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고지혈증약 스타틴, 발기 부전에도 효과” 5년 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뉴스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에서 71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11건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스타틴 복용시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1/3에 해당하는 정도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연구자들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혈관내피의 기능이 향상되어 혈관 확장을 돕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이탈리아 플로렌스 대학의 연구진은 스타틴 복용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스타틴 복용으로 인한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성욕 감퇴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가? 하지만 약에 관한 한 이런 논란은 흔한 일이다. 약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어떤 약을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약효로 인한 유익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을 두고 저울질이 필요하다.
다시 스타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발기부전에 대한 논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시 기억력 저하, 혼돈과 같은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론상 그럴 수 있다. 스타틴은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걸 방해하는 약인데, 통념과 달리 콜레스테롤은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뇌신경세포막에도 꼭 필요한 성분인데, 뇌는 뇌-혈관장벽이라는 장벽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뇌 속으로는 간에서 만들어낸 콜레스테롤이 운반될 수 없다.
그래서 뇌는 자체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서 쓴다. 일부 스타틴이 아마도 뇌 속으로 들어가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걸 방해하면 인지장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근거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스타틴 복용시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기 어렵다. 장기간 스타틴 복용으로 혈관건강을 개선하면 도리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 역시 아직 확실치 않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스타틴(프라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은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고,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스타틴(심바스타틴, 아토바스타틴)은 약은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지용성이면서 근육관련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는 플루바스타틴 같은 약도 있어서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한 종류의 스타틴 복용으로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 처방한 의사와 상담을 통해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줄여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스타틴을 복용중인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조금 증가할 수 있는 걸로 나타난다. 왜 스타틴이 그런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고혈압, 비만과 같은 당뇨병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고용량의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으로 인해 얻게 되는 심혈관계 건강상의 유익이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보다 훨씬 크다. 고혈압, 심장병 등으로 스타틴을 꼭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당뇨병을 걱정해서 스타틴을 끊는 것보다는 복용하는 게 현명한 결정이다.
역시 드물지만, 스타틴을 복용하는 중에 근육통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을 일시적으로 끊었다가 다시 복용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나 근육과 신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다른 약과 스타틴을 함께 복용하면 이런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으니, 스타틴을 복용중일 때는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약사와 반드시 점검해보는 게 좋다. 끝으로 하나 기억할 점이 있다.
2017년 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사람일수록 스타틴으로 인한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발기부전과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걱정도 지나치면 독이다. 약이 양날 선 검이라고 날을 너무 무서워하다가 도려내야 할 것을 도려내지 못하면 더 큰 해를 입을 수도 있다. 본래 칼이란 필요할 때는 휘둘러야 하는 법이다, 균형을 제대로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