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서울서부지법이 건강보험공단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의료계와 공단·심평원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이어지고 있다.
판결 이후 공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건강권 구속에서 벗어났다"며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9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주관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 청구 소송 판결 관련 설명회'가 병원의 잇따른 소송을 독려하는 분위기로 진행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돈보다 의사의 선의성 존중해야"
이날 설명회에는 이번 소송의 대리인이었던 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 현두륜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250여명의 병원 관계자들에게 진료비 청구 소송의 향후 전망과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선욱 변호사는 "대부분의 의사들의 선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허위청구에 대해서는 현재에도 환수되고 있고 의료인이 경제적 이유에서 과잉처방을 한다고 해도 그 이익이 의료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의 선의성을 포기할 경제적 이윤동기 유인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의로 허위청구 등을 하는 일부 의료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의 위해 여부를 먼저 판단하게 된다는 것.
특히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법에 근거규정을 두는 방법으로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한 부분에 대해 "비중은 있지만 권고 또는 독자적 판단에 불과한 것"이라며 "입법 여부에 관한 결정은 국회의 고유 재량권한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8대 국회에서 박기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라며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해서 필요한 입법인지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소송 판결의 의미에 대해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함에 있어서 부당하는 주의의무는 진료 당시의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요양급여기준 또는 식약청장의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요양급여기준과 심사절차의 한계를 지적하며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법안이 제정된다면 전제 조건으로 요양급여기준의 개정,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심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건강보험 재정 손실에 대한 우려에 대해 "손실이 아니라 공단이 병원에 지급해야 할 것을 안 준 것으로 공단이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의 과잉처방이 늘어나 약처방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이 원외처방으로 인한 혜택이 없는데 굳이 과잉처방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심평원의 기계적 심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앞으로 약제비 심사에 있어 공백과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공단·심평원 공조 "문제 없다"
이날 설명회에 대한 공단과 심평원의 반응은 차가웠다.
공단 관계자는 "설명회를 통해 집단 소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처방이라는 점을 들어 건강보험 재정이 손실되는 것을 무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건강보험으로 인해 수가를 받으려면 요양급여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기준에서 벗어난 부분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단이 3일 판결문을 받았고 현재 항소를 준비하기 위해 소송 대리인을 선정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한 심사기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것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 중에 형식적인 심사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해당 부분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신청해서 확인한 후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삭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심평원 직원들과 심사위원들은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공단·심평원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소송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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