈·입술을 모두 포함한다. 샤넬은 날개 모양 스모키 아이라인을, MOSSI는 거꾸로 그린 눈 앞꼬리 라이너를 통해 기존 메이크업 공식을 해체했다. Dieux의 ‘윙드 포에버’ 아이 마스크처럼 복잡한 표현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제품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민텔은 “대담한 색상을 활용한 제품은 계절을 거스르는 메이크업 룩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브랜드는 눈과 입술 모두에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포인트 제품 개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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