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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1> 코로나19 시대의 금연 보조제 이야기
코로나19 때문에 금연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영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금연한 사람은 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금연단체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41%가 코로나19가 금연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금연은 훌륭한 선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코로나19로 중증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으므로 금연상담전화, 모바일(휴대전화) 금연지원서비스, 니코틴보조제(껌, 패치 등)와 같이 검증된 방법을 통해 즉각 금연할 것을 권고한다. 마스크를 쓰면 손으로 얼굴을 덜 만지는 게 코로나19 감염을 줄이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흡연할 수는 없다. 담배와 손가락에 입이 닿게 되므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게다가 담배 연기 속의 수많은 독성물질은 흡연자의 심혈관, 폐, 면역 기능을 손상시킨다. 흡연자는 심혈관계 질환, 암, 만성 호흡기 질환과 같은 질병에도 취약하다. 흡연자가 코로나19를 앓게 될 경우 더욱 위험한 이유다. 금연패치, 금연껌과 같은 니코틴 대체제는 니코틴 금단 증상을 줄이면서 금연 성공률을 높여준다. 코크란 리뷰에서 2018년 64,640명을 대상으로 한 136건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할 경우 금연 성공률이 50~6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대신 니코틴 껌이나 패치에 중독되는 거 아닌가 반문할 수 있다. 담배와 달리 이들 금연보조제는 니코틴이 서서히 흡수되도록 만든 것이라 중독될 위험이 낮다. 니코틴 껌은 주의가 필요하다. 니코틴 대체제 껌은 담배보다는 니코틴 흡수가 느리지만 패치보다 빠르다.하루 20개비 이하를 피우는 경우 2mg, 하루 20개비 넘게 피우는 경우나 2mg으로 실패한 경우는 4mg으로 하루 8~12개의 껌을 씹다가 점차 줄여나간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그냥 껌 씹듯이 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니코틴 껌은 계속 씹기만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중간 중간에 멈추고 파킹을 해줘야한다. (파킹parking은 잠시 놓아둔다는 의미다.) 국문 사용설명서에는 “쉬어가며 씹기”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껌을 씹다가 입 안에 얼얼한 느낌이 들거나 니코틴 맛이 느껴지면 멈추고 껌을 뺨 안쪽과 잇몸 사이 공간에 두어야 한다.이렇게 접촉시켜 주는 동안 껌으로부터 방출된 니코틴이 뺨 안쪽의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일부는 흡수되지 않고 침과 함께 삼켜져 딸꾹질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니코틴 껌을 씹었더니 속이 울렁거린다거나 트림이 나온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냥 껌을 씹듯 씹기만 하면 니코틴 대부분이 입속이 아닌 위장 속으로 들어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게다가 니코틴이 위장에서 흡수되면 간에서 대사되어서 효과가 금방 떨어진다. 국문 사용설명서에는 얼마 동안 껌을 볼 안에 둬야 하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냥 잠시라고 쓰여 있다. 영문 홈페이지 설명에는 약 1분으로 되어 있다. 얼얼한 느낌이 사라지면 니코틴 방출이 끝났구나 생각하고 다시 씹어주면 된다. 다시 얼얼한 느낌이나 니코틴 맛이 나면 뺨 안쪽과 잇몸 사이에 두고 얼얼한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약 1분 동안 기다린다. 니코틴 패치를 사용할 때도 시간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찾는 사람에게는 24시간 패치를 붙여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수면장애나 비정상적 꿈을 꾸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그럴 때는 낮에 16시간 동안만 붙였다가 자기 전에 니코틴 패치를 떼고 자는 게 좋다. 껌이든 패치든 NRT 제제를 사용하는 동안은 니코틴 과잉으로 인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어떤 형태의 담배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약의 실제 사용자는 구체적 시간과 사용 방법이 궁금하고 이유가 궁금하다. 소비자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알려주기만 하던 과거의 관례는 이제 바꿔야 한다.2018년 1월 기고한 첫 번째 칼럼에서 쓴 것처럼 심지어 HIV 치료약도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우는지 동영상으로 보여줘야 복약이행률이 높아진다. 금연 보조제도 마찬가지다. 약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0-11-04 1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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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70> 약의 상호작용 이야기
약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늘 대중의 관심을 끈다. A약과 B약을 함께 복용할 때 효과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에 더해 약과 음식의 상호작용이나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하면 약과 약의 충돌이 생길 확률은 한 사람이 약을 네 가지 이상을 사용할 경우 급격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 중인 사람은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으나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호작용도 있다. 약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한 가지 특정 약을 복용 중일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가에 집중되어 있고 여러 가지 약을 복용 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아무리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더라도 실제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신약이 승인되어 판매가 시작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를 통해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계속 추가 자료를 모아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약의 상호작용을 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내는 일도 가능해졌다. 대표적으로 2011년 미국에서 약을 복용중인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 엔진에 어떤 부작용에 대해 찾아보는가를 분석하여 약과 약의 상호작용을 찾아낸 사례가 있다.연구진은 항우울제와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를 함께 복용할 때 상호작용을 찾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러스 알트만의 Ted 강연 동영상으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글 자막도 있고 내용도 흥미로우니 꼭 한 번 보시길!https://www.ted.com/talks/russ_altman_what_really_happens_when_you_mix_medications?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연구진은 먼저 고혈당과 관련된 키워드 50가지를 파록세틴이라는 항우울제와 함께 찾아보는 사람(기준보다 2% 증가), 프라바스타틴이라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와 함께 찾아보는 사람의 비율(기준보다 3% 증가)의 비율을 살폈다. 다음 단계로 파록세틴과 프라바스타틴, 두 가지 약을 고혈당 키워드와 함께 검색하는 사람의 비율을 확인해보았더니 기준보다 무려 10%나 증가했다.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들이 유독 다른 사람보다 고혈당에 대해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 두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에 상호작용으로 고혈당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상호작용이 약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대개 이들 두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 혈당에 이상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인 프라바스타틴과 항우울증 약인 파록세틴이 왜 이런 상호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왜 그런 건가 자세한 기전을 밝혀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앞서 언급한 파록세틴과 프라바스타틴의 상호작용은 왜 그런가 밝혀내기 위한 후속 동물실험 연구 결과가 3년이 지나 2014년에 발표되었는데 연구자들은 두 약을 함께 복용하면 인슐린 분비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두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체내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다행히 모든 약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이 있다고 해서 항상 심각한 수준의 독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약 복용을 계속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특정 약을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바꿔줘야 할 때도 있다.이들 상호작용을 모두가 외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중인 의약품 안심서비스-DUR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상당부분이 걸러지고 약사가 약을 조제할 때 상호작용이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추가로 상호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이 처방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이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약의 상호작용을 피하려면 새로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기 전에 항상 약사와 상담을 해보는 게 좋다.
