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건립하고 있는 첨단 의약품 생산시설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60여개 제약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정책에 따라 미국 FDA에서 인정하는 cGMP급 의약품 생산시설 건립에 1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지만, 막상 그것을 운용할 전문 인력이 거의 없어 공장을 놀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문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미 FTA에 따른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미 지난해 ‘GMP 인력수급방안’을 마련했지만, 한미 FTA가 최종 비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사업 추진을 위한 5억 원 규모의 예산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5억 원의 정부 예산이 ‘실용적으로’ 집행되지 않아, 1조원 이상의 기업 투자와 신규 일자리창출 기회가 사장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4일 제약업계 및 복지부 등에 따르면, ‘GMP 인력수급방안’은 올해 3월 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끝마치고 국회로부터 예산까지 확보한 상황이지만, 아직 예산 집행이 승인되지 않아 현재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31개 추진사업 중, 유독 ‘GMP 인력수급방안’과 ‘해외수출지원사업’ 등 몇 가지 사업만 ‘신규사업’이라는 이유로 예산 집행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GMP 인력수급방안은 계속추진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으로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됐기 때문에, 한미 FTA가 비준돼야 예산 집행이 가능한 구조”라며 “GMP 인력수급 등 두 세게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예산이 집행되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로선 FTA가 비준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한미 FTA 비준이라는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별도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하루빨리 cGMP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GMP라는 것이 단지 시설만 갖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을 통해 생산시설이 cGMP급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cGMP는 국내 제약사들이 처음 해보는 것이고 제대로 된 전문 인력도 없어 공장 설립 초기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장을 세우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공장이 cGMP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국내외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할 때 전문 인력 양성은 제약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