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좋다고 하더니 오늘은 나쁘다는 건가?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식품 뉴스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생선이야기다. 생선을 많이 먹을수록 피부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 결과다. 미국에서 50~71세 성인 491,367명의 식습관과 건강에 대한 15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생선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은 하루 평균 43g (1주일에 2번 생선 140~150g을 먹는 사람)을 섭취했는데 생선을 거의 안 먹는 사람(하루 3.2g)보다 피부암의 하나인 악성 흑색종이 생길 위험이 22%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연구를 주도한 브라운대 의대 피부과 조은영 교수의 추측에 따르면 생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생선 속에 들어있는 오염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수은, 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발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연구자들은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의 체내에 실제로 중금속 수치가 더 높은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냥 추측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구는 연구자들이 직접 참가자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게 아니다. 기존에 미국인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NIH-AARP Diet and Health)에서 나온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해본 것이다. 이런 연구는 설문지를 통해 참가자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답하는 방식이다. 어제 뭐 먹었는지도 전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동안 특정 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 물어보는데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1주일에 감자샐러드를 몇 번 먹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2007년 연구 결과 1년 동안 식습관에 대한 응답은 24시간 동안 뭘 먹었는지 물었을 때 얻는 대답과 비교하여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대강의 추정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 결과 때문에 굳이 생선을 적게 먹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연구자 조은영 교수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과 관련 학회에서도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미국 암협회는 적색육보다 생선을 먹으라고 권한다. 미국 심장협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2번 생선을 먹도록 권한다. 대한민국 식약처에서도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다. 관찰연구로는 특정 식품 섭취가 암 유발 위험을 증가시키는 인과관계를 알아내기 어렵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는 군만두만 15년을 먹었지만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은 드물다. '올드보이' 방식으로 사람의 식습관을 연구할 수는 없다. 성인 50만 명이 24시간 내내 무엇을 먹는지 관찰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정도로 많은 참가자를 실제로 대면 인터뷰하기도 힘들다. 우편으로 설문지를 보내서 50만 명의 연구 자료를 모은 것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한 모든 질문을 넣을 수도 없었다. 피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햇볕 노출이다. 일광화상을 자주 입을수록 피부암 위험이 증가한다. 피부암 위험을 줄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생선을 적게 먹는 게 아니라 과도한 햇볕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설문지에는 햇볕 노출과 관련 질문이 없었다. 생선을 자주 먹는 사람이 햇볕 노출이 많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이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상관성이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면 22%라는 수치가 상대 위험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에게 평생 동안 악성 흑색종 발생 위험은 약 1~2%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22%의 위험 증가는 실제로 절대위험은 0.2~0.4%가 증가한 1.2~2.4%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생선 섭취가 정말 피부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위험 증가에 대한 인과성이 증명된 것도 아니지만 생선 섭취로 인한 다른 건강상 유익을 생각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크기이다. 뉴스에 너무 놀라지 말자. 골고루 균형 잡힌 식단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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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생선 피부암 뉴스의 진실
정재훈 약사
편집부
@yakup.com
입력 2022-06-22 12:13
수정 최종수정 2022-06-22 15:17
어제는 좋다고 하더니 오늘은 나쁘다는 건가?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식품 뉴스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생선이야기다. 생선을 많이 먹을수록 피부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미국 브라운 대학 연구 결과다. 미국에서 50~71세 성인 491,367명의 식습관과 건강에 대한 15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생선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은 하루 평균 43g (1주일에 2번 생선 140~150g을 먹는 사람)을 섭취했는데 생선을 거의 안 먹는 사람(하루 3.2g)보다 피부암의 하나인 악성 흑색종이 생길 위험이 22% 높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연구를 주도한 브라운대 의대 피부과 조은영 교수의 추측에 따르면 생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생선 속에 들어있는 오염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수은, 비소와 같은 중금속이 발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연구자들은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의 체내에 실제로 중금속 수치가 더 높은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냥 추측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구는 연구자들이 직접 참가자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게 아니다. 기존에 미국인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NIH-AARP Diet and Health)에서 나온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해본 것이다. 이런 연구는 설문지를 통해 참가자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답하는 방식이다. 어제 뭐 먹었는지도 전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동안 특정 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 물어보는데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1주일에 감자샐러드를 몇 번 먹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2007년 연구 결과 1년 동안 식습관에 대한 응답은 24시간 동안 뭘 먹었는지 물었을 때 얻는 대답과 비교하여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대강의 추정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 결과 때문에 굳이 생선을 적게 먹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연구자 조은영 교수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과 관련 학회에서도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미국 암협회는 적색육보다 생선을 먹으라고 권한다. 미국 심장협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2번 생선을 먹도록 권한다. 대한민국 식약처에서도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다. 관찰연구로는 특정 식품 섭취가 암 유발 위험을 증가시키는 인과관계를 알아내기 어렵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는 군만두만 15년을 먹었지만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은 드물다. '올드보이' 방식으로 사람의 식습관을 연구할 수는 없다. 성인 50만 명이 24시간 내내 무엇을 먹는지 관찰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정도로 많은 참가자를 실제로 대면 인터뷰하기도 힘들다. 우편으로 설문지를 보내서 50만 명의 연구 자료를 모은 것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한 모든 질문을 넣을 수도 없었다. 피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햇볕 노출이다. 일광화상을 자주 입을수록 피부암 위험이 증가한다. 피부암 위험을 줄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생선을 적게 먹는 게 아니라 과도한 햇볕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설문지에는 햇볕 노출과 관련 질문이 없었다. 생선을 자주 먹는 사람이 햇볕 노출이 많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이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상관성이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면 22%라는 수치가 상대 위험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에게 평생 동안 악성 흑색종 발생 위험은 약 1~2%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22%의 위험 증가는 실제로 절대위험은 0.2~0.4%가 증가한 1.2~2.4%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생선 섭취가 정말 피부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위험 증가에 대한 인과성이 증명된 것도 아니지만 생선 섭취로 인한 다른 건강상 유익을 생각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크기이다. 뉴스에 너무 놀라지 말자. 골고루 균형 잡힌 식단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