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기다렸는데 허가된 약도 못 써"…PBC 신약, 허가 넘어 급여가 관건
환우 "간이식 전 치료받을 기회 원한다"…의료진 "약 있어도 못 쓰면 그림의 떡"
공단·심평원, 신속등재 제도 소개…"급여 신청 접수되면 절차 따라 검토"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30 06:00   수정 2026.07.30 06:01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저는 25년을 기다렸습니다. 진단을 기다렸고, 치료를 기다렸고, 희망을 기다렸습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 권영숙 씨는 국내에서 허가된 치료제가 있음에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라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들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건강보험 당국은 급여 신청이 접수되면 관련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논의는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권영숙 PBC 환우.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허가된 치료제 있는데도 못 써…25년째 기다리고 있다"

4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권영숙 씨는 약 25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피로감과 가려움증을 겪었다.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피곤해서 그렇다"는 설명만 들었고, 증상이 시작된 지 약 10년이 지나서야 PBC 진단을 받았다.

이후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했지만 간섬유화는 계속 진행됐다.

권 씨는 "병명을 알았다고 두려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간은 하루하루 조금씩 굳어가고 있고, 검사 결과를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진행됐을까'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환자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허가된 치료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며 "25년을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치료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이 더 굳어지고 간이식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치료받을 기회를 원한다"며 "아이들에게 간을 이식받고 싶지 않다. 더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간이 망가지는 두려움 없이 평범한 내일을 살아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좌장),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임상시험에선 좋아졌는데…시험 끝나자 다시 악화"

의료진도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투여받은 뒤 간 수치와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던 환자가 시험 종료로 약을 중단한 뒤 간 수치가 다시 악화된 사례를 소개했다.

강 교수는 "임상시험 기간에는 증상이 좋아지고 표정도 밝아졌던 환자가 약을 중단한 뒤 다시 과거의 괴로운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며 "진료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도 약을 계속 처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가받은 약이 있어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계가 흔들릴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환자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며 "환자들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하루빨리 처방받을 수 있도록 급여 적용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료제가 없는 것도 답답하지만 눈앞에 치료제가 있는데도 사용할 수 없는 괴로움을 환자들이 더 크게 느끼는 질환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환자에게는 큰 고통"

환자단체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치료 접근성 부족이 환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 간질환 환자와 보호자 1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환자·보호자의 90.1%가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경제활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54.1%, 사회활동은 44.2%, 육아·보육은 37%였으며, 질병 진행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77.2%, 간이식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72.5%였다. 응답자의 94.3%는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방 사무국장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국내 허가까지 이뤄졌는데도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큰 괴로움"이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 개선,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과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신속등재 제도 운영…공식 신청 후 절차 진행"

토론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은 허가·평가·협상을 병행하는 제도와 신속 등재 시범사업 등을 소개하며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절차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희귀질환의 중증도와 미충족 의료 수요, 환자 접근성 등이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한정된 재원 안에서 질환의 중증도와 사회적 요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 절차가 진행되면 환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해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은 "현재 해당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공식 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며 "신속 등재 시범사업 대상이 될지는 현 단계에서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급여 결정 신청이 접수되면 질환 특성과 치료제 특성, 관련 학회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한 급여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진단·질환 인지도 제고도 병행돼야"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PBC가 주로 40~60대 중년 여성에게 발생하는 만큼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을 동시에 책임지는 시기와 맞물려 질환 부담이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로감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인 만큼 국가건강검진 편입 여부와 별개로 기존 건강검진 결과를 적극 활용하고, 의료진 교육과 질환 인지도 제고를 통해 의심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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