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제도’, 문제는 ‘돈’…“일본처럼 국가‧지자체 재정지원 필요”
이선우 충남의대 교수, 복지부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서 언급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11 06:00   수정 2024.03.11 06:01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개최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적인 전공의 수련제도를 도입하려면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득은 환자에게 돌아가므로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대학교병원 이선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개최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선진적 수련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선행과제’를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이선우 교수는 “수련제도는 사회적 비용인 만큼 국가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처럼 슈퍼바이저에 대한 수련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1년에 약 110억엔을 임상 연수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임상연수를 교육하는 지도 전문의의 수련 비용으로 쓰인다.

또한 그는 △전공의 수련기관을 주기적으로 인증하는 독립기관 △병원 내 수련위원회 설치 및 전공의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담당 책임 지도전문의와 교육담당 지도전문의 △실제 진료 시 전공의의 수련 참여를 보장하거나, 다양한 환경에서 진료 경험 보장 △전공의 평가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턴 수련을 위한 독립 법령이 필요하고, 수련기관 허가와 주기적인 인증과 관련한 독립적인 법적 기구가 필요하다”며 “전공의 명칭도 인턴보다는 임상수련의, 1차진료의, 임상진료의 등으로 변경할 것으로 제안한다”고 전했다.

전공의 수련기간은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1차진료 자격 획득과 원활한 진로 탐색을 위해 1년은 부족하다. 해외에서도 2년이 일반적”이라며 “1년차부터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 진지하게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 순서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이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조하며 이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양은배 부원장은 “전공의 수련은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수익을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전공의가 잘 수련받으면 우수한 전문의가 되어 우리 사회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 이들이 잘 양성돼야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가 탄탄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공의 수준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인식한다면 그에 대한 국가의 재정투자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전공의 특별법 제3조에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어떤 부분에 어떤 재정을 지원할 거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전공의를 수련하는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를 수련하는 병원과 수련하지 않는 병원을 비교한 해외 연구 사례를 언급했다. 전공의 수련을 하는 기관의 비용이 36%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는 전공의 수련을 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는 의미로,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비용을 국가는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지, 지자체는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국민은 이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전공의 수련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직접 비용과 간접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현행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기준을 시설이나 장비, 진료 실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전공의 수련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린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을 수련병원답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가 수련 프로그램이나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규제나 통제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만큼, 제도를 만들 때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과 더 많은 대화와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전남대학교병원 주재균 외과 교수도 거점 국립대병원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수련병원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주 교수는 “인턴이 처음 들어왔을 때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병원에서 요구하는 기본 술기 교육이 생각보다 덜 돼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러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경비를 들여 재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여러 다른 학교 출신들이 모인 상태에서 각자가 배워 온 교육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재교육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이에 대한 국가적 시스템이나 보조금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논의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을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수련환경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70년간 유지됐던 수련제도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쟁점이 많이 있어서 좀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며, 이에 대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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