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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77> 희망의 약업생태계: 동시 3박자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방준석
입력 2023-07-03 17:10 수정 최종수정 2023-07-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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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희망의 약업생태계: 동시 3박자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살다 보면 중요하고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험을 자주 한다. 직장의 중요한 일과 가정의 중요한 일이 한꺼번에 터지기 일쑤다. 약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주요 현안들의 발생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해보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경구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약업생태계에로 밀려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몇가지 꼽아보면 첫째 ‘디지털 전환’, 둘째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셋째는 ‘전문약사제도’라고 본다.

누가 어떻게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까?
문제상황을 접하게 되면 해결을 원하는 주체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은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 도출되어도 야무진 실천이 있어야만 성과를 낳는다. ‘디지털 전환’이 범세계적인 대규모 변환이라면, ‘커뮤니티 케어’는 한 국가 내에서 시대의 흐름을 바꿀 중간급 규모의 변환일 것이다. 그리고 ‘전문약사제도’는 직능단체와 개별 약사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비교적 소규모 변환에 해당한다. 어떤 문제가 그 파급력이 크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수록, 차근차근 체계를 갖추어 신중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두르다 보면 시대적 중대사를 졸속으로 처리하기 십상이다. 
얼마 전 필자는 모 국가기관으로부터 바이오-제약산업 분야의 위기관리체계 수립에 관한 자문을 요청 받았다. 한 산업분야의 위기관리체계란 행정적, 법률적, 정책적, 기술적으로 어떠한 규모와 수준의 문제에 봉착했으며, 어떤 점이 미흡하거나 위험한 우선순위이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예지하고, 예방하고, 대응하고, 또 보완할 것인지를 대비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일 것이다. 마침 얼마전 이른 아침에 수도권 일원에 갑자기 민방공 경보가 발효되었다. 수십년간 있는듯 없는듯 형식화된 대응채비와 훈련상태가 실제 위기를 만나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자아냈다.

일 처리 방식의 다양함과 차이 
어떤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이제는 해결방안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다수의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주어진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1)복수의 업무를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하는 ‘순차처리’, (2)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처리’, 그리고 (3)병렬 방식보다는 다소 복잡하나, 한 개의 업무를 어떤 순서로 처리하든 상관없이 여러 개의 작업으로 분할하여 처리하는 ‘병행처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 뇌’인 컴퓨터와 ‘화학 뇌’라 불리는 사람의 뇌는 구조와 작동하는 방식이 상이하지만 다수의 일을 처리하는 업무방식은 얼추 비슷하다. 흔히 멀티 프로세싱(multi-processing)과 멀티 스레딩(multi-threading)이란, 효율적인 컴퓨팅을 위한 병렬처리 기법을 일컫는다. 전자는 운영체계(OS) 관점에서 다수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하나의 프로세스에서 내부기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멀티 스레드 프로그램이란, 병행처리 방식의 연산 프로그램으로서 작업자가 1명이라면 분할된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하지만, 작업자가 2명 이상이면 같은 작업을 병렬적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만약 중앙처리장치(CPU)가 1개라면 병행처리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여러 개라면 병행처리를 병렬적으로 실행시킬 수 있다.
CPU가 1개일때 병행처리 하는 방식은 첫번째 스레드(프로세스 내에서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주체)를 일부 작동하다가 멈춘 뒤, 두번째 스레드를 작동하다가 다시 멈추고, 세번째 스레드를 작동시키는 원리로써 처리한다. 이렇게 스레드가 바뀌면서 순차적으로 병행 처리되는데, 이는 어떤 사람이 다수의 일을 처리할 때에도 어느 한 순간에는 오직 한가지의 일만 처리할 수 있는 원리와 유사하다. 
컴퓨터 내부에서 여러 개의 스레드가 무작위로 번갈아 실행되므로 사람이 관찰하기에는 마치 컴퓨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만약, 스레드의 개수를 2배로 증가시킨다면 처리량도 두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CPU 개수의 제약이 있다면 스레드가 병렬로 동작하지 않으므로 소위 스레드 간 컨텍스트 오버헤드(context overhead)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듯 약사 사회도, 컴퓨터의 일 처리 방식과 비슷하게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중요사안에 대한 분석과 의사결정이 동급, 동수준의 결정주체(CPU)를 늘리지 않는 한 일처리에서 발생하는 지연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약사회는 동시다발적으로 다루고 처리해야 하는 사안들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하여 책임부회장제, 특보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가 다양한 회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컴퓨터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는 일처리의 속도와 정확성 못지않게 해당 일처리로 인한 결과나 성과에 정무적 판단이 강하게 개입된다는 점이다. 이렇듯 판단할 때 외부요인, 곧 이해당사자들 간의 조율이나 협의가 마치 공식처럼 작용하지도 않고 그 귀추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즉, 그때 그때마다 상황의 본질과 대응방안이 다르다. 
성능 좋은 소프트웨어란 유익한 기능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성능도 중요한데, 일단 고성능 CPU는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주변기기와 주고받는 데이터의 입출력(IO)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새로운 장애요인이 생긴다. 그러므로 CPU가 작동하면서 IO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면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멀티 프로세싱은 프로세스를 여러 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며, 멀티스레딩은 하나의 프로세스를 여러 개의 스레드로 나누어 처리하여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그림1). 그래서 멀티 스레딩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게 되며, 여기에 OS는 이 둘을 잘 활용하여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의 폭을 확대해준다.

