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계가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제도와 이를 이용하는 업체들간 이전투구 영업, 각종 현안에 대한 대안 부재로 혼란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며 무기력증에 빠진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우선 입찰. 업계에 따르면 품목장사가 대거 진출하며 무질서와 혼란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
도매허가 규제가 완화된 이후 대거 생긴, 이들 업소들이 '따놓고 보기'식 덤핑 가로채기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 특히 적은 규모에 1∼2품목으로 영업하는 이들 업소들은 '안 되도 크게 밑질 게 없다'는 식으로 나서고 있어 혼란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중 모 도매상은 문전약국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올초 품목장사를 적극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 더욱이 향후 메이커 출신들이 품목 1∼2개를 갖고 동참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혼란은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나온 공급확인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 싸게 산다고 이득 보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자들이 혹 시비가 생길 경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해 공급확인서 첨부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덤핑해도 약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공급돼 병원에서도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가격인하에 초점을 맞춘 정부에는 더욱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입찰업계에서는 향후 치러질 모 병원에 공급확인서 첨부를 타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중에 업소들간 동상이몽도 자리잡는 추세. 개선의지를 외치지만 일부에서는 상황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은 유통개혁, 뒷마진 등도 마찬가지. 유통개혁과 관련 최근 열린 이사회서 '21세기유통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쥴릭건을 포함, 거시적인 안목에서 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실제적인 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십인십색인 도매업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안은 불가능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한곳으로 결집시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유통개혁은 우선 자율정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이것은 요원하고, 스스로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은 개혁은 오래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뒷마진 근절 목소리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 관계자는 "되는 일도 없지만, 말로는 안 되는 일도 없는 게 도매업계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