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수수료 0.9% 전자입찰 그 후
입찰은 일사천리-도매업계는 '카오스'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4-26 06:00   
입찰시장이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시끄럽다.

서울대병원의 이지메디컴을 통한 수수료 0.9%의 전자입찰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며 오히려 내부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은 분산하다.

이 때문에 관심은 입찰이 일단 끝난 상황 이후로 모아진다.

그간 전자입찰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도매업계에서 진행됐던 노력들을 고려할 때 상황종료를 쉽게 선언할 수 없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계약기간까지의 시간도 남았다.

하지만 일단 입찰이 하루 만에 끝난 상황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일련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수수료 부분.

도매업계는 0.9%는 납품마진율이 1%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도매업체에 손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특히 이 손해는 이지메디컴의 수입으로 되며 사실상 이지메디컴에 출자한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수익으로 귀속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

이런 가운데 피할 수 없다는 인식들이 작용,수수료 인하문제가 떠오르며 기대감이 생겼다.

이 시기를 전후로 이지메디컴도 이번 전자입찰의 계약기간을 6개월로 설정하고 수수료 0.9% 이상의 이득을 얻지 못할 경우 0.5%-0.9%로 다운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찰이 하루만에 마무리되며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데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수수료 부분에 초점이 모아진 상황에서 입찰이 어렵게 진행될 경우 타협을 통해 수수료를 다운시킬 가능성이 있었지만 매끄럽게 끝나며 물 건너간 형국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18일 서울지방법원에 접수한 '입찰대행계약 무효소송'(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사이에 지난 2001년 12월 24일 체결된 전자입찰시스템 계약에 대한 무효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또한 오리무중인 상황.

일단 원고 피고간 약 3-4개월정도의 공박을 벌인 후 4-5개월 후 판결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사소송이라 길면 1년 이상 진행될 수도 있고,승소한다 해도 이지메디컴측의 후속조치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답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내부적으로도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도매업계 전체 분위기는 우려, 일부 업소는 '신규창출'이란 기대로 치러진 입찰이 끝난 후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구동성이었던 의견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뉘었고, 급기야 설명회 50여 업소, 등록 28개 업소, 응찰(일부 업소 참여 한했다는 의견과 모두 참여했다는 의견 분분), 낙찰 8개업소로 끝났기 때문이다.

특히 뜻이 뭉치며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문호가 개방된 상태에서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감 등이 팽배해지며, 하루만에 'OK'로 마무리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위기와 상황, 그리고 우려와 기대가 복잡하게 얽히며 치러진 입찰이라 승자도 패자도 없는 형국이 돼 버렸지만 혼돈은 이어지고 있는 것.

입찰시장에서의 판도도 어지럽게 나타나고 있다.

그간 입찰이 진행됐을 경우 덤핑 가로채기 등으로 일정부분 혼란이 있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주력병원 외 낙찰시킨 곳 중에는 덤핑 가로채기를 통해 거래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입찰이 있을 때마다 비판을 받아 온 도매업소가 포함돼 있다.

개별 업소 차원을 벗어나 업계 차원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번에도 상당히 낮은 가격에 낙찰시킨 것으로 파악되는 한켠에 입찰질서의 문제가 아닌,판도변화의 모습이 표출되고 있는 것.

특히 모 약품 경우 보훈병원에 낙찰시켜 놓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낙찰시킴에 따라 보훈병원에 포기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도매업소의 한 사장은 "입찰진행 과정 중 포기하면 인정하고 약간의 징계를 주는데 이미 한 두번 납품한 상황에서 보훈병원에 포기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보훈병원에서 1년간 징계를 주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년 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보훈병원 입찰을 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을 감수하고라도 서울대병원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전에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입찰을 추진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그룹 경우 지난해 낙찰가가 기준가 대비 상당 부분 내려간 상황에서 지난해 응찰업소들 대부분이 올해 조금 더 내려간 가격에 응찰한 것으로 판단할 때, 더 낮은 가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는 신규인 업소들이 낙찰시키기 힘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사장은 "사전 정보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주력했던 도매업소들이 있는 상황에서 사전 교감이 없었으면 낙찰시키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과연 제약사가 제품을 공급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품목은 제약사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단독품목은 제약사가 이들 업소에 제품을 주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부분은 계약만료 시점인 29일이 지나봐야 알 전망이지만 이 결과에 따른 파장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입찰이 끝난 상황에서 타 병원문제도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 부분은 애초 도매업계가 서울대병원의 수수료 0.9% 전자입찰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였다.

현재 이지메디컴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는 병원은 경희의료원 경북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원광대병원 제주한국병원 청주성모병원 등.

하지만 일단 서울대병원과 같이 이지메디컴을 통한 수수료 전자입찰(의약품) 방식이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지메디컴도 서울대병원은 이들 병원과 다르다는 얘기를 내놓고 있다.

이지메디컴 시스템은 완전위탁 방식과 임대료를 받으며 병원에 시스템을 제공하는 경우 등으로, 서울대병원은 완전 위탁방식이지만 입찰제도가 의무화가 아닌, 병원은 후자쪽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지메디컴 관계자는 " 서울대병원은 서울지역에 도매업소가 난립해 시장조사하기도 힘들고 또 구매가가 크고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아웃소싱방법으로 했지만 지방 같은 경우 구매가가 크지 않고 일부 거점도매를 통해 시장조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용구 진료재료 등에 적용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 병원은 완전위탁이 아닌,시스템제공으로 서울대병원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특히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병원에서 이지메디컴을 통한 입찰과 수의계약 등을 통한 입찰 사이에 묘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병원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서울대병원 전자입찰은 끝났다.

하지만 그간 진행돼 온 과정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완전히 종료된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입찰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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