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25> 약에 관한 흔한 오류 정리
정재훈
입력 2023-01-26 09:41 수정 최종수정 2023-02-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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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쓴 지 5년이 넘었다. 내가 쓴 글 덕분인지 알 길이 없지만(딱히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약에 대해 잘못 전해지던 이야기 몇 가지가 바로잡힌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자몽과 약에 대한 설명은 이제 조금 정리되어 간다. 2018년 10월 10일 포도와 약에는 그런 상호작용이 없다고 지적하는 글을 썼다. 아직도 가끔 그런 틀린 설명이 나오는 블로그가 눈에 띄지만 관련기사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만 아직도 잘못된 설명이 방송에 종종 나온다. 자몽주스를 마시고 두세 시간 띄어서 약 먹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지 않다. 자몽과 약의 상호작용이 있을 경우에는 24~72시간까지 지속되므로 웬만큼 시간 간격을 두어도 상호작용을 피할 수 없다. 혈압약 중에도 펠로디핀 성분의 약처럼 자몽, 자몽주스를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모든 약이 자몽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자몽을 너무 좋아해서 꼭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몽과 상호작용이 없는 약으로 바꿀 수 있는지 의사, 약사와 상담하길 권한다.

쿨파스, 핫파스는 냉찜질, 온찜질과 다르다.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온찜질은 48시간 뒤에 부기가 어느 정도 빠지고 나서 해야 한다. 온찜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며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파스는 다르다. 쿨파스는 냉감각, 핫파스는 온감각을 자극하지만 실제로 해당 부위를 덥히거나 식히지는 못한다. 쿨파스 속 멘톨이 냉감각을 자극한다고 해도 그 부위의 혈관이 수축하진 않는다. 혈관은 오히려 확장한다. 멘톨 함유 젤을 바르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면 시원한 느낌에 더해 피부가 차가워질 때가 있다. 이렇게 되는 것은 젤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증발하거나 스프레이가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기 때문이지 멘톨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간단히 말해 얼음팩과 온찜질을 함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핫앤쿨파스는 존재한다. 이런 파스는 반대자극제이다. 냉온감각을 함께 자극하면 그런 자극으로 인해 뇌가 바빠져서 반대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운동하다가 다쳐서 통증이나 부기가 심할 때는 병원에 먼저 가야 한다. 설명이 복잡해서인지 아직도 냉온파스를 냉온찜질처럼 쓰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방송에 자주 나온다. 단순하지만 틀린 건 틀린 거다. 틀린 이야기는 빼버리거나 아니면 조금 복잡하더라도 제대로 설명하는 게 낫다.  

혈압약과 바나나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한 경우다. 혈압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바나나를 먹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 있다. 반대로 혈압약으로 이뇨제가 사용될 경우 바나나를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 있다. ‘일부’라는 수식어를 빼버리면 이렇게 불필요한 혼동을 유발한다. ARB(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라고 불리는 계열 혈압약은 우리 몸에서 칼륨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한다. 칼륨이 덜 빠져나가니까 칼륨 함유 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곤란하다. 바나나, 오렌지와 같은 과일, 대부분의 채소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다. 평소 먹던 대로 먹으면 보통 큰 문제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좋다는 방송을 보고 녹즙, 해독주스, ABC 주스를 마시면 혈중 칼륨 수치가 너무 높아져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고혈압 약이 여기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ARB 계열 고혈압약(발사르탄, 텔미사르탄, 칸데사르탄, 로사르탄 등)이 대표적이고 국내에서는 적게 쓰는 ACEI 계열 혈압약도 비슷하다. 이뇨제 중에서도 칼륨을 보존하는 성격을 띄는 것들(스피로노락톤, 에플레레논, 트리암테렌, 아밀로라이드 등)을 복용 중일 때는 칼륨 섭취 과잉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티아지드 계열 이뇨제(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HCTZ), 루프 이뇨제(푸로세미드)를 복용 중일 때는 반대로 칼륨 배출이 늘어나서 체내 칼륨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칼륨 섭취를 늘리기 위해 매일 바나나 1개 또는 오렌지주스 1잔을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방송가는 아직도 중학생 이론에 사로잡혀 있다. 중학생 수준에 맞춰 얘기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야기가 조금만 복잡하면 시청자들이 힘들어한다며 정색한다. 이는 중학생에 대한 모독이다. 어른이 되면 마치 공부 안 해도 창피하지 않은 자격을 얻게 된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냥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조금 복잡하다고 무시하고 살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공부는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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