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64> 박사 논문 지도 – 삶속의 작은 깨달음 16
심창구
입력 2023-02-08 10:40
수정
내 이름으로 박사 학위를 준 학생은 총 21명이다. 첫 졸업생은 조교수 발령을 받은 지 12년 만인 1995년에 학위를 준 H이다. 그는 유기 양이온의 간담(肝膽) 수송 기전을 연구해 Drug Met. & Dispos. 27(1999)에 발표했다. 그 후 나는 약물의 체내동태 기전(pharmacokinetics)을 분자 레벨에서 밝히는 연구를 계속하였다. H는 나중에 도쿄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박사후연구를 한 다음, BMS사에서 신약개발 관련 연구를 한 후 귀국해 국내 유명 제약회사에서 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1996년에는 L이 EGF의 경피(經皮) 흡수를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는 K 교수님의 제자인 Y와, L교수님의 제자인 C와 K가 부분적으로 내 지도를 받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K(L 교수님 학생)와 S, L, J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K는 록소프로펜의 인체 내 약물동태를, S는 관절염 치료를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화합물의 제조를, L은 시클로스포린 A의 약물동태와 P-gp와의 관련성을, J는 니코틴의 경비(經鼻) 흡수를 통한 혈중 농도의 지속화 방안을 연구했다. 2001년에는 S, H 등이 유기 양이온의 막 수송기전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는 L이 위장관운동 촉진제가 라니티딘의 위 장관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또 중국 국적의 동포인 L이 신약후보물질인 YH1885의 소장상피세포 투과 기전을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2003년에는 S가 칼시토닌의 소장흡수를, L이 영양결핍이 간수송체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2005년에는 C가 4급암모늄인 TBuMA의 모세담관막 투과 기전을, 2006년에는 K가 TBuMA의 소장흡수를, 2008년에는 H가 오플록사신함유 마이크로스피어를 이용한 폐 마이크로파지 송달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2009년에는 J가 고지혈증에서 간 Oct1의 발현 감소에 의한 메트포민의항당뇨작용 감소 기전을, K(중국동포)가 신장해시 Oat1 및 Bcrp의 발현 감소 기전을, L이 폐결핵 시 ABC 및 SLC 수송체의 mRNA 발현 변화를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또 2009년에는 중국 심양약대 Cui 교수의 위탁생인 Y가 키토산으로 표면을 수식한 나노입자가 혈액 중에서 일시적인 회합체를 형성함으로써 폐에 선택적으로 이행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2010년에는 동아제약의 K가 엑세나티드의 지속성 제제의 약물동태로, 오유경 교수와 공동지도한 K가 올리고핵산염약물의 송달로 학위를 받았다. 2012년에는 K가 ‘항암제의 아미노산 유도체화를 통한 암세포 이행성 개선’으로, C가 ‘헤마토포르피린 수식 나노파티클을 이용한 독소루비신의 간암이행성 개선’으로 학위를 받았다.
2013년에 나는 S와 ‘유기 양이온의 수송 및 ion-pair 가설’이란 제목의 종설을 공동 발표했다. 여기에서 나는 (1)분자량>200인 4급암모늄 화합물(HQA)은 간세포의 쇄자연(sinusoidal)막에 발현돼 있는 OCT1이라는 influx 수송체 단백에 의해 인식되어 간세포 속으로 들어간 다음, (2)간세포 내에서 담즙산염(BS)과 ion-pair 복합체(IP)를 형성하는데, (3) 이 IP가 모세담관(canalicular)막에 발현되어 있는 P-gp라고 하는 efflux 수송체 단백에 의해 인식돼 능동적으로 담즙으로 배출되는데, (4)1~3의 과정이 간이 HQA를 해독하는, 즉 HQA의 3상(Phase III) 대사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분자량 <200인 4급암모늄 화합물(LQA)은 간세포 안에서 BS와 IP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P-gp를 통해 담즙으로 배설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분자량>200인 4급암모늄은 주로 답즙으로 배설되지만, <200인 4급암모늄은 주로 소변으로 배출되는 신비한 현상(분자량 threshold)’의 기전을 명쾌하게 밝힐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모두 좀 더 깊은 연구를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