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보고서 공개 앞두고 국민동의청원 ‘리베이트 박멸’ 요구 글 등장
청원인 “‘리베이트 금지법’ 무용지물…지키지 않는 병원 전국 각지에 많아”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19 06:00   수정 2024.03.19 06:01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 온 청원 글의 일부 내용 갈무리. ⓒ국민동의청원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제약회사‧의료기기업체와 관련, 병원 리베이트를 근절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의 실명이 공개될 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이에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11일 ‘의사와 제약회사 및 기타 의료기기 업체간의 리베이트 근절 강력 법안 입법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다음달 10일까지 동의를 진행한다.

청원인은 “의사와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간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해야 깨끗하고 안전한 의료가 실현된다”며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은 의약품‧의료기기 판촉영업자가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해 3월에는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로부터 영업판촉 업무를 위탁받은 CSO가 제공한 리베이트를 의사가 받을 수 없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병원이 전국 각지에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일부 병원이나 의원에서 제약회사나 거래처 영업사원이 준 법인카드로 간호조무사와 물리치료사, 원장 등이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약사‧의료기기업체는 학회라는 이름으로 의사들에게 호텔 숙박을 제공하고, 신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는 것. 심지어 자녀 어린이집 등원, 화장실 변기 뚫는 일 등 원장의 개인 심부름을 영업사원이 해야 하는 경우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져 있다며, 의사들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이 지적한 내용 중 일부는 ‘갑질’로 볼 수 있지만, ‘견본품 제공’ 등 법령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령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은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구매 전 성능 확인을 위한 사용(의료기기) 등 총 7가지다. 이같은 내용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제도는 보건복지부가 제약사, 의료기기회사 및 유통업자 등이 의료인, 약사 등에게 제공하는 법령상 허용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보관토록 하는 것으로, 2018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제약사 등 의약품공급자는 2018년부터, 판촉영업자(CSO)의 경우 약사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작성 의무가 도입됐다.

문제는 올해부터 공개될 지출보고서에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의 실명을 공개할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 복지부는 다음달 중 보건의료 공급자 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의료인 명단 공개 범위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실명 공개가 합법적인 일이라도 경제적 이익 내역이 공개되면 환자들의 왜곡된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학술활동 위축과 제약업계의 영업기밀 유출 등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사와 병원간 리베이트 논란은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 지난 3일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제약회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지면서 또 한 번 거세졌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2항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자발적 자유의사를 폄훼하고, 의사들과 제약회사 영업사원 간 관계를 강압적 요구가 이뤄지는 종속적 관계로 인식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지시 및 요구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공표했으나 작성자 주장과 달리 접수 신고 건수는 0건, 비대위도 산하 단체 및 집회 참석자들에게 확인한 바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게시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사건이 제약사와 병원 간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음을 가늠케 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출보고서 공개 여부 결정 전 올라온 이번 청원글이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 예민하게 여길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청원인은 “(불법 리베이트를) 누가 일일이 다 찾아서 신고하겠나”라며 “의료인에게도 김영란법이 적용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리베이트는 박멸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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