2020-10-21 1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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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9> 약품을 제대로 보관하는 법
독감 백신 사태 이후 의약품 냉장보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백신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이 중요하다. 상온에 노출되면 성분이 변질되어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백신으로 예방하려 했던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바로 효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꺼내자마자 문제가 생긴다면 백신을 주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주사제에 따라서는 동결건조된 유효성분과 희석액을 따로 보관했다가 사용 전에 둘을 섞어서 재조제(reconstitution)하여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이렇게 재용해한 뒤에는 30분 이내에 주사해야 하며, 30분이 경과한 경우는 폐기한다. 백신의 경우에도 제품에 따라 온도에 따른 안정성에 차이가 있다. 얼리면 성분이 파괴되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이 있고 반대로 냉장으로는 안정적 보관이 어려워서 반드시 냉동 보관해야 하는 제품도 있다.콜레라 예방을 위해 먹는 경구콜레라 백신의 경우에는 얼지 않도록 2-8℃에서 냉장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 차례 상온에서 노출된 경우에도 25℃를 넘지 않는 한 2주까지는 보관이 가능하다. 발포 과립을 찬물에 녹인 후에 백신을 혼합한 액체는 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약국에서 백신을 받아 냉장팩에 포장된 채로 병의원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국내의 경우 가정에서 백신을 보관해야 할 일은 없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는 역시 보관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일반적으로 인슐린도 개봉 전에는 2-8℃에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문, 맨 윗칸, 바닥, 깊숙한 안쪽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거나 요동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냉장고 맨 윗칸 깊숙한 곳에 넣어둔 김치에 살얼음이 언 것을 봐도 그 자리가 2-8℃를 유지하기엔 지나치게 춥다는 걸 알 수 있다. 개봉 전 인슐린 보관은 냉장고 가운데 칸 가운데 자리가 이상적이다.하지만 개봉 뒤에 자주 사용할 때 냉장고 한 가운데 보관하는 건 불편하다. 다행히 사용 중에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30℃ 이하에서 보관하면 된다. 이때는 4주(28일) 동안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해야 한다.안약도 보관에 주의가 필요한 제품이 있다. 녹내장에 사용하는 안약의 경우 다회용은 실온 또는 냉장 보관이 가능하지만 일회용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이 있다. 다회용에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세균오염을 막기 위한 성분이 추가로 들어있지만 일회용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간혹 안약을 사용하고 나서도 안약이 눈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는 안약을 일부러 냉장보관해서 차갑게 하여 눈에 들어갔는지 느낌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먹는 약의 경우는 물약으로 된 항생제가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약으로 대표적이다. 보통 약국에서 가루 상태로 항생제를 보관하다가 조제시 물을 타고 흔들어서 서스펜션이나 용액으로 만들어주는 경우에는 냉장 보관을 하도록 권장하는데 그렇게 해야 보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목시실린만 들어있는 서스펜션은 냉장 시에는 14일까지 상온에서는 7일간 보관할 수 있다.하지만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이 함께 들어있는 시럽제는 조제 후 냉장 보관해도 7일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상온에서도 안정적이고 냉장 보관하면 너무 끈적끈적해져서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냉장 보관을 피하고 차광된 실내에 보관하도록 권고하는 항생제 제품도 있다. 모든 약을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항생제처럼 액체로 된 약이지만 냉장보관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실온에 보관하여 판매하는 약을 굳이 집에서 냉장 보관하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약을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다 하는 과정에서 습기가 차서 도리어 변질이 될 우려가 있다.그러나 여름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연질캡슐 같은 제형의 약은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연질캡슐이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들러붙거나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습기가 높은 부엌이나 화장실에 약을 보관하지 말도록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품 별로 복잡한 보관 조건에 대해서 일일이 외워야 할 필요는 없다. 약을 타갈 때 약사와 확인하면 충분하다.
2020-10-07 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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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8> 상처치료약 이야기
가벼운 상처에는 어떤 연고를 쓰는 게 좋은가?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다. 일반적 답은 처음에는 후시단 같은 항생제 연고를 쓰고 이삼일 뒤에는 마데카솔처럼 상처 치료를 보조하는 연고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원래 마데카솔 연고는 흔히 병풀이라고 부르는 식물(센텔라 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함유한 약으로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새살이 생성을 돕는 약이고 후시딘은 퓨시드산이란 항생제 성분이 들어간 약이다. 처음에는 항생제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기존 마데카솔에 항생제(네오마이신)를 추가한 제품이 주류가 되었다. 뮤피로신 성분의 항생제 연고나 3가지 성분의 항생제가 들어있는 연고(바시트라신, 네오마이신, 폴리믹신)도 종종 쓰인다.코를 너무 세게 풀거나 코를 후비는 사람의 경우 콧속에 딱지가 생기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뮤피로신 성분의 항생제 연고는 이때 자주 쓰인다. 손에 살다가 코 점막으로 이사 온 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감염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서다.세 가지 항생제(바시트라신, 네오마이신, 폴리믹신)를 함께 섞은 연고를 쓰는 것은 내성균의 등장을 막기 위함이다. 네오마이신은 피부에 발랐을 때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 북미에서는 이 성분은 빼버리고 바시트라신과 폴리믹신 두 가지만 배합하여 만든 항생제 연고도 많이 쓰인다.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상처에 어떤 연고를 쓰는 게 좋은가에 대한 답으로, 가벼운 상처에는 연고를 쓸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면 조금 뜬금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오염된 상처가 아니라면 연고를 쓸 이유가 없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상처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바르는 항생제 연고를 불필요하게 너무 자주 쓰면 항생제 내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땅에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는 흙먼지나 이물질로 인해 상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소독, 지혈 뒤에 항생제 연고나 크림을 발라 주는 게 좋다.