그림1. 멀티 프로세싱과 멀티 스레딩의 개념

 

멀티 프로세싱(Multi-Processing) 개념의 응용
컴퓨팅 시스템에서 1개 이상의 프로세스를 동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멀티 프로세싱이다. 여러 개의 프로세스 유닛(CPU)을 가진 하드웨어에 적용하는데, 다수의 프로세서(processor)로 다수의 프로세스(process)를 협력적으로 동시 처리하므로 자식 프로세스를 생성하는데, 생성된 프로세스는 고유의 메모리 영역(Heap, Stack, Code, Data 등)을 소유한다. 그리고 프로세스끼리 독립되기에 프로세스 사이에서 공유할 자원이 있다면 프로세스간 통신(Inter-Process Communication, IPC) 메커니즘을 활용한다(그림2). 
즉, 각각의 CPU는 자신만의 레지스터와 메모리를 소유한다. 이렇게 멀티 프로세싱을 사용하면, 프로세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병렬적으로 처리가능한 작업으로 분해하여 컴퓨팅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그림1). 
이런 일처리 방식을 약사 사회가 처한 멀티 테스팅 상황에 적용해보면, 약업계가 처한 중요현안들에 대하여 중요도와 수행가능성을 평가하여 전국의 약사회 주요 지부가 업무를 분장한 뒤, 주도성을 가지고 처리하면서 대약 집행부내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와 조율하여 약사 사회의 공통되고 이익이 극대화되는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여 동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약사회의 일처리 방식을 재편하면 어떨까? 전국의 약사회 지부가 보유한 행정관리, 전략수립, 정책기획, 학술연구 역량으로써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로써, 약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안 기획과 실행방안 연구는 대한약사회와 서울지부 및 경기지부가, 커뮤니티 케어의 활성화 방안 연구는 다양한 인구유형이 거주하는 대약과 경기지부, 광주지부, 전남지부, 전북지부, 경북지부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대약과 인천지부, 충북, 충남, 대전, 경남, 제주 지부 등이 업무 컨소시엄을 구축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해당 지부가 소재한 지역의 약학대학과 정책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정책내용과 실행방안의 수준을 지금보다 향상시키면 좋겠다.

멀티스레딩(MultiThreading) 개념의 응용
이는 하나의 프로세스 안에 여러 개의 실행흐름(스레드)를 두는 방식으로 여러가지 실행을 동시에 실행하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그림2).

그림2. 스레드의 메모리 구조 개념(예시)

소프트웨어적 기법으로 하나의 프로세스를 작은 단위의 스레드로 분할, 운영하면 다중 CPU가 지원되어야 할 필요성은 낮아진다. 대신 파이프라인 기법으로 구현하면 된다. 프로세스 내에서 데이터, 힙, 코드 영역을 공유하므로 자원의 관점과 문맥교환 관점에서 멀티 프로세싱 방법보다 더 효율적이다. 
이렇게 할 때의 장점으로는 첫째, 하나의 프로세스에서 여러 스레드를 병렬적으로 수행하기에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둘째, 다른 스레드는 작업을 계속 수행하면서 입출력(IO) 스레드를 진행할 수 있어 사용자의 작업요구에 대한 응답성이 향상된다. 셋째, 독립적인 스레드는 레지스터와 스택 메모리 영역을 가지면 되고, 그 외의 필요한 정보는 프로세스의 데이터, 코드, 힙 영역을 공유하면 된다. 이로써 불필요한 자원의 중복을 막아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다제약물관리사업, 방문약료사업 등은 이제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공중보건 및 약료적 실용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정규 보건의료서비스의 대안으로 정착해야 한다. 이게 탄력을 받으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전국적 편차와 특이성을 파악해야 하므로 각 단위 시범사업 성과데이터를 융합, 분석함으로써 더 이상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하는 사업구조에만 보조적 협력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말고 그간 이 사업으로부터 획득한 노하우와 정보체계를 약사 사회가 독자적으로 심화할 지역사회 약료서비스 전산플랫폼을 개발, 정착시키는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

기술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가치를 낳고, 가치는 변화의 주체를 증명한다
전국에 산재한 200여개 분회, 지부들을 활용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는 문제를 대응할 역량을 구비하는 것은 약사직역의 영속성은 물론, 약국의 잠재력 확대와 국가의료서비스 수준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력이란 독재도 아니고 야합도 아니다. 거대한 쓰나미와 같이 밀려오는 도전을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하여 마치 작은 개인 컴퓨터들을 병렬로 연결하여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역량이 발휘되는 것처럼 야무지게 상생하는 약업생태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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