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에 막힌 항생제 개발…‘오래된 항생제’가 답될까
신약 대비 임상적 유용성 못지않아…연구 펀드 부재 등 한계 존재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4-13 06:01   수정 2018.04.13 07:00
1980년대 항생제 신약 시장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였다. 1980년부터 1987년 사이에는 무려 16개의 항생제 신약이 FDA로부터 허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단 2개의 약제만 허가를 받을 정도로 새로운 항생제의 등장 속도는 더뎠다.

문제는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생제 개발이 더욱 더디다는 점이다. 15년 만에 원내 폐렴에 승인된 약제인 세프타지딤-아비박탐(ceftazidime-avibactam)이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새 항생제에 대한 니즈는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국내외에서 주요 미생물의 항생제 내성 증가와 다제내성균의 의한 감염은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성균을 치료하기 위한 광범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세균의 내성발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결국 쓸 수 있는 항생제가 거의 없게 된 것.

내성균 감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새 약제 개발에는 막대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만 한다.

따라서 수십 년 전에 개발됐지만 좁은 항균범위, 부작용, 새로운 항생제와 경쟁력 저하 등으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과거 항생제’가 다시 사용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의견은 지난 11일 열린 대한화학요법학회·대한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오래된 항생제의 부활(Revival of old drug)’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의석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국내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신약 개발 못지않은 과거 항생제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수성을 기대할 수 있는 특정 감염 중에서 과거 항생제를 광범위 항생제 대신 사용한다면 내성균 선택 가능성이 줄어 이차 피해(collateral damage)가 생길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오히려 그간 사용량의 감소로 인해 항생제 내성률이 낮아진 경우도 있다.

다제내성 그람음성세균감염증에 대한 치료제로 최근 국내외에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과거 항생제로는 콜리스틴(colistin), 포스포마이신(fosfomycin), 아미노플리코사이드(amynoglycosides), 메실리남/피브메실리남(mecillinam/pivmecillinam), 테모실린(temocillin), 나이트로퓨란토인(nitrofurantoin) 등이 있다.

이 중 콜리스틴은 초기 신독성이 문제가 됐긴 했지만, 이후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에 의한 균혈증,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요로감염, 복강 내 감염 등 중증감염에 단독 혹은 병합요법으로 사용돼왔다.

포스포마이신은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을 포함한 다제내성균에 의한 감염에 다른 항생제와 병합해 사용한다. 그간 많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을 포함한 여러 균에 대해 감수성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위장계 이상 반응을 제외하고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

다제내성 그람양성세균감염증 치료제로 시도되고 있는 과거 항생제로는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rimethoprim-sulfamethoxazole, TMP/SMX),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프리스티나마이신(pristinamycin), 리팜피신(rifampicin), 푸시딘 산(fusidic acid) 등이 있다.

TMP/SMX는 메치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에 의한 피부연조직감염과 지역사회 관련 MRSA 감염의 치료제로 흔히 추천되고 있다.

클로람페니콜은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에 의한 중추신경계감염, 균혈증, 복강 내 감염 등에 투여가 가능하고 독시사이클린은 VRE에 의한 요로 감염의 치료에 사용된다.

그러나 한계점도 있다. 오늘날 신약에 비해 과거 항생제는 PK/PD 연구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며, 상업성이 떨어짐에 따라 구할 수 없는 약들이 많다. 또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실제적인 감수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과거의 약을 많이 쓰게 되면 결국 다시 내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존재한다.

과거의 약을 쓴다고 해서 제약사가 취할 수 있는 큰 이점은 없다. 따라서 여기에 투자하거나 연구비를 지원할 이유도 없다. 정부도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임상적 유용성 또는 다른 새로운 항생제와 병합요법에서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자금 문제 때문에 결국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연구자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럽은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유럽연합 펀딩(EU funding)에서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어 현재 11개 국가 14세 센터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오래된 항생제의 필요성은 있지만 펀드가 쉽게 구해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공식 연구 펀드(public research fund)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실제로 이뤄지는 허가사항의 문제와 규제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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