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관련 ‘안전 로드맵’ 필요
향후 미국서만 최소 5개 허가 예상…임상서 미확인된 반응 나타날 것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1-05 06:00   수정 2021.01.05 06:50
최근 FDA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획득한 코로나19 mRNA 백신들이 최근 잇따라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나타낸 것과 관련,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개념의 ‘안전 로드맵(safety roadmap)’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향후 몇 개월 간 미국에서만 최소 5개의 백신이 허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 역시 긴급사용 승인 이후 임상서 확인되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덧붙여지고 있다.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소속 마리아나 C. 카스텔(Mariana C. Castells) 박사는 최근 SARS-CoV-2 백신에 대한 안전성 유지(Maintaining Safety with SARS-CoV-2 Vaccine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NEJM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감염 예방을 위한 mRNA 백신은 진행중인 3상 임상 시험에서 이상 반응과 관련된 심각한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방 접종 후 첫 24~48시간 내 통증, 발적, 부기 등의 국소 증상과 발열, 피로, 두통, 근육 및 관절통과 같은 전신 증상 등이 위약보다 백신에서 더 흔하게 발견된 정도다.

이 같은 결과는 제약사들이 사전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만한 참여자를 연구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mRNA 백신 1~3상 임상 시험에서 백신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참여자는 제외됐으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연구는 백신과 관련된 심각한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참가자도 제외시켰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의약품 및 의료 제품 규제 기관인 MHRA(The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mRNA 백신 응급 사용을 최초로 승인했다.

그러나 2020년 12월 8일 의료 종사자 및 고령자를 위한 영국의 예방 접종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24시간 이내에 음식과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40세와 49세 여성 2명의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보고됐다. 이들은 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2월 11일 미국 FDA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발표했으며, 의료 종사자에 대한 일반 예방 접종은 12월 14일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12월 15일, 알래스카에서 알려진 알레르기가 없는 32세의 여성 의료 종사자가 첫 번째 백신 접종 후 10분 이내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였다.

알래스카 여성의 사례 이후 백신은 약 200만 명의 의료 종사자들에게 접종됐으며, 미국에서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mRNA 백신과 관련된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줄줄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해당 백신은 일반적으로 백신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의 발생률인 1,000,000분의 1에 비해 약 10배(약 100,000분의 1) 높은 확률을 나타냈다.

단, 모더나 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은 12월 18일에 발표돼 이에 대한 아나필락시스의 발생률은 집계하기 이른 상황이다. 12월 24일 기준으로는 미국 보스턴에서 자가 주사가 가능한 에피네프린을 가지고 있는 어패류 알레르기가 있는 의료 종사자의 사례 1건 및 소수의 잠재적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발생한 두 건의 아나필락시스 사건 이후 MHRA는 어떤 음식이나 약물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반응 이력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기 위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mRNA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는 이 두 가지 백신의 1차 또는 2차 투여와 관련해 중증 또는 즉각적인(4시간 이내) 병력이 있는 사람은 투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권장했다.

학계는 앞선 사례 3건의 임상 증상은 아나필락시스 반응과 일치하다는 분석이다. 주사 후 몇 분 이내에 발생했으며, 증상이 전형적이고 모두 에피네프린에 반응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백신에 최초 노출시 발생하는 것은 IgE 매개 반응의 전형적인 증상은 아니지만, 백신 성분에 대한 기존의 감작이 이러한 관찰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전 세계가 무수히 많은 인구들에 대해 백신 접종에 착수할 예정에 따라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과 메커니즘을 정의하고 위험에 처한 집단을 구분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이를 구분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사전 예방 개념의 ‘안전 로드맵(safety roadmap)’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에 대한 예방을 미처 하지 못했던 이유에는 백신들의 ‘최초’ 허가라는 측면도 있다. mRNA 백신 이면의 기술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허가된 mRNA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이 최초다. 따라서 mRNA 백신과 관련된 알레르기 반응의 가능성을 알려주거나 설명할 수 있는 사전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향후 몇 개월 간 미국 시장에서만 최소 5개의 새로운 백신이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더불어 허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 역시 긴급사용 승인 이후 임상 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개발 속도에 관계없이 모든 약물, 백신 및 의약품에 대해 적용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다행히 면역 매개 이상 반응은 드물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여전히 코로나19와 백신의 세계에는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 자연 감염 또는 예방 접종 후 보호 면역의 상관 관계는 무엇인가, 면역 효과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광범위한 면역이 인구의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는가, 백신의 어떤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가, 일부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IgE 및 비 IgE 매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은가 등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향후 몇 개월 동안 새로운 백신에 노출되는 시기에 접어 들고 있기 때문에, 개인 및 인구 수준에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예방 접종 안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증거 기반 접근 방식의 개발도 중요할 것이며, 접근 방식은 백신 효과 및 재접종 필요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교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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