세척은 멸균식염수, 정제수로 해주면 좋지만 흐르는 수돗물로 씻어줘도 무방하다. 2012년 코크란 리뷰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상처 세척에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감염률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소독제로는 과산화수소수보다 포비돈 요오드가 효과가 뛰어나다. 소독용 알코올은 소독 효과는 있으나 상처부위를 손상, 자극할 위험이 커서 피하는 게 좋다. 연고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상처에 진물이 나는 경우 연고는 상처 치유를 지연시킬 수 있다. 연고는 물보다 기름과 친하여 수분 통과를 방해하여 상처 부위를 너무 습하게 만들어서 짓무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고를 바르지 않고 가벼운 세척, 소독 뒤에 그냥 습윤드레싱이나 습윤밴드만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윤드레싱은 상처에 진물이 지나치게 나오면 흡수하고 반대로 상처가 너무 건조하면 수분을 공급하여 상처가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이렇게 하면 딱지가 생기지 않고 습윤한 환경에서 상처가 더 빨리 낫고 흉터가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딱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그래도 되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에는 상처가 나면 공기 중에 방치해서 딱지가 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거즈나 밴드로 덮어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그렇게 딱지가 생기면 오히려 상처 회복을 방해하고 흉터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게 최근 견해다.습윤드레싱은 상처를 적당히 촉촉하게 유지하면서 세균 침입을 막아 치유를 도와준다.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붙여두어도 무방하지만 붙인 부위에 외부에서 물이 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갈아줘야 한다. 습윤밴드나 습윤드레싱이 없을 때는 상처 부위에 위에서 설명한 연고나 크림을 바르고 일반 밴드나 거즈를 붙여주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단 아직 지혈이 안 된 경우에는 연고나 크림이 지혈을 방해할 수 있고 진물이 나는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상처가 너무 깊거나 범위가 넓을 때는 응급조치를 취하고 나서 즉시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 반려동물이나 사람에게 물렸을 때도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병의원에 방문하는 게 안전하다. 상처 정도나 오염 위험이 병의원을 가야하는 경우인지 아니면 셀프케어로 가능한지 잘 모를 때는 의사, 약사와 상의해보길 권한다.
2020-09-16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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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7> 마스크 정리해보기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마스크에 대한 혼란과 오해를 정리해볼 시점이다. 우선 마스크 착용은 실내에서 더 중요하다. 과거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썼을 때는 야외에선 쓰고 실내에선 벗는 게 맞았다.지금은 틀리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밀폐된 실내일수록 마스크 착용이 더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지원으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리뷰 연구 결과를 보면 1미터 거리두기보다는 2미터가 더 효과적이고 N95 마스크가 면마스크보다 더 효과적이다. KF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봄철과 달리 이제는 KF94나 KF80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다.여러 사람과 함께 오랜 시간 실내에 머무는 건 좋지 않으나 그런 환경에서는 면마스크보다 KF94 또는 KF80 마스크를 쓰는 게 낫다. 그러나 어떤 마스크를 써도 100% 감염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기침하는 사람은 마스크 고리를 이용해서 머리 뒤쪽으로 끈을 연결해주면 기침할 때 마스크가 덜 들떠서 다른 사람에게 비말 전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침하는 사람은 야외에서도 언제 사람이 밀집된 곳을 통과할지 모르니 마스크를 쓰자. 코 아래로 쓰거나 턱에 걸치면 소용없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코를 통할 가능성이 높다. 코를 통해서 비말이 나가고 들어올 수 있단 얘기다. 덴탈 마스크나 비말차단(KF-AD) 마스크도 비말 차단에 효과적이다. 야외 활동 시에는 이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숨쉬기 좀 더 편하다. KF94나 80을 턱스크나 코스크로 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비말차단 마스크를 쓰는 게 훨씬 낫다.그런데 평판형 비말차단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를 쓸 때는 착용방법이 조금 헷갈린다. 위아래 구분은 쉽다. 코에 밀착을 위한 와이어가 있는 쪽이 위, 그 반대가 아래쪽이다. 문제는 앞뒷면 구분이다. 마스크 앞면은 방수처리가 되어있고 뒷면은 수분을 흡수하는 구조이므로 앞뒷면 구분은 중요하다.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마스크 양면 색상이 다를 때는 색깔이 진한 쪽이 앞면이다. 브랜드 로고가 찍혀있는 로고가 바로 보이는 쪽이 앞면이다. 반대쪽 흰색면이 입에 닿도록 쓰면 된다. 2. 마스크 양면 색상이 동일할 때는 주름의 모양을 살펴야 한다. 주름이 한 방향으로 접혀있을 때는 대개 가로주름의 뾰족하게 접힌 부분이 아래를 향하는 면이 바깥을 향하게 쓰면 된다. (예외가 있으며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이걸 누군가 기억하기 쉽도록 먼지가 주름에 쌓이지 않고 흘러내리는 방향으로 기억하면 된다고 썼는데 여러 기사와 블로그에서 원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렇게 써야 비말이나 먼지가 쌓이지 않고 흘러내린다는 식으로 와전됐다. 이건 틀린 정보다. (기억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틀린 정보이며 혼란을 준다.)주름이 아랫방향이 되게 쓴다고 비말이나 먼지가 흘러내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기준 자체가 말도 안 된다. 그렇게 보면 KF94,80 입체형 마스크는 전부 주름에 먼지가 쌓이는 구조가 된다. 최근 시판되는 평판형 마스크 가운데는 중심을 기준으로 주름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접힌 것들도 있다. 이 경우는 가운데가 볼록한 쪽이 앞면이다. 주름은 얼굴에 밀착을 돕기 위한 것이지 비말이나 먼지가 흘러내리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 3. 평판형 마스크는 제조과정에서 작은 네모로 눌린 접합 부분 점들의 경계가 선명하고 오목하게 들어가게 보이는 면이 앞면, 그냥 평평하게 보이는 면이 얼굴에 닿는 뒷면인 경우가 많긴 한데 그 반대인 경우도 많아서 그것만 보고 앞뒷면을 구분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와이어가 들어간 부분이 불룩 앞으로 나온 부분이 앞면, 평평하게 보이는 부분이 뒷면인 경우가 많지만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종종 있다. 끈이 붙어있는 방향도 제품마다 차이가 있어 그걸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동일 마스크가 많이 있는데 자꾸 헷갈리는 경우는 물에 약간의 물감이나 잉크를 타서 마스크 겉면에 묻혀보는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방수 처리되어 물이 안 뭍는 쪽이 앞면, 물이 흡수되는 쪽이 뒷면, 즉 얼굴에 닿는 면이다. 일회용 마스크 가운데는 간혹 양면이 다 방수 처리된 경우도 있다. 위의 모든 방법을 다 써 봐도 혼동되고 머리 아플 수 있다. 그럴 땐 고민과 지체 없이 집 근처 약국에 가서 물어보자. 다만 마스크는 쓰고 가자.
