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을 복용한 후 다리가 심하게 아픈 환자 “부학장님, 문자 연락받고 연락드립니다.”“토요일인데 전화해 줘서 고마와요. 스타틴에 대해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연락했어요. 내 친척이 지난 달 초에 UCSF 대학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진단받고 퇴원했어요. 그 뒤 한 이주 정도 재활원에 있다가 지난달 말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리가 심하게 아프고 힘이 없어 걷기조차 힘들다고 하네요. 그 친척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데 혹시 스타틴때문인가 해서...”“어떤 스타틴을 복용하고 계신가요?”“아토바스타틴 (atorvastatin) 80 mg입니다.” 스타틴 (statin)은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이 효과는 고용량의 스타틴에서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아토바스타틴 40~80 mg, 로수바스타틴 (rosuvastatin) 20~40 mg이 흔히 이용된다. 부학장님이 계속 말씀하신다.“내 친척은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이런 사람에게 고용량을 쓸 수 있을까?”“75세 이상의 환자들은 심근경색을 방지하는 스타틴의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들에 많이 참여하지 않아서, 고용량의 스타틴이 이러한 환자들에게 정말 더 나은지 뚜렷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 환자들에게서는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죠. 그래서, 미국 심장학회 치료지침서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고용량 또는 이보다 약한 스타틴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환자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낮으면 고용량을, 크면 이보다 낮은 용량을 쓰란 말이군요.”“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타틴에 의한 부작용의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UCSF 대학병원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고용량의 스타틴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스타틴이 근육 부작용을 일으키잖아요.”“네, 맞습니다만 근육 통증은 여러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진짜로 스타틴에 의해 발생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스타틴에 의해 근육 부작용을 겪었다는 환자들 중 진짜로 스타틴 때문에 근육 통증이 발생한 경우는 50%미만인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친척 분의 다리 통증은 한쪽 다리에서만 나타나나요? 아니면 두 다리 모두에 나타나고 있나요?”“그건 내가 물어 보지 않았네요.”“스타틴에 의한 근육통이 다리에 나타나면 보통 양다리에서 동시에 발생합니다. 어쨌든 제 생각에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니까 일단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creatine kinase)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근육 세포가 죽게 되면 근육 세포내의 단백질 중 하나인 크레아틴 키나제가 혈액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근육통을 호소하던 환자의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높아져 있으면 스타틴에 의해 근육 세포가 죽었다 –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 - 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으로 확인되면 일단 스타틴을 중단해야 합니다.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심하게 높고 횡문근 융해증 (rhabdomyolysis)이 일어난 경우 스타틴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고요. 그렇지 않다면, 크레아틴 키나제 양의 양이 정상 수치인 30~170사이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타틴의 용량을 낮추거나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바꿔서 다시 시작하고요. 친척분은 최근 심근경색증을 앓았기 때문에 횡문근 융해증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스타틴을 다시 시작해야 할 거예요.” 횡문근 융해증은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많은 근육 세포가 죽어버려서 심한 근육통과 코카콜라 색깔과 같은 오줌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뿐만 아니라 죽은 근육 세포들이 신장에 쌓여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잘 알았고, 고마와요. 그런데, 의사를 만날 수 있어야지. 담당 심장내과의사의 클리닉에 며칠 전 연락을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고 일차의료제공자는 다음 주 화요일에나 만날 수 있나봐요.” 미국에서 환자들이 담당의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담당의사의 클리닉에 전화하거나 아니면 전자차트로 의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보통 대학병원 의사는 매일 환자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클리닉에서 근무하지 않는 날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연락할 가능성이 낮다. 의사가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날이라 할 지라도 그날 예약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환자들에게서 온 메시지는 의사가 판단하기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빨리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나기까지 아직 3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월요일에 동네 의사라도 찾아갈 수 있지만 미국은 일차의료제공자가 진료의뢰를 넣어주어야만 다른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를 당장 만나고 싶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응급실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응급실에 가더라도 다리 아픈 것은 당장 생명에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료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는데 80세 넘은 노인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부학장님과 나는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일 크레아틴 키나제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으로 동의하였다. 다음 주 수요일, 즉 친척분이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난 다음 날, 부학장님이 문자를 보내셨다. ‘혈중 크레아틴 키나제 양이 34,000이라네요. 횡문근 융해증이 의심되어 입원했어요.’ 안타까왔다. 만약 그 친척분이 의사를 좀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으면 이렇게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진행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예는 환자가 필요로 할 때 의료제공자와 제때에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현행 미국 의료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필자소개>-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