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여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축제(Festival)의 어원은 ‘Festivus’로 교회 축제일을 의미한다. 종교적 의례에 놀이 요소를 가미해 말 그대로 잘 먹고 마시고 놀자는 의미를 가진 페스티벌. 현재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록키산맥에 둘러싸인 인구 5천명의 작은 도시, 베일(Vail)도 여름에는 축제의 열기가 가득한 생기 넘치는 도시로 변한다. ‘Bravo! Vail Festival’ 덕분이다. 실내악을 기본으로 시작해 현재는 미국의 중요한 음악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이 축제는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대거 참여하고 프로그램과 볼거리가 풍성해 매해 대략 6만 명의 관객이 베일로 찾아든다.
올해 35번째 시즌을 맞이한 ‘Bravo! Vail Festival’은 6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 6주간 개최된다. 80여 회 공연 중 20회가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외에 올해는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 클래식의 풍미를 한껏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Hélène Grimaud와 Nikolaj Szeps-Znaider의 리사이틀, 뮤지컬 아메리카의 ‘올해의 실내악상’ 수상의 주인공 Danish String Quartet과 Verona Quartet 실내악 연주도 예정되어 있어 축제의 열기가 한층 더해질 예정이다.
올해 베일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이벤트는 바로 ‘Mahler Celebration’이다. 그 중 ‘Mahler Walk’는 하이킹을 하며 음악학자와 숲 해설사에게 숲과 말러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휴식시간에는 금관 4중주로 편곡한 말러 교향곡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말러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시간이다. 숲속 공연장에서 자연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화음 속에 한껏 빠질 수 있는 이 특별한 경험이야말로 베일 페스티벌의 백미다.
축제 자체도 듣고 즐기고 배울 거리가 풍성하지만 베일 페스티벌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공동체의 분위를 자아낸다는 데 있다. 축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도시의 수입원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에 불편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해 지역민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베일의 시민들은 관광객들을 환대하며 축제의 관객이자 지원군이 되어주는데 이는 일반적인 클래식 행사의 개념에서 한층 발전해 지역민과 상생하는 축제로 거듭난 덕분이다. 40여 회의 지역사회 공연을 통해 지역민을 위한 무료 공연은 물론, 교육 콘서트, 피아노 및 바이올린 실습 트레이닝이 마련되고 Music Makers Haciendo Músic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50명의 학생이 무료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1년 내내 배울 기회를 제공하니 지역민들 역시 축제를 반길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축제가 있다. 바로 올해로 19회를 맞은 ‘평창대관령 음악제’다. 2018년부터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음악감독을 맡아 진행되고 있는 이 음악제는 올해는 ‘마스크’를 주제로 7월 2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손열음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개막공연으로 세 명의 연주자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연주하는 조지 크럼의 ‘고래의 노래’가, 메인 콘서트로는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을 편성해 주제 의식을 높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신설된 현악 오케스트라인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와 바로크 전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 바로크앙상블도 공개한다고 언급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축제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역시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공을 들여 준비한다. 실내악 프로그램과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개별 악기 마스터 클래스 등 배움의 장을 넓히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실내악 아카데미는 1주일의 집중교육 기간을 거쳐 실제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또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강원도 곳곳을 찾아 지역주민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의 관광명소, 종교시설, 박물관, 미술관 등 지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공연 직전 취소사태를 겪기도 했으나 올해는 공연장 5곳을 선정해 재개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베일의 축제를 통해 관객과 아티스트들이 지역민들에게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참여할수록 축제의 열기와 매력이 무르익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안 모색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발전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페스티벌일수록 지역민들의 공감과 지원의 축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성공을 발판삼아 다양한 지역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가 시도되고 있는 만큼 지역민과 상생하는 페스티벌의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모두 함께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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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지역민과 상생하는 음악 축제- Bravo! Vail Festival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입력 2022-07-01 16:33
수정 최종수정 2022-07-01 16:41
지역민과 상생하는 음악 축제- Bravo! Vail Festival
성큼 다가온 여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축제(Festival)의 어원은 ‘Festivus’로 교회 축제일을 의미한다. 종교적 의례에 놀이 요소를 가미해 말 그대로 잘 먹고 마시고 놀자는 의미를 가진 페스티벌. 현재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록키산맥에 둘러싸인 인구 5천명의 작은 도시, 베일(Vail)도 여름에는 축제의 열기가 가득한 생기 넘치는 도시로 변한다. ‘Bravo! Vail Festival’ 덕분이다. 실내악을 기본으로 시작해 현재는 미국의 중요한 음악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이 축제는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대거 참여하고 프로그램과 볼거리가 풍성해 매해 대략 6만 명의 관객이 베일로 찾아든다.