2020-09-02 0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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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6> 기침 때문에 민망할 때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심해야하는 요즘에는 어쩌다 기침이 나오면 무척 민망하다. 하지만 모든 기침이 호흡기 감염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기침의 원인은 다양하다. 에어컨으로 냉방 중인 실내에서 차가운 공기 때문에 기침하는 경우도 있고 얼음물이나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가 식도를 통해 내려가면서 인접한 기도 주변을 차갑게 하여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천식환자의 경우는 얼음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1997년 대만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얼음물을 마신 뒤 천식이 있는 어린이는 47%, 그렇지 않은 어린이는 4%가 기침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도 가벼운 감기를 앓고 난 뒤에 기침을 유발하는 감각 경로가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찬 공기나 찬 음료에 반응하여 기침할 수 있다.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을 앓거나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있는 사람도 기침하기 쉽다. 과식한 직후나 다음 날 기침은 위를 채운 음식이 위산과 함께 식도로 역류하여 자극하여 유발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과식을 피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과식을 하고 난 뒤라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도 기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위에 열거한 경우는 비말에 바이러스가 들어있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전무하지만 과식을 해서 그렇다, 그냥 내 기도가 민감해서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런 설명을 한다고 옆 사람이 온전히 믿고 안심할 가능성도 낮아 난감한 경우가 많다. 바깥에 잠시 나가서 옷소매나 티슈로 입을 가린 채 기침을 하고 들어오는 게 최선이다. 무설탕 캔디나 로젠지를 천천히 녹여 먹거나 따뜻한 커피나 티를 마시면 기침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일부 항고혈압약(ACEI, 베타차단약), 소염진통제(NSAID)와 같은 약물이 기침의 숨은 원인일 때도 있다. ACEI 계열의 항고혈압약 복용시 기침 부작용은 아시아인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약 부작용으로 기침이 지속될 경우는 약을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일정 기간 끊었다가 다시 사용하면 기침이 줄어들 수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런 조치는 의사, 약사의 상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가벼운 기침으로 조금 불편한 정도일 때는 크게 두 가지 약을 쓸 수 있다. 하나는 진해제, 다른 하나는 거담제이다. 진해제는 기침의 역치를 높이고 기침 회수를 줄여 주어 불편감을 줄여주는 약이다. 대표적으로 덱스트로메토판이란 약이 자주 쓰인다.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도 항콜린 작용이 있으며, 중추적으로 작용하여 기침의 역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졸리고 입이 마르는 부작용이 단점이다. 기침은 안 하는데 입 냄새가 심해지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 고역이 될 수 있다.거담제는 끈끈한 점액을 묽게 하여 제거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약이다. 거담제의 작용은 마늘, 생강,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일시적으로 호흡기 점액이 묽어지는 반응과 비슷하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위장 점막을 자극하고 미주신경반사로 점액이 더 많이, 묽게 분비되도록 한다. 위장을 보호하는 점액을 더 많이 분비하여 매운 음식으로부터 방어하려는 것인데 이 때 동시에 비강과 기도의 점액도 묽어지는 것이다.실제로 구아이페네신 같은 거담제를 정맥에 주사하면 효과가 없다. 입으로 삼켜서 위장 점막에 직접 접촉했을 때 약효가 나타난다. 거담제를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면 오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이들 약이 기본적으로 위장을 자극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진해제와 거담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론상 거담제가 점액을 묽게 하면 그걸 기침으로 제거해주는 게 좋은데 진해제가 거꾸로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해제와 거담제는 임상 연구의 양에 비해 효과에 대한 근거가 적은 편이다.가습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무설탕캔디, 충분한 수분 섭취도 근거는 부족하지만 실제 써보면 만족도가 큰 편이다. 단,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 경우, 열이 나고 숨이 차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가까운 병의원부터 방문해봐야 한다.
2020-08-19 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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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5> 약을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최초의 항생제는 페니실린이 아니다. 독일의 화학자들이 합성한 설파제 프론토실이다. 페니실린이 프론토실보다(1932) 조금 앞서 1928년에 발견되긴 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된 것은 1942년이다. 프론토실(스트렙토존)이 인체에서 효과를 나타냈다는 첫 번째 공식 발표는 1933년이다. 설파제는 미생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학 합성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당시 항생제의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는 과학저술가 토머스 헤이거의 책 <감염의 전장에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제는 <현미경 아래의 악마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번역서 제목이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유럽인들에게 세균 감염의 공포는 전쟁만큼이나 참혹한 것이었고 문자 그대로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책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노승영 번역가의 유려한 번역 덕분에 한달음에 읽을 수 있다.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고 투여하는 것도 사람이며 약을 실제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편견에 휘둘리고 때로는 감정적이며 자신과 소속 집단의 이익에 민감하기도 한 사람이다. 토머스 헤이거의 책에서 최초의 항생제 프론토질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인간의 그러한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바이엘은 특허를 더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신약을 원했고 미리 정보를 공개해서 경쟁사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당시 독일은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가져다준 염료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이로 인해 연구진도 아조 염료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의사들은 지나치게 완벽한 것으로 보였던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이런 복합적 이유로 최초의 설파제 프론토질이 실제 현장에 사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독일에서는 1935년, 영국에서는 1936년에 설파제가 알려지고 사용되기 시작했고, 미국에는 1937년이 되어서야 설파제 열풍이 일었다. 인간의 약점으로 인해 신약 출시가 지연되고 그로 인해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구하지 못했던 과거의 기록을 읽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도 80여 년 전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바이러스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백신이 언제 나올 것인지, 신약 개발은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모든 게 예상일뿐 실제 어떤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165종 이상의 백신을 연구 개발 중이고 27종의 백신이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니 그래도 내년에는 뭔가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감염자 수가 5백만 명을 향해 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백신을 두고 정치적 논쟁이 한창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한 빨리 백신을 내놓고 싶어 하는 정치인 트럼프가 있고 그를 불신하는 대중이 있다. 백신이 나와도 못 믿겠다며 접종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로 인해 심화된 사회적 인종적 차별로 인해 고통 받는 흑인의 경우에 이런 불신이 더 크다. 지난 6월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의 설문조사에서 흑인 42%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인에게 위험하고 불필요한 백신을 강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 반대편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역병의 확산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약을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음모론이 난무하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신약과 백신으로도 역병을 막을 수 없다. 지금껏 한국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간의 기본적 믿음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모쪼록 그런 신뢰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되면 좋겠다.
