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220> 입학식 특강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7-03-22 09:26 수정 최종수정 2017-03-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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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서울대학교 입학식 날 오후, 나는 약학대학 신입생들에게 ‘어떤 자세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게 되었다. 올해로 3년째 하는 특강인데, 지난 두 해에는 ‘21세기는 맞춤약학 시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었다.


참고로 올해 약대 신입생 68명 중 38명이 남학생으로, 이와 같은 남초(男超) 현상은 여초(女超) 현상이 일어난 1979년 이래 38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특강의 내용은 그 동안 ‘약창춘추’를 통해 밝혀 온 나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었다. 예컨대 ‘나의 오늘은 하나님 은혜의 결과로 받은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라’, ‘인생은 미스터리이다, 복을 주시고 안 주시고는 하나님의 처분에 달렸다’, ‘참된 의미의 성공을 추구하며 살자’, ‘인생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잘못된 방향으로의 1등이 가장 나쁜 것이다’, ‘자기 앞에 놓여진 사다리를 착실히 오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인생을 좀 길게 보라’, ‘친구를 잘 사귀어라’, ‘남의 의견을 경청하라’, ‘솔직한 지적은 관계를 해친다’, ‘인생의 가치는 사랑에 있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근사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였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노교수의 잔소리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랑과 정성을 다 해 강의하였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음날(3월 3일) 아침 중앙일보를 보니 “서울대 단어 지워라, 성낙인 총장의 쓴 소리, 입학식서 ‘특권의식 비판’ 축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성 총장님은 3월 2일의 입학식에서 ‘오늘 이후 서울대학교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라, 그러지 않으면 오늘 입학식이 여러분 인생의 최고의 날로 그치고 그 이후는 오늘보다 못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축사를 하였다고 한다.

또한 ‘서울대 졸업생들이 그간 우리나라 최고의 파워 엘리트로 각계각층에서 활약해 왔지만 최근 그들의 모습은 부끄러운 측면이 많다. 서울대란 이름에 도취되면 오만하고 특권의식에 빠져 출세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도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다’고도 했다고 한다.

나는 총장님의 축사 내용이 내가 그날 오후 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 내용과 상당 부분 같은데 놀랐다. 예컨대 나는 ‘남을 딛고 남의 위에 군림하는 것은 성공이 아니고 완벽한 실패이다. 갑(甲)질은 실패한 사람의 행패에 다름 아니다. 일생을 통하여 연약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는가가 참된 성공의 한 지표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는데, 이 부분이 총장님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총장님처럼 최근 매스컴에 자주 회자되는 서울대 동문들의 추태(?)를 떠 올리며 이 말을 했었다.

나는 그날 서울대 학생이라면 시험칠 때 커닝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직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사실 서울대는 정직, 겸손, 성실, 환경, 교통, 질서, 예의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의 모범이 되어야 마땅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 갈 바 이상향(유토피아)을 미리 보여주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국민들은 서울대 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서울대를 자랑하고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반면에 세금의 지원을 받고 공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서 남을 딛고 일어서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서울대 출신이 있다면, 사람들은 이런 서울대인들의 자랑질(?)을 용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서울대 출신을 미워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한다.

서울대를 예로 들었지만 세상의 모든 ‘잘 나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잘 나감이 주변의 수많은 ‘을(乙)’들의 자의반 타의반 협조(?) 속에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고, 을(乙)들과 더불어 더욱 겸손, 성실, 정직하게 살기로 다짐하여야 한다.

지금 나라는 촛불과 태극기로 혼돈의 와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부터 회개하여야 한다. “돌이키면(회개) 살아나리라”란 우리 교회의 금년도 구호는 “돌이키지 않으면 죽으리라”라는 절박함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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