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해외거주자를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가능할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약업신문외국인과 재외국민 등 해외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특히 해외에선 약품 수급이 쉽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해외거주자를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가능할까’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재외국민을 상대로 한 비대면진료’를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 강북삼성병원, 부민병원 의료진이 패널로 참석해 그간의 성과와 개선 사항 등을 논의했다.아산병원 전인호 정형외과 교수는 러시아‧몽골‧베트남 등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시행한 비대면진료 사례를 공유했다. 전인호 교수는 해당 시범사업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서울아산병원은 다국어 홈페이지와 외국어 코디네이터를 통해 진료 상담과 소견서 번역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자국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마취로 인한 사망 가능성 때문에 수술받지 못한 몽골의 한 60세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실시했고, 입원장을 발부해 국내로 입국시킨 뒤 수술을 진행했다.또 카자흐스탄에서는 한 환자가 손가락 골절을 치료한 후에도 손가락 변형 등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손가락 종양이 원인이었다. 현지에선 수술이 어려워 서울아산병원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사전상담과 수술 일정을 조율해 당일 입원장을 발부한 후 수술을 진행했다.전 교수는 “이 같은 사례는 비대면진료의 장점”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는 원격의료 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지 의사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의학지식이나 기술 지원, 환자의 건강이나 질병에 대한 상담 등에 있어 필수 조건이 현지에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환자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비대면진료를 K-메디컬로 만들어 외국인 환자 유치를 확대하고, 글로벌 헬스케어에 대한 네임밸류를 높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현재는 수많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한국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배예슬 가정의학과 교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 사례를 소개했다. 강북삼성병원은 미래 헬스케어 추진단 사업 중 하나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의료상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에 파견된 주재원이 많은 삼성 그룹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도 계약을 맺고 해외 파견 출장자를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약 7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비대면지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강북삼성병원은 비대면진료 시행 전에 코디네이터와 1대1로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전문 진료과와 연계할 지를 정한 후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게 된다. 이후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면 심리상담도 연계하는 방식이다.배예슬 교수는 비대면진료 시 약 처방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그는 “환자가 외국에 거주하다 보니 국내에 직계가족이 거주하는 경우에는 약을 가족이 대리구입해 보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환자가 현지에서 약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영문처방전이나 소견서를 발급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약을 살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의약품 수급 문제는 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이다. 보통은 가족이 다 같이 해외에 나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입하는 게 쉽지 않고,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없어 약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야 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럽다. 향정약은 상당 기간 처방해야 효과가 있지만 약을 많이 보내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민병원 김재영 소화기내과 과장도 비대면진료 운영 사례를 통한 성과와 개선방향을 전했다. 앞서 두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중소병원인 부민병원은 주로 중국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에 주재하는 교민과 교포 수는 총 210만명으로, 이 중 광둥성에 거주하는 약 15만명을 주요 타깃으로 비대면진료를 시행 중이다.김재영 과장은 의사들이 비대면진료를 꺼려하는 이유가 환자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 때문이라면서, 부민병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솔루션 스타트업인 ‘비플러스 헬스케어’와 협력해 진료 전 문진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민병원은 가장 먼저 ‘한국-중국 약품 매칭사업’을 준비했다는 것. 비대면진료를 하더라도 약 처방이 없다면 반쪽짜리 진료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은 의약분업 제외 국가로, 환자가 성분과 용량, 용법만 정확히 알면 처방에 필요한 항생제나 당뇨약, 혈압약을 구할 수 있다. 중국어에 능통치 않은 재외국민이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국 약과 성분이 같은 중국 약을 매칭한 것이다.김 과장은 “비대면진료로 중국 교민을 진료한 후 약품 처방이 필요하면 한국과 중문 소견서를 발급한다. 약은 한국 약과 성분이 같은 중국 의약품으로 소견서를 발급하고, 필요한 경우 중국 현지 병원을 통해 검사나 협진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이 중국에서 어떤 약을 구해야 할지 몰랐는데, 약품 매칭을 통해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김남혁 규제샌드박스팀장은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임시 허가는 현지 인프라 부족과 문화‧언어적 차이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며 “특례승인 기관의 사업 여건 개선과 조속한 법제화 등을 통해 프로그램 활성화 지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시일 내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쉽지 않다면 서비스 대상을 재외국민으로 한정해 법제화를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외교부 이송주 영사안전정책과장도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재외국민의 만족도와 재이용 의사가 대체로 높은 편”이라며 “다만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현지 법령에 저촉될 가능성과 약품 수급 한계 등으로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이어 그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 관련 부처와 민간업계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 중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