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으로 이뤄져야할 연명의료중단이 실상 ‘가족’에 의한 결정으로 진행될 때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9회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서이종 교수는 ssk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에서 진행한 연명의료결정 현황을 발표했다. 특히 65-74세와 75세 이상 노인 응답 초점을 맞췄다.
‘고령층은 자신의 말기상태를 알고 싶어한다’ 질문에 65-74세는 62.6%, 75세 이상은 57.3%가 자신이 여러 가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가 자신에게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말기환자라면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질문엔 65-74세는 57.2%, 75세 이상은 59.5%가 호스피스완화돌봄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연명의료 중단/거부의 사유에 대한 질문에 ‘연명치료로 인해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가 65-74세, 75세 이상에서 각각 39.2%, 38.4%로 높게 나타났다. ‘치료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공동 2위로 선택됐다.
또한 상급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으로 나눠 연명의료결정 종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전연명의료계획서 혹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31.5%와 0.8%로 나타났다.
반면,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 혹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로 인해 연명의료가 결정 된 경우는 각각 31.8%와 35.9%로 확인됐다. 이는 연명의료결정이 자신이 아닌 가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이종 교수는 “노인, 장애인 등과 같은 취약계층의 경우, 여명의료를 결정할 가족의 경제적 부담, 간병 부담 걱정으로 환자의 여명을 결정하는 경우는 없는 지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환자가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한 동의를 표했는지, 환자의 일치된 견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야한다”고 제기했다.
이에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정부가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모였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신현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취약계층에서 연명 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중앙 호스피스, 권역 호스피스 등 자꾸 의료적 시각으로만 집중해 상업화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 호스피스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고 형식적 가족결정에서 실질적 사회부조가 필요하다. 또한 독거노인 등 보호자가 없는 환자를 위해 변호사, 종교인, 사회복지시설의 장 등의 대리인제도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민보험공단 이정석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는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매우 저하된 자로 선택과 결정에 있어 참여가 어렵고, 아직까지 장기요양 영역에서 연명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정석 연구위원은 “신체적, 인지적, 재정적으로 힘든 노인들이 임종과정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장기요양 진입부터 임종에 이르는 케어과정에 대한 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국민 누구나 자기 의사를 존중받고 실행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국가에서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