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14>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8-11 14: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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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 리바운드가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7월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다시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무증상이지만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고 나서 재확진이 된 바 있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까지 재확진되면서 팍스로비드 치료 효과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고 난 뒤에 재확진이 되었다고 해서 바이든이 다시 새로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변이에 감염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활동을 멈췄던 일부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을 재개하면서 재확진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평생 바이러스 연구에 전념한 의사이며 바이러스 학자인 데이비드 호 박사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을 기회로 삼아 이를 조사했다. 팍스로비드 투약 기간 중에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매일 검사해본 것이다. 69세인 호 박사는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자였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부터 팍스로비드 복용을 시작했다. 2일차에는 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타났지만 4일부터 9일까지는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5일차, 7일차 PCR 검사도 음성이었다. 그러다가 10일째 다시 가벼운 코로나19 증상(두통, 콧물, 기침)이 나타나고 집에서 신속항원검사로 양성이 나왔다. 이어진 PCR 검사로도 양성이었다. 하지만 유전자 시퀀싱으로 비교 결과 그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니었다. 바이러스가 변이하여 약에 저항성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낫고 나서 다른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전 감염이 팍스로비드 투약으로도 완전히 낫지 않고 있다가 재발한 것으로 봐야 맞다는 것이다.

호 박사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팍스로비드 리바운드를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자신을 포함해 10명의 리바운드 경험자를 대상으로 쓴 연구논문은 아직 프리프린트 단계로 공개된 상태이다. 제조사인 화이자에서는 이런 재발을 경험하는 사람이 전체 투여 환자의 1-2%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보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10-15%까지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팍스로비드 리바운드는 왜 일어날까?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와있는 연구 자료를 보면 약효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일부 바이러스가 약으로 인해 증식하기 어려워진 상태에서 활동을 정지하고 있다가 약 복용을 중단하는 시점에 다시 활동을 재개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팍스로비드 투여 기간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검사결과가 다시 양성이 된다고 해서 증상이 심하거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어서 치료기간은 그대로 5일을 유지해도 된다는 의견이 아직 대다수이다. 다만 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오는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가격리를 해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호 박사의 케이스 리포트에서도 재확진 기간 동안에 가족에게 바이러스가 옮은 사례가 두 명 있었다. 

간혹 재확진이 된다고 하여 팍스로비드로 치료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 백신에 접종하지 않은 상태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약물 치료는 입원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 반면에 건강하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경우에 팍스로비드를 투여한다고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 
  
과학은 진보한다. 과학에 근거를 두는 현대의학도 그와 함께 변한다.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지식도 지난 2년 반 동안 크게 늘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게 딱 하나 있으니 바로 돌팔이 유사의학이다. 1976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46년 동안 뉴욕타임스 건강 칼럼을 쓴 제인 E. 브로디는 독자에게 작별 인사하며 마지막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머리에 새겨두고 싶은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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