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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석사 과정 학생에게 국내 최초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生物學的同等性試驗, bioequivalence test, 이하 생동성시험)’을 연구하게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86년, 나와 대학 동기로 일동제약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H가 나의 석사 과정 학생으로 입학하였다. 나는 그에게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미래 동향에 대비하기 위하여 생동성 연구를 하도록 하였다.
이 연구는 피험자(volunteer)들을 어떻게 모집 선정하고, 식사는 어떻게 제공하고 채혈은 어떻게 하며 비용과 시험 공간은 얼마가 필요한지 등을 조사하는 일종의 파일럿 연구였다. 이때 일동제약에서 만드는 ‘큐란’ [라니티딘(ranitidine) 함유 정제]을 시험약(test drug)으로, GSK의 ‘잔탁(Zantac)’을 대조약(reference drug)으로 선정하여, 두 약을 1주일 간격으로 교차 투여 (2x2 cross-over)한 후 HPLC로 분석한 라니티딘의 혈중 농도를 바탕으로 두 약이 생물학적으로 동등(同等)한지 여부를 판정하였다. 연구는 2년 안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H는 1988년 ‘라니티딘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라는 제목으로 약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생동성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약대 교수 휴게실에 배달되고 있는 일본공정서협회(日本公正書協會) 발간의 『의약품연구(醫藥品硏究) 』라는 잡지를 통해서였다. 이 잡지에는 일본의 생동성시험에 대한 해설이 연재되고 있었는데, 나는 머지않아 이 시험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미리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시험에서 약물 투여와 혈중농도 분석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은 두 약의 혈중농도 데이터가 ‘동등’한지 여부를 통계학적으로 판정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두 약이 “통계학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판정은 Student’s t-test를 사용해서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동등’하다는 판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두 약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바로 ‘동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선 판정에 필요한 피험자의 수가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몇 사람에게 약을 투여해 보면 동등성 여부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건 시험을 해 보아야 압니다”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생동성 시험 규정을 만들 때에도 이 통계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나는 이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생동성시험을 도입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 연구는 198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승인 신청 시 생동성시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데 견인차(牽引車) 노릇을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험 데이터를 가지고도 통계학적으로 두 약의 동등성 여부를 판정하기는 제법 복잡하였다. 그래서 시험 데이터만 입력하면 동등성 여부의 판정은 물론 최종보고서까지 자동으로 프린트 아웃되는 『생물학적동등성 판정 통계 프로그램(K-BE test) 』을 개발하여, 1998년과 2002년에 프로그램 등록을 하였다. 이 개발은 컴퓨터를 잘 아는 대학원생인 S와 L가 주도하였다.
이 통계 판정 프로그램의 개념도 『의약품연구』에 나와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나는 이 K-BE test를 식약청에 제공하여 우리나라의 생동성시험 판정을 위한 공식 통계처리 프로그램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생동성시험의 기반을 대폭 넓힐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전국의 모든 생동성시험 연구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아마 그동안 국내에서 수행된 수많은 생동성시험 중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연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와 우리 연구팀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에 작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연구를 계기로 ‘생동성시험의 권위자’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평판을 얻었는데, 이 평판이 내가 2003년 식약청장으로 부름 받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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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석사 과정 학생에게 국내 최초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生物學的同等性試驗, bioequivalence test, 이하 생동성시험)’을 연구하게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86년, 나와 대학 동기로 일동제약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H가 나의 석사 과정 학생으로 입학하였다. 나는 그에게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미래 동향에 대비하기 위하여 생동성 연구를 하도록 하였다.
이 연구는 피험자(volunteer)들을 어떻게 모집 선정하고, 식사는 어떻게 제공하고 채혈은 어떻게 하며 비용과 시험 공간은 얼마가 필요한지 등을 조사하는 일종의 파일럿 연구였다. 이때 일동제약에서 만드는 ‘큐란’ [라니티딘(ranitidine) 함유 정제]을 시험약(test drug)으로, GSK의 ‘잔탁(Zantac)’을 대조약(reference drug)으로 선정하여, 두 약을 1주일 간격으로 교차 투여 (2x2 cross-over)한 후 HPLC로 분석한 라니티딘의 혈중 농도를 바탕으로 두 약이 생물학적으로 동등(同等)한지 여부를 판정하였다. 연구는 2년 안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H는 1988년 ‘라니티딘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라는 제목으로 약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생동성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약대 교수 휴게실에 배달되고 있는 일본공정서협회(日本公正書協會) 발간의 『의약품연구(醫藥品硏究) 』라는 잡지를 통해서였다. 이 잡지에는 일본의 생동성시험에 대한 해설이 연재되고 있었는데, 나는 머지않아 이 시험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미리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시험에서 약물 투여와 혈중농도 분석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은 두 약의 혈중농도 데이터가 ‘동등’한지 여부를 통계학적으로 판정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두 약이 “통계학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판정은 Student’s t-test를 사용해서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동등’하다는 판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두 약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바로 ‘동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선 판정에 필요한 피험자의 수가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몇 사람에게 약을 투여해 보면 동등성 여부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건 시험을 해 보아야 압니다”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생동성 시험 규정을 만들 때에도 이 통계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나는 이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생동성시험을 도입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 연구는 198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승인 신청 시 생동성시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데 견인차(牽引車) 노릇을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험 데이터를 가지고도 통계학적으로 두 약의 동등성 여부를 판정하기는 제법 복잡하였다. 그래서 시험 데이터만 입력하면 동등성 여부의 판정은 물론 최종보고서까지 자동으로 프린트 아웃되는 『생물학적동등성 판정 통계 프로그램(K-BE test) 』을 개발하여, 1998년과 2002년에 프로그램 등록을 하였다. 이 개발은 컴퓨터를 잘 아는 대학원생인 S와 L가 주도하였다.
이 통계 판정 프로그램의 개념도 『의약품연구』에 나와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나는 이 K-BE test를 식약청에 제공하여 우리나라의 생동성시험 판정을 위한 공식 통계처리 프로그램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생동성시험의 기반을 대폭 넓힐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전국의 모든 생동성시험 연구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아마 그동안 국내에서 수행된 수많은 생동성시험 중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연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와 우리 연구팀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에 작은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연구를 계기로 ‘생동성시험의 권위자’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평판을 얻었는데, 이 평판이 내가 2003년 식약청장으로 부름 받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