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벌레는 안 물리는 게 최선이다.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철, 벌레에 안 물리려면 곤충 기피제 사용법에 대해 잘 알아둬야 한다.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곤충 기피제는 DEET(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 또는 이카리딘 성분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남들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유 중의 하나가 체취나 땀 냄새로 인한 것이다. 모기는 이산화탄소, 체열, 땀, 피부 분비물의 냄새를 감지하여 흡혈대상을 찾는다. DEET 성분의 모기 기피제를 피부와 옷에 뿌리면 곤충이 싫어하는 냄새의 증기를 발생시켜 모기와 진드기, 벼룩 같은 곤충을 쫒아낸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농도에 따라 30% 함유 제품은 5-8시간, 20%는 4-6.5시간, 10%는 2.5-4.5시간으로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 반대로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자극과 같은 부작용이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피부 자극이 DEET보다 적고 독성도 낮은 이카리딘 성분 기피제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이카리딘은 모기가 사람 냄새를 맡는 것을 방해하여 효과를 내며 모기와 진드기를 쫒아내는 효과가 있다. 역시 농도에 따라 효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10% 함유시 모기 기피 효과는 5시간, 진드기 기피 효과는 7시간 정도 유지되며 20% 함유 제품은 모기로는 7시간, 진드기로는 8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연중 이맘때면 방송과 인터넷에 천연성분 기피제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정향유, 시트로넬라 오일, 콩기름, 유칼립투스 오일, 티트리 오일 등을 함유한 이들 천연성분 기피제는 모기에 대한 기피제로서 DEET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2017년 식약처에서 제조중지 및 신규품목 허가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모기 기피제는 어떻게 써야 효과적일까? 우선 제품 사용설명서를 읽어봐야 하지만 일반적 원칙은 노출된 피부와 옷 위에 뿌리거나 바르되 적당한 양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옷으로 덮인 피부에는 바르지 말아야 한다. 사용설명서 상의 지속시간을 확인하여 시간 간격을 잘 맞춰 재사용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저농도의 제품으로 성인이 발라주는 게 좋고, 특히 손, 입, 눈 주위에는 바르지 않는 게 좋다. 2세 이하 유아는 이카리딘 계열의 제품이 낫다. 곤충 기피제는 찢어지거나 상처가 난 피부에는 뿌리지 않는 게 원칙이며 스프레이 타입일 경우 얼굴에는 뿌리지 않고 먼저 손에 뿌려서 얼굴에 문질러주는 게 안전하다.
야외활동을 마치고 귀가해서는 비누와 물로 피부에 남아있는 기피제를 깨끗이 씻어줘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쓰면 모기 기피제도 미세먼지처럼 작용할 수 있다. 분무제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와 모기 기피제를 둘 다 써야 할 때도 종종 있다. DEET 성분은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쓰면 피부로 더 많이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20-30분 전에 먼저 발라서 충분히 스며들도록 하고 모기 기피제는 나중에 나가기 직전에 뿌린다.
모기밴드는 믿지 않는 게 좋다. 밴드를 찬 팔 주변에나 조금 효과가 있을까, 그다지 효과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앱도 효과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 진한 색상 옷을 입으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속설도 틀린 이야기다. 다만 밝은 색상 옷을 입고 야외에 나가면 벌레가 달라붙었을 때 더 잘 보여서 쫒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벌레엔 안 물리는 게 최선이지만 모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곤충이다. 2015년 한 해 전 세계에서 72만5000명이 모기로 전염되는 말라리아, 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말라리아는 백신이 없으며 위험지역 여행 시에는 예방약 복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100개국이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며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등이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전에는 가까운 병원, 보건소에 문의하거나 또는 질병관리본부 웹사이트에서 내가 여행할 지역이 혹시 말라리아 위험지역인지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