2020-08-05 0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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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4> 여름철 지사제 이야기
여름에는 설사 때문에 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행이나 휴가 전에 상비약으로 지사제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사제는 올바른 선택과 사용이 중요하며 쓰면 안 되는 경우부터 알고 있어야 하는 약이다.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대변에 혈액, 점액이 섞여있는 경우, 38.5˚C 이상의 고열이 있는 경우, 4시간 이상 구토를 동반한 설사,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 당뇨, 심부전,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자, 설사가 계속 악화되거나 탈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우선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어린이의 경우 입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잘 나지 않고 눈이 움푹 꺼진 듯 보이거나 소변이 줄고 살을 꼬집었다가 놓아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인의 경우 갈증이 늘고 피곤하거나 입이 마르고 소변 회수나 양이 줄면 역시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설사는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탈수는 매우 위험하다.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때는 수분과 전해질의 공급을 위해 구강재수화용액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구강재수화용액을 만드는 대신 스포츠음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설사가 심할 때는 추가적으로 미네랄 보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의사,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급성 설사는 대부분 자기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약을 쓰지 않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낫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증상이 불편하니까 약을 써서 빨리 멈추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 약을 사용할 때는 각각의 특성에 따라서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로페라미드는 지사제로 자주 사용되는 약으로 설사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체액과 전해질 손실을 줄여준다. 처음에는 두 알을 씹거나 물과 함께 복용하고 이후 묽은 변이 있을 때마다 한 알을 추가로 복용한다. 성인은 하루에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다. 변비, 현기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설사가 멈추면 약도 멈추는 게 좋다. 약 이름이 조금 길고 어렵게 들리지만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처럼 흡착을 이용한 지사제도 있다. 설사를 일으키는 장내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변과 함께 배설되는 방식으로 설사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다. 장 점막을 도포해서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설사뿐만 아니라 식도, 위, 십이지장과 관련된 통증의 완화로도 사용되는 약이다.그러나 약의 작용 기전상 다른 약 성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약과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의 경우도 다른 지사제와 마찬가지로 설사가 멈추고 나면 복용을 멈추는 게 변비 부작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벼운 설사가 있을 때 집에 프로바이오틱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연구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로 인한 설사를 예방하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만 면역이 심하게 저하된 사람의 경우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도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 있어서 우선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드물지만 약도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항생제가 대표적 예다. 항생제 복용시 가벼운 설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복통을 동반한 심한 설사가 계속될 경우는 즉시 의사, 약사에게 알리고 경우에 따라 항생제를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 때는 설사를 치료하기 위해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추가로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그 밖에 설사를 일으키는 약으로 갑상선 호르몬제, 통풍 예방을 위한 약인 알로퓨리놀, 항우울제, 리튬, 체중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올리스탯과 같은 약이 있다. 위산을 줄여주는 H2 차단제도 간혹 설사 부작용이 나타난다. 2주간 변비 때문에 고생하던 친구가 H2 차단제를 복용하고 변비가 해소되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다.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사가 계속될 때는 자가 치료보다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2020-07-15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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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3> 아침이 좋은 약 저녁이 좋은 약 이야기
약마다 복용 타이밍이 다르다. 약사에게 약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떤 약은 매일 밤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하고 또 어떤 약은 아침에 먹으라고 할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저녁 늦게까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감기약, 두통약, 근육통약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숙면을 위해서는 오후 늦게 이른 저녁부터는 피하는 게 좋다.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증 증상이 완화되면서 잠이 더 잘 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다. 항우울제 복용으로 잠이 안 오는 경우는 약을 매일 아침에 복용하고 반대로 약 복용 뒤 졸린 사람의 경우는 저녁 복용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약에 따라 사람에 따라 부작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항우울제라도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벤라팍신은 중추신경계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서 주로 아침에 복용하고 파록세틴, 플루복사민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서 대개 저녁에 복용한다. 일반적으로 그런 것이고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감기약, 알레르기 비염 약에 흔히 포함된 비충혈제거제(코 막힌 걸 뚫어주는 약) 성분은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악몽이나 생생한 꿈을 꾸게 할 수 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코를 뚫는 약 때문에 방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약들은 가급적 낮부터 이른 저녁까지만 사용하는 게 좋다. 경구 피임약의 경우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아침에 복용하면 구역(오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사람의 경우 저녁 복용이 낫다. 햇빛으로 인한 색소 침착, 기미를 우려하는 경우에도 저녁 복용이 조금 더 안전하다. 반대로 약효를 높이기 위해 저녁에 복용하는 약도 있다. 대표적 예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복용하는 이상지혈증약이 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늘 일정한 속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는 중에 제일 많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합성효소는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제일 열심히 일하고 정오에는 천천히 쉬면서 일한다.그래서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은 주로 밤에 복용한다. 스타틴 중에서도 로수바스타틴이나 아토르바스타틴은 작용 시간이 길어서 언제 복용해도 무방하다. 아침에 복용해도 저녁까지 약이 남아서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는 저녁 식후 또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남성의 전립선 비대증에 사용하는 약도 저녁에 복용하는 게 좋다. 알파차단제(독사조신, 테라조신)라고 불리우는 전립선 비대증 약은 원래 항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던 만큼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오랫동안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혈압이 제대로 상승하지 않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해 쓰러질 위험이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 쓰러지다가 가구 모서리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기립성 저혈압 부작용은 특히 처음 이 약을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릴 때 잘 나타난다. 저녁에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약에 적응되도록 할 수 있다. 반대로 밤중에 자면서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혈압약을 자기 전에 복용할 수도 있다. 자극성 변비약(완하제)을 저녁에 복용하는 것도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약이 대장까지 도달하는 데 6~12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약을 자기 전에 복용하면 대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아침 식후에 약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침, 저녁을 따져가며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약은 일정 시간에 복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복용을 권장하는 경우는 이유가 있다. 그럴 때는 시간대를 잘 지켜줘야 한다.
