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99> 약학의 특성-6. 목적이 이끄는 강의와 연구
심창구
입력 2024-07-24 14: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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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

오늘은 약대 교수님들은 자신의 강의와 연구가 앞에서 언급한 약학교육의 목적과 잘 맞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약대는 다른 단과 대학에 비해 연구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초창기에 학문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약대가 이렇게 발전한 것은 놀라운 발전입니다.

그러나 근대 약학 교육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10년이 지난 오늘날, 약대 교수님들의 연구 방향에 제안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즉 약대의 연구는 인력이나 연구비 같은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약학 교육의 목적에 초점이 맞도록 연구를 효율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연구 대상은 무한합니다. 예컨대 전 세계 음식점에 있는 젓가락 개수를 다 조사해서 국가별로 그래프를 그리는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결과를 어디에 써먹겠습니까?

근래 비약대 출신 연구자들이 대거 약학대학에 교수로 합류하면서, 나 같은 약대 출신 노교수들이 가끔 우려하는 바가 있습니다. 혹시 비약대 출신들이 ‘나한테 약학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지 마라, 나는 그저 내 전공만 잘 강의하고 논문만 잘 쓰면 돼’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요.

아무래도 비약대 출신 교수들은 약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테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도 비약대 출신 교수들에게 약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내가 현직일 때 이분들을 위해 약학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급 전문가를 몇 번 초청해서 조찬 강의를 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정작 비약대 출신 교수들이 여기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거예요. 살기(?) 바빠서 약학에 대한 개념 정립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몹시 아쉬웠습니다.

사실 현장을 잘 모르는 것은 약대 출신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창약, 제약, 용약, 사회약학이라는 약학 고유의 목적을 추구하는 현장에 있어서 내 연구와 강의가 어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아요.

이처럼 교육과 연구의 목표가 표적(target)을 지향하지 못하고 있으면, 식당의 젓가락 세기와 같은 쓸데없는 연구를 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약대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와 연구의 방향이 약학 고유의 목적에 잘 맞도록 조준(照準)되어 있는지 총구(銃口)의 가늠자를 끊임없이 수정해야 합니다.  

서울대 약대 동문 중 제약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해마다 모여 ‘제약관악포럼’을 엽니다. 내가 참석해 보니까 거기에서 ‘약대의 교육과 연구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등 매우 절실하고 유익한 제안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막상 그 이야기를 들어야할 약대 교수들이 그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포럼 측에 ‘그 중요한 이야기를 일회적으로 주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문서로 만들어 약대에 건의해 주면 고맙겠다. 그러면 현실에 둔감한 교수들도 그 의견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여러 번 말했어요. 아쉽게도 아직 건의문을 작성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교수 생활을 하다 보면 각자 내 일하기가 워낙 바빠서 약학의 거시적 목적 등을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를 한 분 전임으로 모시면 좋겠습니다. 그를 통해 약학 교육 전반을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 고루(固陋)한 과거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차원에서 약학교육의 미래를 과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약개발 등 현실이 교육을 앞서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교수는 부임 5년 이내에 자기 연구를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려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지 못한 분은 ‘언젠가 연구에 있어서 홈런을 치겠지’ 기대를 받았던 분도 끝내 별 일(?)없이 정년을 맞더라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학 고유의 ‘목적이 이끄는 강의와 연구’에 교수의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려워집니다.

후배 교수님들의 분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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