올해 35번째 시즌을 맞이한 ‘Bravo! Vail Festival’은 6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 6주간 개최된다. 80여 회 공연 중 20회가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외에 올해는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 클래식의 풍미를 한껏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Hélène Grimaud와 Nikolaj Szeps-Znaider의 리사이틀, 뮤지컬 아메리카의 ‘올해의 실내악상’ 수상의 주인공 Danish String Quartet과 Verona Quartet 실내악 연주도 예정되어 있어 축제의 열기가 한층 더해질 예정이다.
올해 베일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이벤트는 바로 ‘Mahler Celebration’이다. 그 중 ‘Mahler Walk’는 하이킹을 하며 음악학자와 숲 해설사에게 숲과 말러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휴식시간에는 금관 4중주로 편곡한 말러 교향곡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말러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시간이다. 숲속 공연장에서 자연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화음 속에 한껏 빠질 수 있는 이 특별한 경험이야말로 베일 페스티벌의 백미다.
축제 자체도 듣고 즐기고 배울 거리가 풍성하지만 베일 페스티벌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공동체의 분위를 자아낸다는 데 있다. 축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도시의 수입원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에 불편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해 지역민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베일의 시민들은 관광객들을 환대하며 축제의 관객이자 지원군이 되어주는데 이는 일반적인 클래식 행사의 개념에서 한층 발전해 지역민과 상생하는 축제로 거듭난 덕분이다. 40여 회의 지역사회 공연을 통해 지역민을 위한 무료 공연은 물론, 교육 콘서트, 피아노 및 바이올린 실습 트레이닝이 마련되고 Music Makers Haciendo Músic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50명의 학생이 무료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1년 내내 배울 기회를 제공하니 지역민들 역시 축제를 반길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축제가 있다. 바로 올해로 19회를 맞은 ‘평창대관령 음악제’다. 2018년부터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음악감독을 맡아 진행되고 있는 이 음악제는 올해는 ‘마스크’를 주제로 7월 2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손열음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개막공연으로 세 명의 연주자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연주하는 조지 크럼의 ‘고래의 노래’가, 메인 콘서트로는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을 편성해 주제 의식을 높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신설된 현악 오케스트라인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와 바로크 전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 바로크앙상블도 공개한다고 언급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축제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역시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공을 들여 준비한다. 실내악 프로그램과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개별 악기 마스터 클래스 등 배움의 장을 넓히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실내악 아카데미는 1주일의 집중교육 기간을 거쳐 실제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또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강원도 곳곳을 찾아 지역주민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의 관광명소, 종교시설, 박물관, 미술관 등 지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공연 직전 취소사태를 겪기도 했으나 올해는 공연장 5곳을 선정해 재개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베일의 축제를 통해 관객과 아티스트들이 지역민들에게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참여할수록 축제의 열기와 매력이 무르익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안 모색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발전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페스티벌일수록 지역민들의 공감과 지원의 축제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성공을 발판삼아 다양한 지역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가 시도되고 있는 만큼 지역민과 상생하는 페스티벌의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모두 함께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