2020-07-01 0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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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2> 물과 변비약에 대한 속설 바로잡기
변비와 변비약에 관해서는 잘못된 속설이 많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루 물 2리터 마시기 실험을 직접 해보고 변비가 줄었다는 경험담도 종종 들린다.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될 뿐이다. 예외적으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탈수가 있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변비에 그냥 물만 많이 마시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섭취한 수분은 대부분 장에서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물이 변비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장에서 수분의 흡수를 막아주는 물질과 함께 섭취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팽창성 완하제라는 약의 작용 원리다. 차전자피와 같은 섬유질이 수분을 빨아들여 변의 부피를 늘려주어서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섬유질이 주성분으로 된 변비약을 복용할 때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못한 섬유질이 장을 꽉 막히게 할 수도 있다.실제로 21세 남성이 차전자피 변비약을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았다가 닷새 동안의 변비와 복통으로 결국 응급실을 찾은 사례가 2018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보고되었다. 섬유질 섭취를 늘리거나 섬유질 성분의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는 한 번에 1-2잔, 하루 5-6잔의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다른 변비약의 작용 기전을 봐도 수분 자체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즈와 같은 고삼투압성 완하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으면서 수분을 붙잡는다. 수분은 이렇게 장에서 흡수되지 않을 경우에만 변비에 효과가 있다. 흡수되지 않은 물과 약의 혼합물이 장벽에 압력을 가하고 이로 인해 장운동이 활성화되어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기름도 장에서 흡수되는 경우에는 변비 완화에 효과가 없다. 미네랄 오일처럼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네랄 오일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고 자칫 기도로 흘러들어갈 경우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센나, 비사코딜과 같은 자극성 완하제는 변비약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약이다. 장운동을 자극하며 장내 분비를 늘리고 수분 흡수를 줄인다. 인간의 장이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분이다. 자극성 완화제를 과하게 복용하면 구토, 설사, 복부 경련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자꾸 장을 자극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유발하는 약이기도 하다.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권장 용량에 맞춰 사용하는 한 변비약을 오래 쓴다고 내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연이어 변비약을 복용하다가 약을 중단한 뒤에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내성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이때는 장이 아직 덜 채워졌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비웠으면 채워야 또 비워낼 수 있는 거다. 변비약 복용으로 화장실에 가서 장 내용물을 다 비워냈는데 금방 다시 변의가 느껴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이어트 중에 식사량을 줄이면 변비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장 내용물의 부피가 줄면 변을 보는 회수와 양도 줄 수밖에 없다. 변비약 중단 뒤에 곧바로 변을 볼 수 없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섬유질을 포함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장이 다시 채워지기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변비약 복용 시에 제일 주의해야 할 점은 단기적으로 수분과 미네랄의 균형을 깨뜨리는 문제다. 장청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다. 변비약이 수분과 미네랄을 한번에 지나치게 내보내어 체내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은 우리 몸에서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변비약을 과용해서, 심각한 탈수와 함께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
2020-06-17 1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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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1>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는 약 이야기
장기 복용하면 약 성분이 몸 어딘가에 축적되지 않을까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약들 대부분은 우리 몸에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생각해보자. 근육에 통증이 있어서 진통제를 복용하고 나면 4-5시간 정도는 약효가 나고 덜 아픈데,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아프다. 왜 그럴까? 약 성분이 충분한 효과를 낼 만큼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입장에서 약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다. 어떻게든 밖으로 내버릴 궁리를 한다. 주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간에서 해독 또는 대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장에서 소변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간으로 대사된 약을 대변으로 내보내거나 약이 들어온 원래 모양 그대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내보낸다.둘이 함께 작용해서 간이 약을 물에 더 잘 녹는 형태로 만들고 신장에서 소변으로 물과 함께 약을 내보내는 식으로 협동해서 일하기도 한다. 소변으로 청소되어 나가는 약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예로 비타민 B2(리보플라빈)이 들어있는 복합제를 복용한 뒤에 소변 색깔이 노랗게 되는 거다. 형광빛 같은 노란색은 리보플라빈이 소변으로 빠져나왔다는 증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몸에서 약을 내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간과 신장이 약으로 인해 손상받기도 쉽다. 일부 항생제, 항전간제, 스타틴처럼 간에 부작용이나 기능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간 기능을 모니터링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모니터링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는 걸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진통제의 사용도 간에 큰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피로감이 느껴지거나 식욕저하, 황달 또는 피부 반점이나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혹시 간 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약 복용 중이 아니어도 이들 증상이 있을 경우는 병의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일단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진단받은 뒤에는 약을 복용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 약사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신장도 약 성분을 청소하고 제거하는 데 중요한 장기다. 일부 항생제도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으로는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가 있다. 필요할 때 가끔 복용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와 상담 없이 소염진통제의 장기 복용을 피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소변을 평소보다 자주 보게 되거나 소변에 거품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몸이 지나치게 부은 듯한 느낌이 들 때는 복용 중인 약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사,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간독성이나 신독성을 유발하는 약은 대체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인 경우가 많다. 이들 약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간기능 또는 신기능을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서 사용하거나 또는 다른 약으로 선택지를 바꿔주기도 한다.환자가 자각하는 증상만으로는 독성이 나타나는지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투여 중에도 중간 중간에 간기능, 신기능을 모니터링해준다. 모든 약에 간독성이나 신독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간독성이나 신독성에 대한 주의가 없는데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하지만 약 복용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다양한 원인으로 또는 나이가 들면서 간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때 약 복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상용량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 약이라도 간기능이나 신장기능이 이미 저하된 사람에게는 용량을 줄여줘야 할 수 있다.어떤 약은 용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어떤 약은 절반으로 줄여줘야 할 수도 있고 복용 간격을 늘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간기능이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경우 병의원이나 약국 방문시 제일 먼저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는 게 좋다.
