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비타민의 30% 가까이가 함량미달’이라는 녹색소비자연대의 보도이후 기능식품 업계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제약업계 역시 이번파동이 비타민 의약품으로까지 번지지나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기색이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는 그간 어렵게 쌓아올린 소비자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메가톤급 악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 한 번의 분석결과만을 가지고 부정적인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주장도 많다.
시중 35개 영양보충제 수거검사
녹색소비자연대는 최근 수입되거나 국내에서 생산한 비타민, 미네랄 제품 35개를 무작위로 수거하여 성분을 분석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각 제품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의 함량이 법률로 정해진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한지를 조사하겠다는 취지.
그 결과 35개 제품 중 9개 제품이 함량 미달이라는 결론을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25%, 즉 4개중 1개는 소비자를 우롱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9개 제품의 리스트에는 네추럴 F&P, 서흥캅셀 등 국내 유명 OEM 업체들의 제품은 물론 뉴트리션웨이브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수입 브랜드 비타민도 포함되어 있어 충격이 적이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땅에 떨어질 소비자신뢰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소비자 신뢰도의 하락이다.
홍삼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시장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업체들을 지탱하던 비타민, 미네랄 시장마저 침체를 겪는다면, 중소기업 중심의 기능식품 산업에 미칠 충격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식품 전체 생산실적이 매년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홍삼 시장의 볼륨을 제하면 오히려 축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발표가 나오면 시장에서 곧바로 신호가 나타난다”며 “중소기업들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라고 밝혔다.
충분한 검토를 거쳤나?
기능식품 업체들은 대부분 녹소연의 발표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멀티비타민이나 비타민·미네랄 복합제품과 같이 각각의 성분이 극소량 첨가되는 경우는 분석환경이나 분석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1회 검사결과만을 가지고 해당 제품이 함량미달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함량미달로 나온 제품들 대부분은 멀티비타민, 비타민미네랄 복합제 등 여러 영양소가 섞여있는 제품”이라며 “이런 제품들은 각각의 성분이 워낙 미량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1회 분석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업체별로 동일한 로트의 제품을 재차 검사한 결과 녹소연의 분석결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사례가 많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OEM 업소의 대표는 “녹소연 검사 제품과 같은 로트 제품으로 2회 분석한 결과 기준 규격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료를 보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복수의 분석기관에서 2회 이상 분석한 결과도 아닌 자료를 섣불리 발표한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로 생각된다”고 불만을 토했다.
미국 비타민E의 선례 따를까
업계는 3~4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비타민E 사태가 떠오른다면 몸서리치고 있다.
당시 미국의 미디어들은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팀의 연구발표를 인용해 ‘비타민E 등 항산화제 섭취가 인체에 유용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이후 그 연구발표에 대한 반박연구 자료와 논리적 비약을 지적하는 비판들이 제기됐지만 이미 비타민E 시장은 전성기 대비 30%가까지 축소됐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부정적 발표가 미디어를 통해 과장되고 이것이 시장을 완전히 붕괴시킨 셈이다.
협회에 대한 서운함도 커
기능식품협회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하는 업체들도 많다.
명색이 건강기능식품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OEM 업체의 한 대표는 “시민단체와의 분쟁에서는 개별업체, 그것도 중소기업 단독으로 맞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협회차원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재분석을 건의하고, 업체들이 분석기관에 의뢰한 검사결과를 발표내용에 반영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능식품 협회는 그동안 수차례 있어왔던 부정적인 보도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기업들로부터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체적인 해결책 찾아야
업계는 이번 녹소연 발표와 같은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정적인 보도와 관련해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반박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함은 물론, 기업들 스스로가 관리체계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MP 도입으로 품질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도 업체별로 관리격차가 심해 이번 건과 같은 조사에는 취약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약으로 삼아 업체 스스로 품질관리 마인드를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관검체의 보관기관을 스스로 늘리고, 기간을 정해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외부 위협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식품 업계의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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