2020-06-03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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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0> 근육통에 쓰는 약 이야기
날씨가 따뜻해지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면 근육통 약을 찾는 사람 수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통증 부위에 따라 약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진통제의 효능/효과 설명을 읽어보면 두통, 치통, 근육통, 요통, 관절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차이점이라면 근육통에 쓰는 복합제의 경우 근육이완제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육이완제는 문자 그대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약이다. 클로르족사존, 메토카바몰이 대표적이다. 근육통에는 근육이완제를 공식처럼 생각하고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 약이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그리 강하지 않으며 근육통에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제한적이다. 반면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졸릴 수 있고 주의력, 집중력, 반사운동능력 등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근육이완제를 투여중인 환자는 자동차운전 등 위험을 수반하는 기계조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육통에 사용하는 일부 복합제에는 근육이완제 성분에 더불어 카페인이 함께 들어있어서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고령자의 경우 이들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서 더 조심해야 한다. 운동이나 야외활동 뒤의 가벼운 근육통에는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진통제에는 진통과 해열기능은 있는데, 염증완화 효과는 없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가 있다. 소염진통제는 해열, 진통, 소염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이 대표적이며 근육통에 쓰는 복합제에는 에텐자미드가 소염진통제로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해열진통제는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걸 줄여주는 약이고, 소염진통제(NSAID)는 그에 더해서 아픈 부위의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약이다. 염증이 난 부위를 불이 난 것으로 비유하자면 그냥 진통제는 그 불에 둔감하게 만들어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약이고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것에 더해서 불(염증)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는 약이다. 가벼운 근육통에는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둘 중 어느 것을 복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식전, 식후를 기준으로 선택지를 좁히는 게 좋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한 약이 해열진통제, 반드시 식후에 복용해야 하는 약이 소염진통제라고 기억해두자.단 소염진통제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복용 뒤에 두드러기나 피부 가려움증 같은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냥 해열진통제만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대표적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같은 다른 약에도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총합이 하루 권장용량인 4,000mg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요통에는 해열진통제보다 소염진통제가 효과적이다. 진통제에 근육이완제를 추가로 사용하는 게 요통에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쓸 수는 있지만 반드시 써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덧붙이면 치통에도 염증을 수반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소염진통제를 쓰는 게 더 효과적이다.생리통에 해열진통제를 찾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만 이 경우도 소염진통제가 더 나은 선택이다. 생리통의 주요원인은 자궁에서 만들어지는 자궁을 수축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통증 물질 때문인데 소염진통제에는 이 통증물질이 생겨나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으나 해열진통제에는 그런 효과가 없다. 생리통 초기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열진통제나 소염진통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따로 있는 경우에 원인 치료 없이 진통제만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통증이 악화되어 약효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진통제로 근육통을 자가 치료할 때 최대 10일 동안만 사용하도록 권하는 이유다.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치료 도중에 악화되는 경우는 지체 없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끝으로 운동 뒤 근육통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휴식(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다친 부위를 들어 올려서 붓기를 빼주는(Elevation) RICE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2020-05-20 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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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9> 트럼프 소독제논란을 통해 본 신약개발 이야기
코로나19 치료약에 대한 오해로 인해 세계 여러 곳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독제 발언으로 난리가 났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소독제는 1분 만에 바이러스를 모두 소멸시킵니다. 이를 몸 안에 주입하거나 세척하는 것 같은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 18시간 동안 뉴욕 독극물센터에 신고된 살균소독제 사고 건수가 무려 30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리포트에 따르면 이 발언이 있기 전에도 살균소독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은 많았던 듯하다. 미국 전역에서 1월~3월 사이에 관련 사고가 20% 늘었다. 이란에서는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전국에서 5000여 명이 메탄올을 마셨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7일 사이에만 무려 700여 명이 사망하고 90명 이상이 실명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아직 이런 비극적 사고에 대한 소식이 없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살균소독제를 마시면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놓고 보면 한국인의 평균적 건강정보 문해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인 것 같다.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경솔한 발언이었지만 트럼프의 질문 자체는 따져볼 가치가 있다. 손에 뭍은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독제를 왜 마셔서는 안 되는 걸까? 우선 독성 때문이다. 아직 인체의 바깥에 있는 바이러스를 소독할 때와 인체 세포 내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체 바깥의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독제일지라도 인체 세포 내에 숨은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보이기 어려운 이유다. 바이러스를 잡으려다가 인체에 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명하기 위해 실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다.트럼프 발언의 오류는 언론에 연이어 소개되는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인다는 약들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초기단계에서는 세포실험을 이용한다. 배양한 세포의 환경은 생체 내와는 전혀 다르다. 주변 세포, 조직, 장기와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도 없다. 약을 넣어주면 세포에 바로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먹는 약일 경우 우선 장에서 흡수되어야 한다. 방송에서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떠드는 물질 중에는 장에서 흡수가 거의 안 되어서 인체 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흡수가 되고 난 뒤에는 문맥을 통해 간을 거쳐 대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약효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먹어서 흡수가 안 되는 약을 주사해서 넣어주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는 약이 길눈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약물 분자는 감염된 세포로만 가서 작용하지 않는다.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이 과정에서 약의 농도가 효과를 내기에 부족한 정도로 낮아지고 이걸 끌어올리려고 더 많은 양을 투입하면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독성이 나타난다. 10,000종의 신약후보물질을 가지고 시작해서 고작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인체 세포 속에 숨은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항말라리아약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부정맥을 유발하여 심장에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자살 행동과도 관련된다. 효과를 기대했던 약 중에 하나가 렘데시비르인데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3일에 렘데시비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WHO 웹사이트에 실수로 공개되었다가 삭제되는 소동이 있었다.약을 쓰다보면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기 마련이고 낫는 사람을 보면 약의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위약군을 두고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약 없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일 경우는 더 주의해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해서는 4월 초에 이미 완료된 임상시험과 5월초에 완료될 임상시험 결과가 연구 발표되면 아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2020-05-06 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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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8> 봄철 알레르기약 사용법
봄이면 눈, 코, 얼굴을 간지럽히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안약, 비강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 알약의 사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약은 올바른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눈에 안약을 넣어줄 때는 한 번에 한 방울이 좋다.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두세 방울을 넣으면 금방 넘쳐버린다. 두 가지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 최소한 5분 이상의 간격을 둬야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번에 두 가지 안약을 넣어주면 대부분이 눈 밖으로 새어 버린다. 안약을 넣으면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거리기 쉽다. 이렇게 되면 눈 주변의 공간이 감고 있을 때의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안약의 80% 이상이 눈 밖으로 샌다.안약은 볼을 적시는 약이 아니라 눈을 위한 것이다. 안약을 넣고 나서는 2분 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약이 눈 주변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렇다고 눈에 대고 안약을 투하하다가는 안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아래 눈꺼풀을 살짝 당겨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속으로 안약을 떨어뜨리는 게 좋다. 안약은 입으로 맛보기 위한 약도 아니다. 눈에 안약을 넣었을 때 입에서 약의 맛이 느껴지는 것은 코와 눈을 이어주는 눈물관을 타고 눈에서 코 뒤쪽으로 약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안약을 넣은 뒤에는 눈과 코 사이의 눈물관을 집게손가락으로 2분 동안 눌러주어야 한다. 안경 코받침이 닿는 부위에서 조금 더 얼굴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가면 가느다란 관이 느껴진다. 이 관을 눌러서 흐름을 막아준다고 생각하면 된다.안약을 넣고 나면 눈물관을 눌러준 상태로 2분 동안 눈을 감는다는 원칙을 기억하자. 이렇게 하면 안약이 작용하는 시간을 늘려서 넣자마자 안약을 또 사용해야 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인공눈물,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안약은 사용하면 즉시 효과를 나타내지만 크로몰린 성분의 안약은 3-4일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크로몰린 안약은 하루 네 번씩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콧속에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 들고 엇갈리게 사용한다. 코 가운데 비중격막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뿌리기 위한 방편이다. 약을 1-2주 이상 오랫동안 뿌리지 않았거나 처음 사용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허공에 대고 2-3회 분무하여 약이 제대로 뿌려지도록 준비한 뒤에 사용한다. 코 속에 너무 깊숙이 넣지 않도록 한다.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있거나 콧물이 심할 경우 가볍게 코를 풀고 나서 약을 분무한다. 약을 뿌리자마자 코를 풀면 기껏 콧속에 넣어준 약이 다 빠져나온다. 코를 풀고 싶어도 잠시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하자. 콧속에 약을 뿌릴 때는 고개를 살짝 숙여서 약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한다. 약이 뒤로 넘어가면 약을 삼키게 되어 약효도 떨어지지만 살에 들려 기도로 들어갈 위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는 처방약이다. 효과는 사용 첫날 6-8시간 지나서 나타난다. 최대 효과를 보려면 2-4주 정도 걸릴 수 있다. 하루 이틀 사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지 말자. 하루에 1~2회 꾸준히 사용하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줄어든다.처방없이 구입 가능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에는 항염증 효과가 없고 코막힘 증상 완화 효과만 있다. 일주일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면 약 때문에 코막힘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규칙적으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는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좋다. 콧속 건조함을 줄여주기 위해 소금물로 코를 씻어주면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먹는 항히스타민제는 불이 났을 때보다 불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더 좋다. 계절성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는 예방 차원에서 매일 복용하는 걸 권장한다. 하지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어서 증상이 가벼운 사람이라면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무방하다.세티리진(상품명:지르텍)이 덜 졸리긴 하지만 열 명에 한 사람은 졸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로라타딘이나 펙소페나딘 성분의 항히스타민제로 바꿔 복용하면 부작용이 덜하다. 알레르기를 완치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불편함을 덜어주는 약은 이미 많다.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2020-04-22 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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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7> 약의 내성 이야기
나는 아직 디아제팜을 복용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만약 디아제팜 5mg 한 알을 삼킨다면 아마도 15분 정도 지나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약을 계속해서 오랫동안 복용한 사람의 경우 그 200배인 1000mg을 복용해도 안 자고 버틸 수 있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아편유사 진통제(opioid)의 경우에도 비슷해도 처음 복용하면 졸음, 진정 효과가 나타나지만 오래 복용하면 그런 부작용에 적응하게 된다. 토론토 다운타운 약국에서 일하던 어느 날 옥시코돈을 함유한 진통제 약병을 환자가 받자마자 알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씹어 먹는 장면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약효 또는 부작용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약이 작용하는 수용체의 개수가 줄어들거나 결합이 약해져서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고 약효에 대한 반작용이 증가해서 그럴 수도 있다. 또는 약을 오래 복용하면서 간과 신장이 그 약 성분을 청소하는 능력이 증가해서 더 빠르게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알코올의 경우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마이크로솜 산화계(MEOS) 활성이 증가하여 전체 알코올 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5% 이상으로 증가한다. 술이 엄청나게 세지는 건 아니지만 대사가 아주 조금 빨라지긴 하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알코올의 진정 효과에 대한 내성이다. 처음에는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취해서 비틀거리고 더 마시면 졸면서 쓰러지던 사람이 자꾸 술을 마시면 적응이 된 것처럼 같은 양을 마시고도 덜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코올의 효과에 인체 기능이 온전히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술 마신 뒤에 계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음주 운전을 시도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우리 신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가 약효 또는 부작용에 동일하게 적응하는 것도 아니다. 아편유사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전보다 떨어지고 따라서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변비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인체의 적응은 매우 느린 편이다. 아편유사 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변비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진통제를 오남용하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약물의 쾌락에 중독된 뇌는 더 많은 양의 약을 요구하지만, 심장과 폐와 같은 중요한 장기들은 약의 부작용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잦은 음주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술을 더 마시는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뇌가 알코올의 효과에 일부 적응했을지 몰라도 간, 신장, 근육, 위장 등의 여러 장기가 알코올의 독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국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약의 내성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성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다. 부작용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약을 더 잘 복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더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내약성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대다수의 약에는 내성이나 중독성 문제가 잘 나타나지 않으며 때로는 복용 간격을 조절해서 내성을 막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협심증 약으로 유명한 니트로글리세린은 저녁에는 약 사용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유지할 수 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내성을 걱정해서 약을 아껴 쓴다고 나중에 약이 더 잘 듣거나 하지는 않는다. 소염진통제의 내성을 걱정해서 생리통을 계속 참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약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이렇게 늦게 약을 쓰면 통증의 원인 물질이 이미 많이 쌓인 상태여서 효과를 보기 더 어렵다. 증상 초기에 사용해야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이다. 과거 연구로 인해 내성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약도 있다. 피부에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 크림에 빠른 내성(tachyphylaxis)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70년대 이야기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소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긴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마찬가지로 과거 80년대에는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이전 연구 조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쓴다고 내성이 나타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최근 견해다. 세상에는 내성을 걱정해야 하는 약보다 올바른 복용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이 훨씬 더 많다.
2020-04-08 1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